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공주에 나타난 '실지렁이 산책로',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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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금강 변에 쇠말뚝 박고 자물통 채운 까닭
[10만인리포트-금강에 산다] 4대강 사업 그 후, 씁쓸한 풍경들

15.05.12 18:52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지난봄부터 금강에서는 매일같이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다. 파리들이 썩어가는 물고기 사체에 달라붙어 뜯어먹고 있다. ⓒ 김종술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에 맴도는 5월이지만 금강 변을 걷다 보면 기분 나쁜 불순물이 끼어든다. 죽은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썩어가면서 풍기는 악취다. 간장색으로 변한 물빛을 보면 물속도 걱정이다. 몇 해 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저 밑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요즘 부쩍 많아진 낚시꾼들이 건져 올리는 어종을 보면 어렵지 않게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생태계 교란이다.

금강 변에는 낚시꾼이 쓰다 버린 떡밥과 버려진 음식물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주변엔 비닐봉지부터 음료수병과 버려진 쓰레기가 지천이다. 추운 밤공기에 모닥불까지 놓으면서 까맣게 타다만 나뭇가지부터 비닐까지 널브러져 있다. 그 위에 파리와 깔따구가 시커멓게 몰려든다.

'첨~벙 첨벙 파~다다닥'

물속에선 비늘이 벗겨지고 상처가 생긴 물고기들의 목숨을 건 산란이 시작됐다. 지난 4월부터 4대강 사업에 다 사라지고 몇 가닥 남아있는 수초 가장자리로 몰려드는 데물 붕어와 잉어들을 잡으려고 낚시꾼들과 한판 전쟁이 벌어졌다. 통제구역을 마구 넘나드는 낚시꾼과 이를 쫓는 공무원들과의 실랑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에피소드 1] 저수지 낚시터로 변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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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란기 낮은 물가로 찾아드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지장화까지 입고서 걸어들어 간다. ⓒ 김종술

"기자가 차량이 들어왔다고 제보해서... 그러니까 차들 빼세요!"
"고기도 안 나오는데 더럽게 귀찮게 하네!" 

얼마 전 금강에 갔을 때 목격한 실랑이다. 그 전에 파라솔과 의자를 등에 지고 양손에 낚시가방을 든 사람들이 바닥에 짐을 내려놓고 삽질을 했다. 그들은 차량출입을 막으려고 파놓은 구덩이 수로를 흙으로 메웠다. 그 뒤 짐을 다시 차에 싣고 둔덕을 넘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차량도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4륜 구동 차량이 습지에 빠졌다.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쓸 때마다 바닥은 더 깊게 팼다. 오프로드 차량이 밧줄을 연결하여 빼느라 주변 습지는 온통 구덩이가 파이고 허연 바위가 드러나 버렸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에 의해 낚시꾼들은 통제구역 바깥으로 쫓겨났다. 그렇게 망가진 습지가 복원되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에~이 시X 어떤 놈이 (차량이 출입하면서 생긴 도로) 이렇게 해놓은 거야!"

▲ 낚시꾼들의 차량 출입으로 습지가 훼손되자 공주시가 중장비를 동원하여 수로를 더 깊이 파버렸다. ⓒ 김종술

덤프에 중장비를 싣고 온 공무원은 거칠게 쌍욕을 해대면서 신경질적으로 구덩이를 더 깊게 파버렸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지 주변에 있던 바윗덩어리까지 끄집어 올려놓는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전쟁에 신경들이 곤두서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는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가 생기면서 흐르던 강물이 흐름을 멈추고 물고기들도 여울성 어종에서 담수성 어종으로 바뀌었다. 수심이 깊어지고 하루살이 날파리 등 물가에 유충과 저서생물이 많아지고, 상위 포식자인 붕어와 잉어 등에게 먹이가 풍부했기 때문이지 낚시꾼들의 평생 꿈인 4자(40cm 넘는 붕어)가 넘는 붕어도 심심찮게 잡히고 있다. 1~2급수를 자랑하며 비단결 같이 흐르던 금강이 '공짜' 저수지 낚시터로 바뀐 기막힌 현실.

[에피소드 2] 강에 쇠말뚝 박고 자물쇠 채운 까닭

▲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목은 쇠말뚝이 박고 열쇠를 채웠다. 그리고 주변을 깊게 파서 수로로 만들었다. ⓒ 김종술

밤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의 짐 무게는 평균 잡아 20kg. 100~200m 거리가 되는 물가까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버거운 낚시꾼들은 무슨 수를 쓰든 차량을 타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게 쇠말뚝이다. 강변 곳곳에 거대한 쇠말뚝을 박았고 큰 자물통으로 채웠다. 그것도 모자라 주변을 구덩이로 팠다. 낚시꾼들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자치단체의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낚시꾼들은 물가로 내려갈 수 있는 조그만 틈만 있으면 차량을 타고 들어간다. 자치단체에서 박아 놓은 일부 쇠말뚝을 밧줄로 걸어서 뽑아버린 곳도 있다. 최근에도 기자는 부여군 인근에서 강변 둔덕을 삽으로 파서 구덩이를 메우거나 쇠말뚝을 차량으로 밀어버리는 거친 낚시꾼까지 보았다. 

