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10만인 리포트

입양을 인터뷰 하다

"입양하면 가족질서 깨진다? 당연한 일"
[10만인리포트-입양을 인터뷰하다⑪] 연장아 입양, 서경대학교 아동학과 신혜원 교수

15.03.17 18:50 | 김지영 기자쪽지보내기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 글은 김지영 시민기자가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연장아'라는 단어가 있다. 보통 사람에는 생소하지만, 입양가족에는 아주 익숙한 단어다. 일반적인 입양은 신생아를 떠올리기 쉬운데 양육에 대한 부담이든 친생자와의 나이 차를 계산해서든 어느 정도 자란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도 드물지만, 있다. 이렇게 연령이 있는 아이를 입양하는 걸 '연장아 입양'이라 한다.

연령이 있는 아이를 입양하면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의사표현도 해서 가족공동체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을 거라 흔히들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생각은 대체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든, 나이가 어리든 많든 그 사람만의 독특한 기질과 성격이 있다. 십수 년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으로 살아온 남녀가 불같이 사랑했다는 이유 하나로 부부가 된다. 하지만 정념의 유효기간은 짧고 지루한 일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지리한 일상을 슬기롭게 살아낼 수 있는 조건은 각자가 지닌 나와 다른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서로 다른 독특한 기질과 성격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어냈을 때다.

여기에는 일방의 항복과 일방의 승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또한 일방의 아픔과 상처 위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름다운 조화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불편한 동거가 되기 십상이다. 연장아 입양도 비슷한 맥락으로 살펴야 한다. 더구나 권위의 무게가 부부와는 다르게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부모 자식의 관계다. 자칫 일방적이기 쉬운 조건이다.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 입양하지만, 연장아 입양가족은 대개가 일정 기간 심한 홍역을 앓는다. 그 기간을 어떤 입양부모는 '마치 지옥 같았다'고 표현을 했다.

지난 2월 20일, 서울 마포역 인근 카페에서 서경대학교 아동학과 신혜원(49)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신 교수는 몇몇 학자들과 함께 '연장입양아의 적응과정에 대한 종단연구'를 했다. 이 연구는 취학 전 연령부터 초등학생까지 연장입양아를 둔 60여 가정을 대상으로 한 3년 종단 연구였다. 부모 자녀 관계에 관심이 많은 신 교수는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장아 가족들을 아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입양, 아이 키운다고 생각하지 않고 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

▲ 서경대학교 아동학과 신혜원 교수. ⓒ 김지영

- 저도 딸을 입양하기 전에 연장아 입양을 고민했어요. 결국, 신생아를 입양했지만 그때는 순전히 이기적인 발상이었죠. 너무 어린 아기는 양육이 힘들어서...
"그런 경우 많이 있으시죠. 그런데 사실은 자기 자식이 없어서 입양을 하는 경우는 아예 애기 때부터 키우기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 직접적인 질문인데요. 연장아 입양이 왜 힘들어요?
"인간의 발달단계에서 생후 3세까지 양육자하고 애착관계가 형성되는데, 초기 부모 자녀 관계가 아이 삶에 중요한 요소예요. 그런데 연장입양 아이들은 대체로 생애 초기에 애착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연장 입양아들은 나이가 들어서 입양되기 때문에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혹은 파행 경험으로 인해 애착 손상 및 심리 정서적 손상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힘들어요. 물론 시설에서 자란 아이라도 무난하게 안정적으로 잘 적응하는 아이들도 있지만요. 그리고 연장입양을 하는 사람들이 아이 양육에 사회적 의미를 두는 경우..."

- 사회적 의미라고요?
"네. 역사적 사명처럼 생각하셔서 자기 의무처럼 생각하시는 그런 것 때문에 안타까운 경우도 있어요."

- 그런 생각으로 입양할 경우에 어떤 위험성이 있나요?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좀 다르다는 거죠. 그냥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지 않고 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부모 자녀 관계로 만났으면 모든 아이는 다 똑같다는 거죠. 이 아이가 입양됐기 때문에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제가 부모 자녀 관계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혈연관계에 있는 아이들을 많이 들여다 보는데 별로 다르지 않아요. 자기가 낳은 아이하고 부모하고 사이에 적합성이 딱 맞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일반 가정도 부모하고 아이하고 상극인 집 있잖아요. 만남의 형태가 다른 것뿐인데. 입양이라는 편견 때문에 더 어려운 거 아닌가 하는 거죠.

