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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

'쓰레기' 시멘트 전쟁 10년
방송기자도 놀란 시민기자
[이 사람, 10만인]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펴낸 최병성씨

15.04.10 14:13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목사)는 9일 저녁 남창원농협유통센터 대강당에서 창원 가음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주최로 “건강한 집짓기를 위한 강연회-쓰레기 발암 시멘트에 감춰진 진실을 공개합니다”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시멘트 재벌과 정부, 언론에 맞서 싸우는 한 시민, 대체 어디까지가 이 사람의 한계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골리앗에 맞선 다윗, 그 흔해빠진 은유는 현실이었다. 그를 안 지 10년이 됐지만, 난 그를 너무 몰랐다.

최병성 환경 전문 시민기자(목사)가 최근에 <대한민국 쓰레기시멘트의 비밀>(이상북스 출판)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가 10만인리포트(다음펀딩 뉴스 공동 게재)에 올린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연재 글을 다듬고 보충해서 쓴 책이다. 쓰레기 시멘트 재벌과 싸운 10년의 기록이다. 그가 홀로 쓴 고발의 기록이다.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진실의 기록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충격적인 정보와 일깨움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보는 시멘트벽이 어떤 재질의 쓰레기로 이뤄졌는지를 샅샅이 파헤쳤다. 인체에 유해한 재질을 넣으면 넣을수록 시멘트 재벌들의 돈 주머니가 부풀어 오르는 부도덕한 이윤창출 시스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추악한 돈벌이를 정부가 합법화해주는 이유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과를 낙관한다. 그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세상의 변화는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반생명에 맞선 그의 싸움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그가 책에서 서술한 내용을 재구성했다.

[변화의 바람] 깨어나는 입주자들

2014년 11월 26일 밤, 그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창원의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이 시공사인 포스코 건설에서 받은 메일을 전달했다. 공문 내용을 요약하면 시멘트 제조공정에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국내 시멘트 재벌들의 납품을 거부했다. 레미콘 회사들이 포스코 건설의 요구를 받아들여 거래하던 시멘트 회사를 변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시멘트공장에 쌓여 있는 사진 속의 타는 쓰레기와 안 타는 쓰레기 모두가 오늘 우리 집이 됩니다. 그런데 시멘트값 225만 원에 약 70만원만 더해 300만 원 가량이면 이런 유독성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비 3억원 중에 70만원이 우리 가족이 평생 발암물질 가득한 시멘트에 살아야 할 만큼 큰 돈일까요? ⓒ 최병성

최근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 모임에서도 쓰레기 시멘트로 아파트를 짓지 말라고 건설사에 요구했다. 입주자들은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는 시멘트 제품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아직 쓰레기를 넣지 않는 시멘트로 지은 건강한 아파트 1호는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병성 시민기자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인해 주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깨어난 주민들이 건설사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발암 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를 해결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입주자들이 건설사에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요구하고 건설사는 시멘트를 납품하는 레미콘 회사에 어떤 시멘트를 쓸 것인지 지시만 하면 된다."(책 28쪽)

[거짓말 VS. 진실] 망치로 깬 거짓말

1. 시멘트에 쓰레기 넣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가가 오른다?

시멘트 업체들은 겉으로는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걱정했다. 업체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파트 건축에 소요되는 시멘트 비용을 산출해야 하는데, 기업의 생산 원가 정보를 한 시민이 알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병성 목사는 모 건설사 임원을 통해 정확한 시멘트 비용 산출 정보를 입수해서 이를 공개했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32-33평형) 아파트 한 세대 건설에 소요되는 총 시멘트 값은 평균 130만원에 불과했다. 1300만원도 아니고 고작 130만원에 불과하다니, 믿겨지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중략) 130만원의 20퍼센트인 26만원만 추가하면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하고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책 41~42쪽)

그는 은행대출을 받아서 어렵사리 수억 원을 주고 산 집인데, 고작 20만~30만 원 때문에 평생을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가득한 쓰레기에 갇혀 살려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자비를 들여 쓰레기 시멘트 여론조사를 했다. 86.7%가 50만~1000만 원의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를 밝혔다.  

2. 시멘트에 쓰레기를 넣으면 처리비용 1740억 원 절감?

한국양회공업협회가 용역을 준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에서 재활용하는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할 경우 최종 처리비용은 2006년 기준으로 연간 174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비용 예측을 토대로 환경부와 시멘트 업체들은 시멘트에 쓰레기를 넣는 것을 '자원 재활용'이라고 합리화 해왔다. 이 비용을 전 국민 1인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3480원이다.

"우리가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으로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이유가 고작 3480원 때문이다. 나와 우리 가족의 일인당 생명 값이 고작 3480원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중략) 이 돈으로는 현재 담배 한 갑도 살 수 없는 돈이다."(책 49~50)

3. 쓰레기 시멘트는 굳으면 안전하다?