습지 훼손으로 공무원에 의해 차량을 주차장으로 빼야만 했던 낚시꾼은 그날 밤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서 수로 주변을 파헤쳐 버렸다. 보복이었다. 강에서 만난 한 낚시꾼은 차 문을 열어 보이며 수로를 건너다닐 수 있도록 벽돌을 싣고 다닌다고 했다.

'보 상·하류 1km 낚시 및 물놀이 금지구역 위반시 과태료 300만 원 이하가 부과됩니다'

▲ 낚시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 ⓒ 김종술

4대강 사업이 끝나고 자치단체들은 보 상·하류 1km 지점을 수상레저금지구역으로 묶었다. 공주보 상류 800m 지점은 부들과 갈대 수초가 형성된 곳으로 산란기 물고기들의 최적 장소다. 오전 10시 낚시를 금지하는 차량 방송에 사람들이 쫓겨난다. 하지만 차량이 떠나고 숨바꼭질하듯 낚시꾼이 다시 자리를 잡는다. 매일같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벌어지는 전쟁이다.

부여보 상류 300m 구간도 습지가 잘 형성된 구간이다. 50여 cm에서 1m 수심이고 늪지와 수로 수초까지 형성되어 있기에 산란기 최적의 포인트다. 낚시꾼의 출입이 잦아지자 수자원공사는 차량출입을 막으려고 쇠말뚝을 박고 열쇠를 채웠다. 주변 도로와 농수로에 불법주차 차량이 몰리면서 농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틈새를 빠짐없이 막았지만 어떻게 들어왔는지 강변엔 타고 온 차량으로 넘쳐난다.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둔치 관리는 국토부에서 가난한 자치단체로 떠넘겨졌다. 유지관리를 떠안은 자치단체는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모든 둔치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방치된 구간에는 제초제를 뿌리자는 과격한 공무원도 나오고 있다. 

물고기를 잡으려는 낚시꾼과 버려지는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자치단체와의 싸움은 4대강 콘크리트 말뚝이 뽑히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 같다. 

[에피소드 3] 영농금지 표지판도 허문다

▲ 무단점용 경작금지 표지판이 세워진 곳까지 버젓이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속은 뒷전이다. ⓒ 김종술

'이 지역은 하천구역으로 무단점용과 경작을 금지하며 위반 시 하천법에 의거 변상금 부과 및 고발 조치함'

자치단체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둔치는 낚시꾼만의 문제는 아니다. 살 떨리는 문구다. 하지만 버젓이 영농금지 표지판이 세워진 둔치까지 농민들은 경작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호밀과 배추·무·참깨 등 밭작물까지 둔치에 로터리를 치고 경작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초기 보상금까지 받았던 사람도 강변 둔치에 남아있다. 대토를 구하기보다는 판매시까지 방치하기 위한 속셈이다.  

신성리 갈대밭은 가을이면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공주시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둔치에 신성리 갈대밭의 2배 규모인 12만 평에 거대억새를 심어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고 비닐을 깔고 억새를 키우고 있다. 농민들이 보기에는 이 또한 경작으로 보일 것이다.

"(공주시) 지들은 갈대 키운다고 바닥에 비닐까지 깔아놓고 농사를 지으면서 버려진 땅에 왜 농사는 안된다는 거여!"

▲ 공주시가 갈대밭 조성을 위해 강변 둔치 12만평에 비닐을 깔고 거대억새를 심었다. ⓒ 김종술

공주시 어천리 강변에서 밭농사를 위해 트랙터로 로터리를 치던 어르신이 다짜고짜 따져 묻는다.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을 겪으면서 자식들 키우느라 도로변 화단까지도 경작해야만 했던 어르신에게는 버려진 것처럼 방치된 땅을 그냥 지나치기란 힘들 것이다.

구부정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호미로 둔치를 일구던 할머니가 사진을 찍던 기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지난해 모습이 생각난다. 관에서 나온 것으로 착각했나 보다. "마늘이라도 심어서 서울 사는 자식들에게 줄까 해서 풀밭을 일군다"고 하셨다. 한편으로 이해는 가면서도 경작으로 인해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봐 안타깝다.

자치단체도 농민들의 불법경작을 막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메밀밭과 코스모스를 심어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시도는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서 불발로 끝났다. 이번엔 자갈밭에서도 잘 자란다는 '돼지감자'를 심자는 의견이 대세다. 실제로 공주시는 방치된 둔치에 '돼지감자'를 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모래사장에 솥단지 걸어놓고 잡은 물고기, 다슬기 나물까지 몽땅 집어넣어 끓여내던 짬뽕 같은 환상적인 레시피는 4대강 삽질과 함께 사라졌다. 물가엔 죽은 물고기에 달라붙은 파리들만 배고픔을 채우고 있다. 낚시꾼과 불법 경작 농민들도 그 위에서 공무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 한 달에 25일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늘 이렇게 금강에 산다. ⓒ 김종술

봄이 지나가는 길목, 햇살이 뜨겁다. 수온이 오르고 물속에서 숨죽이던 큰빗이끼벌레와 날파리에 실지렁이까지...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금강을 오늘도 난 걷는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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