아이와의 문제를 사회적 의의로 접근하면 내가 사회적으로 뭔가 공헌한다는 것 때문에 어떻게든 결과가 좋아야 되는 거예요. 그렇게 힘이 들어가다 보면 부모가 자꾸 원하는 길로 자식이 가야 되는 거죠. 부모 자녀 관계에서 제일 조심해야 되는 게 부모라는 권위를 가지고 자식을 휘두르면 안 되거든요. 입양부모들이 일반 부모들처럼 사회적인 성취나 성공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것만이 자식의 인생을 간섭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어린 아이도 스스로 자기가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애가 실수할까봐 잘못될까봐 염려가 너무 많은 거예요. 실패하더라도 그 아이가 실패를 경험하면서 성숙해지는 거고 부모가 해줘야 되는 거는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고 힘을 내서 다음 것을 선택하게 해주면 되는 건데 그 과정이 사실은 쉽지 않죠. 하지만 양육에 대한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아요."

- 연장아라는 개념이 왜 생겼나요?
"연장입양은 학문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아니에요. 입양을 한 부모들이 나이가 좀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는 경우를 '연장아 입양'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한 거예요. 연장아를 입양한 부모들은 대체로 자녀 양육을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건 당연하잖아요. 신생아 입양은 부모님들이랑 함께 한 경험 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가족공동체로 편입이 돼요. 하지만 예를 들어 다섯 살 때 만났다면 5년 동안 각각 살아온 거예요. 그 5년 동안 생활도 기질도 성향도 다른 거죠."

- 실제로 연장아가 몇 개월부터냐 몇 년부터냐 의견이 분분한데 이게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의미가 없죠. 인간의 특성은 각기 다 다른데 이거를 일반화시켜 버리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미국에 있는 신생아입양 가정을 만났는데요. 한국인 가정인데 오빠가 둘 있고, 막내딸을 입양했는데 신생아 입양이라기보다는 연장아 입양과 같은 특성을 보였어요.

생후 6개월 때, 입양했음에도 애착 형성이 다 끝난 세 살 이후에 입양한 연장입양아만큼 힘들게 해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였던 것이죠. 자신이 버려졌다는 상실감과 갑자기 다른 환경으로 옮겨져서 생활하게 되는 불안감 때문에 입양부모를 아주 힘들게 했던 거죠.

애착 손상이 있는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부모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모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입양 부모를 테스트해 보는 반응들을 종종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부모를 이렇게 힘들게 하더라도 부모가 나를 떠나지 않는지를 확인해 보는 행동들을 합니다. 아이의 이런 행동들은 입양부모를 굉장히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하나씩 해결해가면 결국 아이는 부모를 신뢰하게 되고, 부모와 아이는 친밀하고 끈끈한 부모 자녀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 기질하고 성격은 다르잖아요?
"기질은 타고난 속성이죠. 대표적으로 까다로운 기질, 순한 기질, 느린 기질 이렇게 구분을 하죠. 기질은 바뀌지 않아요. 다만 강도가 완만해지는 거죠. 성격은 기질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경험 속에서 만들어가는 거예요. 나쁜 기질과 좋은 기질은 없어요. 다만 환경과 상호작용 속에서 긍정적으로 발현되느냐 부정적으로 발현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기질이 유전될 확률은 10% 미만이에요. 자기가 직접 낳은 아이도 결국엔 '안드로메다'에서 오는 거라고 보면 돼요."

- 제가 언뜻 몇 분한테 똑같은 얘기를 들었는데 애가 입양될 당시 나이만큼 기간이 되어야지 애착이 형성되더라고 하던데요?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고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입양가정의 아이와 부모가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요구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반응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일정한 패턴의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서로를 신뢰하게 되어 애착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연장 부모님들의 오류는 내가 부모고 쟤는 아이기 때문에 기준과 가치를 애가 맞춰야 되는 거예요. 근데 그건 아닌 거죠. 가족은 그거랑 상관없이 쌍방조절을 해야 되는 거고. 애가 어리더라도 부모님도 애 특성을 인정하고 조율을 하실 필요가 있는데 그걸 자꾸 애가 입양아기 때문에 내 기준에 애를 맞춰야 돼. 나는 옳고 쟤는 틀렸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더라는 거죠."

"입양이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아이를 키우면 좋겠어요"

- 그런데 아이가 입양되기 전에 입양가정은 이미 그 가정만의 질서와 분위기, 즉 그 가정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들은 기존 가족의 질서를 깨트리기 싫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그거를 깨트릴 수밖에 없다는 거죠. 아이는 부모나 가족의 부속품이 아니라 독립된 객체이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기존 가족의 문화에 아이의 특성을 포함해 조금 달라진 가족 문화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가 기존의 질서를 완벽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거죠.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재구성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걸 기존 가족질서에 대한 위기감으로 느끼는 거죠."

