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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

치킨집 알바가 국회보좌관으로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2-③] 내부 고발 지원의 길을 가다

15.04.30 13:32 | 강민수 쪽지보내기|이희훈쪽지보내기

여기 회사를, 조직을, 동료를 '배신한' 사람들이 있다. 조직의 부정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배신자가 된 사람들, 바로 내부고발자다. 그들의 용기는 현실을 바로 잡았지만 해고와 전출, 따돌림을 당했다. 무엇이 그들을 고발하게 만들었을까? 관심이 사라진 지금,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혹시 너무 외롭지는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말]
*2편 "너랑 있는 거 CCTV 찍혀, 저리 가"에서 이어집니다.

[기자회견] 또 다른 내부 고발자들과의 만남

노동위원회가 두 차례 부당해고 결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소송으로 결판을 짓겠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포스메이트 내부 고발자' 정진극씨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찾아갔다.

2013년 10월 7일, 정씨의 내부 고발 내용과 과정 등이 세상에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포스코의 동반성장 실적 조작 및 공익 제보자 탄압 폭로'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정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복직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조심스러웠다. 대신 전화 연결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부당 해고를 취소하라"고 말했다. 

그의 사연을 소개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해 12월, 참여연대가 주는 의인상 수상자가 됐다. 당시 공동 수상자 6명 중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경찰 윗선의 수사 외압·은폐를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권 과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수상자들은 생업을 잃은 상태였다.

참여연대와의 인연으로 정씨는 이지문 호루라기 재단(내부 고발자 지원단체) 상임이사를 알게 됐다. 이지문 이사는 1992년 육군 중위로 복무하던 중 간부들이 병사들에게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후보에 투표하라고 강요한 사실을 폭로했다. 정씨는 이 이사를 비롯한 내부 고발자들과 힘을 모아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를 세웠다. 센터는 자발적 신고 활성화, 부정부패 추방, 투명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씨는 이곳에서 내부 고발자 상담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려워진 상태였다. 장기간의 소송전과 해고로 인한 생계난 속에서 그는 여러 가지 일을 전전했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어묵탕을 끓이고 오징어를 굽는 등 안주를 만들고, 오후 6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접시를 닦는 일이었다. 치킨집 시급은 7000원이었다.

스물아홉, 포스코 계열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할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미래였다. 이후 정씨를 안타깝게 여긴 호루라기 재단에서 그를 소정의 월급을 받는 상근 활동가로 고용했다. 지난해 11월 말, 2심 법원까지 정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회사가 제기한 상고 결정만 남게 됐다.

[합의] "이젠 졌다" 손들고 나온 회사... 결국 합의

▲ 정진극씨는 지난해 12월, 회사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는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사실상 해고가 부당했음을 인정한 셈이었다. ⓒ 정진극

포스메이트는?
(주)포스메이트는 포스코 그룹의 한 계열사로 포스코 그룹 내의 부동산 임대 및 관리, 시설물 관리, 실내건축·기계·전기공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1990년 12월 퇴직 임직원들의 모임인 '포스코동우회'가 설립, (주)포우진흥으로 출발했다가 2006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포스메이트로 상호가 바뀌었다.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포스코가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57.2%, 포스코동우회가 31.7%, (주)포스코건설이 11.0% 보유하고 있다. 본사는 서울 대치동에 있으며 임직원은 680여 명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회사가 내부거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는 점을 포착했다. 포스코그룹의 내부거래에 힘입어 회사의 매출액이 2009년 822억 원에서 2013년 1184억 원으로 44%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포스메이트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여하는 등의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갑작스럽게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단 만나자는 것이었다. 소송을 벌이면서 한 번도 연락이 없던 회사였다. 회사 근처 한 카페에서 회사 측 상무를 만났다.

상무는 정씨를 보자마자 간밤의 뉴스 이야기를 했다. "회사 비리 제보에 '배신자' 낙인, 내부 고발자 결국 자살"이라는 제목의 뉴스였다. 30대 남성이 회사의 비리를 제보한 뒤 고통에 시달리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내용이었다. 정씨는 상무가 왜 그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말을 빙빙 돌리던 상무가 "회사가 상고해도 질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합의를 하자"며 본심을 털어놓았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합의를 요구한 것이다. 사실상 정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했음을 회사가 인정한 셈이었다.

