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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잠만 자던 학생, 글쓰기 시작"... 공간 바꾸면 아이가 바뀐다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 광주 광산구②] '공간 혁신' 선운중학교

15.05.13 10:06 | 소중한 기자쪽지보내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광주 광산구는 오는 5월16~17일(1박2일) '꿈틀버스'를 운행합니다. 꿈틀버스 1호차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광주 광산구에서 꿈틀거리는 협동조합 '클린광산' '더불어락' 등을 찾아가며 오연호 대표의 '행복특강'도 개최합니다.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오마이뉴스와 광산구가 꿈틀버스 공동 취재단을 구성했습니다. [편집자말]
▲ 2013년 개교한 선운중은 지난 3월 24일 학교 안에 '삶을 위한 학교'를 열었다. 예술작업실 꼬물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이 꼬물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 모철홍

똑같은 교실, 똑같은 책상, 똑같은 칠판…. 각자 생김새와 말투는 물론, 가슴의 뜀박질까지 모두 다르지만, 대한민국 학생들은 똑같은 공간에 앉아 똑같은 생각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창의, 융·복합, 다양성과 같은 혁신적 교육 키워드도 이러한 상황에선 죽은 단어로 전락한다. 창의의 강요, 똑같은 창의는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교실에선 잠만 자던 학생이 이곳에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공간을 바꾸니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넘어, '어디서 배워야 할지'를 고민하자 학생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달라진 공간은 각자 다른 심박수 만큼, 각자 다른 생각을 내놓게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선운중학교의 이야기다.

주말에도 가고 싶은 학교

▲ 선운중 학생들이 '인문공간2037'에 전시된 사진을 보고 있다. ⓒ 모철홍

▲ 예술작업실 꼬물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선운중 학생들이 떨어진 나무가지를 주워 업사이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 선운중

2013년 개교한 선운중은 지난 3월 24일 학교 안에 '삶을 위한 학교'를 열었다. 설계부터 개소식까지 약 6개월의 과정을 학생들이 도맡았다. 스스로 직접 만든 공간에서, 학생들은 뚝딱뚝딱 망치질하며 업사이클(upcycle,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버려진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일) 활동을 벌이고,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교실 구석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는 대신 이곳을 찾아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구상하기도 한다. 하다 못해 할 게 없는 점심시간에 무작정 이곳을 찾기도 한다. 갈 곳이 있다는 건 그렇지 않은 것과 천지 차이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행복하다"고 말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카톡을 보내는 이유다.

삶을 위한 학교를 주도한 선운중 혁신부장 김태은 교사는 삶을 위한 학교를 준비하는 6개월 동안, "학생 스스로 설계하고, 토론하고, 모형으로 만들고, 직접 발표하는 과정"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작정 던져진 공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들 스스로 만든 공간이어야 그 공간을 꾸준히 이용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공간을 설계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나아가 어떤 공간이 탄생할지 상상하고,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자 '행복'을 느꼈다.

지난 11일 오후 선운중의 쉬는 시간, 학생 여럿이 쪼르르 삶을 위한 학교를 찾았다. "까르르"하는 웃음이 공간을 채웠다. 학생들은 직접 전시한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추억거리를 늘어놨다. 멀찍이 서 있던 기자에게 "저희가 만든 거예요"라며 연신 자랑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

▲ 인근 학교 교사들이 선운중을 찾아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준비한 '기다림의 팽목항'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 모철홍

▲ 예술작업실 꼬물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 모철홍

김태은 교사는 "학교 안에 학교와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삶을 위한 학교를 구상했다. 그는 "삶을 위한 학교는 유례가 없는 사례"라며 "학교에 정원 외 예술가를 채용한 사례부터 굉장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교가 채용한 이호동 작가는 학생들이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는 과정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삶을 위한 학교는 '인문공간 2037(아래 2037)', '꼬물', '수작사계' 등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선운중 주소 '선운로 20번길 37번지'에서 이름을 딴 2037은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2037의 벽엔 학생들이 직접 전시한 사진과 학교에서 구입한 예술 작품이 걸려 있다. 학생과 교사가 차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시작한 '기다림의 팽목항' 전시회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같은 날 수학여행을 떠난 선운중 학생들은 그동안 세월호를 주제로 한 수업의 결과물을 학교 2층에서부터 1층의 2037까지 이어 전시했다. 실종자 조은화(단원고)양의 부모도 선운중을 찾아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수학여행-두 개의 기억'이란 제목의 이 작품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선운중 모두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2014년 4월 17일, 우리는 사진을 찍고 부모님께 잘 있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마지막 그리움을 담은 다급한 문자를 보냈습니다.

2014년 4월 18일, 우리는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들은 금요일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우리는 일상에서 잊기도 하고, 떠올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2015년 4월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2014년 4월을 삽니다.

예술작업실 꼬물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앞치마를 두른 학생들은 직접 망치와 톱을 들고 업사이클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공방인 수작사계는 아이들이 토론하기도, 뒹굴기도 하는 놀이터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선운중 안의 삶을 위한 학교는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갈 계획이다.

한편 광주 광산구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마련한 '꿈틀버스'는 오는 17일 선운중을 찾아 삶을 위한 학교와 마주할 예정이다.

