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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계단 한 칸 못 오르던 할머니, 바리스타 됐다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 광주 광산구④]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15.05.15 08:14 | 소중한 기자쪽지보내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광주 광산구는 오는 5월16~17일(1박2일) '꿈틀버스'를 운행합니다. 꿈틀버스 1호차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광주 광산구에서 꿈틀거리는 협동조합 '클린광산' '더불어락' 등을 찾아가며 오연호 대표의 '행복특강'도 개최합니다.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오마이뉴스와 광산구가 꿈틀버스 공동 취재단을 구성했습니다. [편집자말]
▲ 2012년 4월 열린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북카페 개관잔치에 참석한 노인들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더불어樂(락). 예전 이름은 광산구노인복지관. 2011년 이곳에 부임한 강위원 관장은 어딜가나 똑같은 복지관 간판부터 뜯어내렸다. 그리고 영혼 없던 복지관 이름에 철학을 불어넣었다.

'더불어락, 더불어 함께 하니 즐겁다.'

최근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못 타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대한민국 복지를 대변하고 있다. 반대로 세금은 "다 내면 바보"다. 이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복지 예산이 10배가 늘어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 복지는 시혜가 아닌 무엇이어야 할까. 광주 광산구의 더불어락은 누리는 노인의 '행복'에 주목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겐 돌봄을, 노동을 통해 자립을 도모하려는 사람에겐 노동의 현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강 관장의 생각이다.

말 그대로 더불어 함께 해야 즐거운 거다. 혹자는 "노인들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해?"라고 질문한다. 이는 "인간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해?"와 같이 틀린 질문이다.

스스로 나서니 주인이 됐다

▲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의 북카페에서 노인들이 직접 커피를 만들고 있다. ⓒ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 12일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의 북카페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있다. ⓒ 모철홍

더불어락 1층엔 북카페가 있다. 12일 오후, 올해 예순일곱의 송희순(여, 광주 광산구)씨가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송씨는 "이거(북카페) 우리가 다 돈 모아서 만든 거제"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북카페는 광주 광산구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지역사회와의 연대로 이어져 탄생했다.

2011년 이 지역 노인 400여 명은 '운남골 작은도서관 건립위원회'를 만들어 4900만 원을 모았고, 일일호프를 열어 부족한 자금을 채웠다. 특히 건축·설비·전기공사 등의 경험이 있는 노인들이 직접 팔붙이고 나섰다. 건축업체를 운영한 경험으로 보수 없이 공사를 감독한 양매선(68, 여)는 지금도 "평생했던 공사 중 더불어락 북카페가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말한다.

노인들이 힘을 모아 북카페를 만든다는 입소문이 나자 지역사회의 도움도 이어졌다. 가구업체 라인퍼니처는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 열람실을 만들었고, <시사인> '기적의 책꽂이'와 세종문고, 문학나눔, 프르덴셜생명보험은 책 5500여 권을 보내줬다. 살레시오초등학교 학생들은 커튼을 보내왔다.

이날 북카페 계산대를 지키던 송씨는 더불어락에 들어오기 전 류마티스관절염, 유방암과 싸우며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처음 (더불어락에) 왔을 땐 계단 한 칸도 못 올라갔다"던 그는 "이젠 건강해져 이렇게 커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를 비롯한 더불어락 노인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유자차와 생강차 원액을 가져와 손님들에게 차를 내놓는다. 커피 내리는 솜씨도 여느 바리스타 못지 않다. 특히 송씨는 "몸이 건강해진 것도 좋지만 마음이 참 편하고 풍요로워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여기서 번 돈으로 손주들 선물도 사고, 얼마 전엔 아들 에어컨 사는 데 돈을 보태줬다. 물론, 아들은 마다하지만 이 나이에 내가 번 돈으로 자식들과 손주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강 관장은 "인간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할까"라며 "노동 가능한 근력을 갖고 있는 한, 자기 노농을 통해 자기의 삶을 영위하게끔 만드는 게 최고의 복지다"라고 강조했다.

노인만의 공간? 지역사회 위해 기꺼이 내놔

▲ 광주 광산구 월곡시장에 있는 더불어락 협동조합의 '밥상마실(음식점)'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협동조합의 두부마을(두부공장)에서 노인들이 직접 두부를 만들고 있다. ⓒ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북카페 설립 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광산구 노인들은 2012년 12월 '더불어락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협동조합은 개정법 시행령 발효 후 생긴 광주·전남 1호 협동조합이다.

현재 협동조합에선 앞서 소개한 북카페를 비롯해 '밥상마실(음식점)', '두부마을(두부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최근 광주 지역 중견업체인 '선두콩나물영농조합법인'은 해썹(HACCP) 시설을 갖춘 공장을 제공하는 등 할머니 직원 네 명의 두부마을에 직접 투자하고 나섰다. 더불어락이 가진 브랜드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광주 광산구 월곡시장에 있는 밥상마실도 최근 리모델링을 마쳐 메뉴를 늘리는 등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더불어락의 또 하나의 특징은 노인복지관이 노인 만이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간과 주말에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하고 이곳에서 야간 마을학교, 어린이 인문학당, 작은 콘서트, 공정무역토크, 주민 작품 전시회 등을 열었다.

장애인부모연대, 학부모독서회, 노동조합 등과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조직과의 교류도 늘렸다. 자연히 재능기부 하려는 노인이 늘었고, 주민과 어린이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늘었다.

자연히 입소문도 탔다. 2011~2014년 총 250차례 9200여 명의 인원이 더불어락을 찾아 노하우를 배웠다. 2013년엔 대한민국지역사회복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4년부터 발간된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지역화교과서에 더불어락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강 관장은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북카페 설립을 논의하고, 공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며 "물질적 시혜를 받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삶이 거룩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 하나하나에 자기의 기부와 노동이 스며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라며 "더불어락의 북카페, 두부공장 어르신들 중 그만하겠다는 분들보다 더 일하겠다는 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 12일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의 북카페에서 송희순(여, 광주 광산구)씨가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만들고 있다. ⓒ 모철홍

▲ 12일 서울 성북구청 직원들이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을 찾아 강위원 관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 모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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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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