▲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병성 목사 초청 10만인클럽 특강 '아파트가 위험하다'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최병성 님의 글과 관련하여 오해의 소지가... 스테인리스 수저에는 크롬과 니켈을 다량 함유하고 있지만 용출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음식을 먹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인용문은 환경부 홈페이지에 올랐던 해명성 글이다. 한국양회협회 홈페이지에도 똑같은 글이 올라있다. 중금속 함량이 높아도 시멘트는 굳으면 용출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최병성 목사는 '환경부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안과 추진방향' 토론회장에 가서 발표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어나서 시멘트로 만든 숟가락을 꺼내들고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 대표들을 향해 물었다.

"그동안 쓰레기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말씀들 하셨죠. 오늘은 내가 시멘트로 숟가락을 만들어 왔는데, 이걸로 밥 드실래요?"

그 뒤 가방에 있는 크롬 숟가락과 쇠망치를 꺼내 망치로 내리쳤다. 끄덕하지 않았다. 다음에 시멘트 숟가락을 내리쳤다. 산산조각이 났다. 방청석까지 시멘트 가루가 튀었다.

"순간 토론회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조금 전까지 시멘트 공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멘트협회 관계자들이 시멘트 숟가락 퍼포먼스 하나로 모두 벙어리가 되었다."(책 90쪽)

[일본 쓰레기와의 전쟁] 작은 승리를 무력화한 환경부 '구걸 공문'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에 매년 발표하는 폐기물 처리현황의 석탄재 수출 대상국란에는 '한국'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국내의 석탄재는 남아돌고 매립장을 지을 땅조차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던져주는 돈 때문이다. 일본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는 비용은 톤당 20만 원, 하지만 국내 시멘트 업체들에게는 5만 원만 주면 경쟁적으로 가져간다. 일본은 염가에 쓰레기를 처리하고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수백만 톤의 석탄재를 수입해서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제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질문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낸 석탄재, 철 슬래그, 폐타이어 등의 쓰레기들이 한국에 들어와 이렇게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우호 관계를 위해 더 이상 일본 쓰레기를 한국으로 보내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책 160쪽) 

2007년 10월 24일 구성된 쓰레기시멘트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회 위원이었던 최병성 목사가 일본으로 날아가 환경성 직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일본쓰레기 수입현장을 찍으려고 동해항과 삼척 항에서 날밤을 새우고, 시멘트 공장에 잠입해서 힘들게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일본 환경성 직원들은 난감해 했다고 한다. 그 뒤에 일본 폐기물의 한국 수입이 중단됐다. 한 시민이 쓰레기 시멘트 재벌과 일본 환경성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이룬 쾌거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한 달 뒤에 우리나라 환경부 공무원이 일본 환경성에 '구걸성 공문'을 보냈다. 지역주민(최병성)이 지적한 문제가 다 해결됐으니 다시 쓰레기를 수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문제가 해결됐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해당 공무원은 국회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최 목사는 일본 악성 쓰레기를 재활용 물품으로 위장해 부산항으로 수입하는 현장을 적발해 일본으로 되돌려 보냈고 환경성으로부터 사과 공문을 받기도 했다.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 지금도 일본 쓰레기와의 '나홀로 전쟁'은 진행 중이다.

[다윗의 10년] 일개 시민이 환경부와 '맞짱'
ⓒ 이상북스

"2008년 6월30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환경부가 지난 8개월여의 민관협의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다. 나는 환경부가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잘 알고 있었다.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시멘트는 안전하다'고 할 것이다.(중략) 모든 언론이 그대로 받아쓸 것이 분명했다. 그냥 구경만 할 수 없었다."(책 291쪽)

그날 그는 환경부 직원들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자들과 인사를 한 뒤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환경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 그는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 시멘트에 발암물질 6가크롬 등이 외국 시멘트에 비해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SBS의 한 기자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최병성 목사에게 한 마디 했다고 한다.

"오랜 기자생활 중에서 일개 시민이 정부와 맞짱 브리핑을 하는 건 처음 봅니다."

그는 이 책의 '나가는 글'에서 쓰레기 시멘트 집에서 그나마 건강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리고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 표시제 실시 등의 대안도 내놨다. 무엇보다 그는 쓰레기 시멘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면 국민이 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상의 변화는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 승리의 기록이다. 이제 시민들이 깨어나 화답할 차례다. 

PS. 쓰레기 시멘트와 10년간 싸울 때 그의 가장 큰 무기는 '글쓰기'였다. 오는 4월 15일 오후 7시에 <오마이뉴스> 서울 상암동 사무실 대회의실에서 '최병성의 글쓰기 특강'을 개최한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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