▲ '인문공간2037'에서 열린 '삶을 위한 학교' 개소식에 학생, 교사 등이 참석해 공연을 즐기고 있다. ⓒ 선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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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곧 인권" - 김태은 교사 인터뷰
▲ 선운중 혁신부장 김태은 교사. ⓒ 모철홍

선운중 혁신부장 김태은 교사는 11일에도 인근 중학교에서 견학 온 교사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삶을 위한 학교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 10여 차례, 400여 명의 인원이 선운중의 사례를 보고 갔다. 이날 견학 일정을 마무리한 뒤, 2037에서 김 교사와 앉아 대화를 나눴다. 아래는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 삶을 위한 학교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스웨덴의 종합학교 '푸트룸(Futurum, 미래를 의미)'이 큰 영감을 줬다. 푸트룸에 들어가는 순간, 이 학교가 무엇을 지향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지 공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의 아이들과 교사들의 표정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눈에 보인 건 여전히 일제강점기 시절의 효율성을 추구한다며 만들어진 네모 모양의 학교였다. 너무 추운 복도였다. 그리고 자기 집보다 훨씬 안 좋은 곳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 공간 혁신에 중점을 둔 이유는.
"학교 안의 교육 내용과 관련해선 많은 것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이뤄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공간은 곧 인권이다. 모두 똑같은 네모 모양 교실에서 어떤 혁신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겠나.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여러 가지가 창조된다.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 전시 등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 갈 곳이 생긴다. 학생들은 스스로 무얼 할지 찾고 이 과정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하게 된다.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김경인 저)라는 책이 말하듯 공간이 바뀌면 아이들도 바뀐다. 이 공간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고, 이를 교사에게 제안하며 한 단계 성장한다.

교사의 임무, 배움이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업하는 것

▲ 예술작업실 꼬물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선운중 학생들이 꼬물에서 학교에 상주하는 이호동 작가와 함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선운중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의 탄생"을 꿈꾸고 있다.
"학교는 1년 단위로 돌아간다. 선생님도 매번 바뀐다. 때문에 생명력이 짧고, 문화가 없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졸업해 학교를 떠나도 이 지역 주민으로 남는다. 본인의 재능을 계속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걸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다. 교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주도한 교사가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그 사업이 중단돼선 안 된다. 학교는 더 이상 교사의 것이 아닌 지역의 것이다. 그래서 학교 안 추진단과 함께 학교 밖 추진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어떤가.
"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행복을 느꼈다. 학교라는 공간이 일시적으로 스쳐 가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참여할 수 있고, 내 의견이 반영되고, 그에 따라 무엇이 탄생할지 상상하는 공간이 됐다. 지금을 살게 된 것이다.

학부모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인문공간 2037'의 인문학강좌 등 학부모들의 참여가 굉장히 활발하다. 학부모들이 이 공간에 오면 무척 행복해한다. 인문학강좌가 총 12회였는데 그 후기 중 한 학생의 어머니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자기 정화다. 학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 같은데.
"안 하던 짓을 한다는 건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쓴다는 것을 의미하고, 학교 입장에선 굉장히 힘든 시도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행정실장은 예산을 집행할 때마다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이 안 돼 고생이 많았다. 어쨌든 교장 이하 많은 학교 구성원이 사고를 치는 것을 알면서도 참아줬고, 이 사고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거란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 학교 안에서 '기다리는 팽목항'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교육하면 좋을까, 다른 교사들과 교무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슬픔을, 누군가는 그리움을, 누군가는 행동을 이야기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수업했고, 수업 내용을 학교에 전시했다. 전시해놓고 보니 이것도 하나의 교실이고 공간이더라.

지난달에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조은화 양의 부모님이 우리 학교를 찾았다. 학생들은 실종자 부모님이 온다는 것,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고, 고마워했다.

아이들이 이러한 감정을 느꼈다면 타인의 고통을 시혜의 방식이 아닌 나의 견강한 삶으로 연결해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극적 유희가 아닌 삶의 재미를 느끼고, 시간을 잘 가지고 놀 수 있는 자기 삶의 기획자가 된다. 말 그대로 건강한 시민으로 기르는 과정이다."

- 교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수업을 하다 보면 '읽어야 해', '판단해야 해', '실천해야 해' 등과 같이 학생들에게 당위적인 것을 많이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그럴 기회를 얼마나 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배웠던 것을 내 삶으로 이어질 수 있게 수업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게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기다림의 팽목항 전시를 하고 나니 한 학생이 팽목항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하더라. 그래서 부모님 차를 타고 가지 말고 직접 표를 끊어 가보라고 했다. 스스로 차편을 알아보고, 부모님을 설득해 팽목항에 다녀온 이 학생이 한 단계 깊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교실에서의 점수를 위한 실천이 아닌 본인이 직접 기획해 진행하는 실천을 제공하는 게 앞으로 학교의 몫이다."

▲ 선운중 혁신부장 김태은 교사가 11일 선운중에 견학 온 인근 학교 교사들에게 '삶을 위한 학교'를 설명하고 있다. ⓒ 모철홍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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