정씨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2014년 12월 12일자로 복직하고, 이 날짜로 퇴직하겠다고 도장을 찍었다. 또 해고 이후부터 복직까지의 임금, 입사일부터 퇴직기간의 법정퇴직금과 퇴직위로금을 받았다. 양측은 해고와 관련된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권은희 의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권 의원과 함께 내부 고발자를 돕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올해 1월 2일부터 권 의원의 별정직 5급 비서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누구?] 골리앗 이긴 다윗... "또 다른 고발자에게 희망되겠다"
▲ 포스코 계열사 내부고발로 해고 당한 정진극씨. ⓒ 이희훈

지난 3월 24일부터 이틀간 권은희 의원실에서 정전극씨를 만났다. 업무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내부 고발 전후로 벌어진 악몽 같았던 시간들을 화이트보드에 적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소송 자료가 담긴 파일들을 보여줬다. 그중 상당수는 동료 직원과의 대화를 녹취한 것이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모은 것들이었다.

1982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난 정씨.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지난 2009년 9개월간 포스코 본사에서 인턴 사원으로 일했다. 그는 포스코의 기업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일례로 인턴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직장 상사가 비위행위를 하면 신고할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신고하겠다'고 답했다. 합격한 뒤 인턴 동기들에게 물었더니 모두 '신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인턴 경험을 통해 그는 포스코에 꼭 입사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2010년 4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메이트에 입사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했을 때, 눈앞에는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져 있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질을 일삼는 부장을 만나면서 회사 생활은 지옥으로 변했다. 내부 고발을 했지만 해고당했다. 그는 다윗과 같았다. 조직과 자금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상대로 홀로 싸웠고 승리를 이뤄냈다.

- 회사와 합의를 꼭 했어야 했나요. 합의 안 하고 대법원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물론 대법원에서도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게 걱정이었어요. 2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을 견디기가 어려웠어요. 회사와 합의함으로써 저 같은 내부 고발자가 승리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고발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내부 고발자가 회사나 조직을 상대로 승리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죠?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아요. 고발자는 개인이지만, 회사는 대형 로펌을 등에 업고 있어 훨씬 유리하거든요. 내부 고발자들이 증거를 잘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또 사소하고, 엉뚱한 일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고발 준비로 인한 휴가 사용, 지시 불이행 등. 고발을 하려면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해요."

- 또 다른 '내부 고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안타까워요. 제가 호루라기재단에서 내부 고발자들을 상담했는데, 대부분 해고되거나 관련 소송이 다 끝난 분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죠. 신고하기 전에 시민단체나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내가 신분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 증거 보전 방식은 무엇인지, 신고를 위해서 필요한 일들을 찾아가는 것이죠. 정말 준비를 많이 해야 해요."

- 최근 포스코건설의 비리로 임직원 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덮어졌을까 생각해요. 동반성장 실적 조작에 대한 신고도 포스코 본사(정준양 회장)에 했지만 결국 묵살된 거잖아요. 저 같은 사람들이 비리나 부정을 신고했지만 덮이는 게 현실이에요. 이번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도 감사실에서 혐의를 포착했지만 그냥 넘어갔거든요. 포스코가 비윤리센터를 갖추고 있다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할 뿐입니다."

[그의 현재] "내부 고발자 굶지 않게 법률 만들겠다"
▲ 포스코 계열사 내부고발로 해고 당한 정진극씨는 "내부 고발을 한 사람이 해고를 당해도 굶지 않게 국가가 지원하는 법,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만들 겁니다. 올바른 말을 한 사람이 대우받을 수 있는 나라,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해도 두렵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 이희훈

그는 현재 석 달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고 있다. 정책과 법률을 다루는 의원실 정책비서로서 적응 중이다. 신입사원과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그는 "업무 처리가 늦어서 매일 야근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웃었다.

- 신고, 해고, 합의까지 지난 3년간의 일을 떠올리면 감회가 어떠신지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얘기죠. 치킨집에서 접시를 닦은 게 몇 달 전인데 이렇게 국회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저는 앞으로 일반 회사에서는 일을 못할 것 같아요. 내부 고발자로 전 직장에서 쫓겨났는데 누가 뽑아주겠어요. 국회에서 일할 수 있게 돼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의원 보좌에 최선을 다해야죠."

- 포부라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내부 고발을 한 사람이 해고를 당해도 굶지 않게 국가가 지원하는 법,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만들 겁니다. 올바른 말을 한 사람이 대우받을 수 있는 나라,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해도 두렵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어떻게 가능할까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어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상금을 받으려는 파파라치들이죠. 또 이 법에서는 공익 침해 행위를 협소하게 한정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180개 법률과 관련해 위반한 행위만을 공익 침해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발한 동반성장 실적 조작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였지요. 이런 세부 규정을 두는 것보다 포괄적으로 공익이라는 개념에 해당하면 보호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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