-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기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잖아요. 당연히 새로 온 아이는 우리 가정에 맞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원할 것 같은데요?
"제가 아무리 이렇게 얘기를 해도 아이가 가진 권위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원래 아이는 가족에 스며들 수밖에 없어요. 자기가 뭘 얼마나 많이 거부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느긋하게 느슨하게 가주셨으면 좋겠는데 이게 빨리돼야 된다는 거죠. 그런 조급함에 억지로 바꾸려고 하니까 불협화음이 되면서 애착기간이 더 늘어나는 거고요.

입양이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아이를 키우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애 없는 집에 아이가 태어났어요. 부부생활이 얼마나 많이 바뀝니까. 가사 분담도 달라지고 생활 패턴도 엄청나게 바뀌잖아요. 그러다 간신히 평화를 얻었어요. 그런데 둘째가 태어났어요. 그러면 부부만 힘든 게 아니라 큰 애도 힘들잖아요. 자기 존재감의 위기. 그래서 또 지지고 볶고 만날 싸우면서 어쩌고저쩌고 그런다는 거죠. 그러니까 입양아가 집에 들어오는 것도 똑같은 거예요. 동생 하나가 태어난 거예요.

당연히 힘든 거고 그만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하므로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해야 되는데 급한 거죠. 그러지 못하면 부모가 지녀야할 능력이 없다고 자괴감에 빠지고 그게 안타까운 거예요."

▲ 서경대학교 아동학과 신혜원 교수. 인터뷰를 마치고. ⓒ 김지영

- 인터넷 검색만 해도 연장아 입양이 힘들다는 걸 금방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도 연장아 입양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신생아는 몸으로 때워야 하잖아요. 안아야 되고, 씻겨야 되고, 돌봐야 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린애는 힘들다는 생각이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육아는 다 힘듭니다. 형태만 달라질 뿐이죠. 아이가 크면 머리가 힘들잖아요.

아이의 생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억지로 못하게 할 수도 없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되잖아요. 똑같이 힘들거든요. 전문가적인 입장에서는 몸으로 때우는 게 낫지, 저 아이의 속이 어떤지 추측을 할 수 없는데 말이죠. 저는 그런 의미에서 연장입양이든 신생아 입양이든 자기가 낳은 아이든 양육은 똑같다는 거예요."

- 애착 관계 형성은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낯가림이 시작되는 6개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요. 동물들도 애착이 있는데 일정 시기 발달을 하고 끝나버려요. 하지만 인간은 계속 발달하는 것 같고. 또 하나는 한 명하고만 애착을 형성하는 게 아니고요. 동시에 여러 명하고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데 각각의 유형은 다를 수 있어요. 파행 경험이 있는 불안정한 애착도 있고요.

같은 아이가 새로운 가정을 만나서 건강한 애착을 다시 형성했다면 이 아이한테는 불안정 애착과 안정애착 둘 다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 아이는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그 두 가지 애착 중에서 어떤 것을 쓸지 선택할 수 있어요. 어떤 아이는 기질과 성격에 따라 불안정 애착을 더 많이 사용하고요. 또 반대인 경우도 있고요.

제가 믿는 신념이긴 한데 연구로 입증할 수는 없어요. 저는 아이들한테서 뭘 보냐면 아이들은 끊임없이 긍정적인 거를 사모한다는 거예요. 그러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경험한 아이는 어떻게든 그거를 사용해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거죠."

-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보통 아이들이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하고 다르잖아요?
"그래요.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더니 나한테 좋은 피드백이 왔어. 그러면 그대로 적용을 하는 거죠. 애착관계에 제가 관심을 갖는 게 부모라고 다 건강한 게 아니잖아요. 근데 이게 이 아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운명인데. 그렇다고 운명 탓만 할 수 없죠.

애가 건강하지 못한 부모에게 태어났더라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거나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만난다거나 그래서 괜찮아진 사람도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 한 사람을 만나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 아이의 인생은 긍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게 저희 실험의 결론이에요."

-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방식이 다양할 건데요. 근데 그 다양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질인가요?
"그렇죠. 또 하나는 조합. 이 아이하고 양육자하고 서로 신호를 읽어주고 받는. 한국식으로 보면 궁합인데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궁합이 안 맞아도 오랫동안 관계하면 피할 것 피하고 하면서 관계가 되거든요.

입양가족 같은 경우에 궁합이 좋은 부모 자녀가 만나면 빨리 애착형성이 되는 거예요. 궁합이 안 맞아도 그래도 지지고 볶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되거든요.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저는 언젠가는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될 거라고 봐요."

- 시설에서만 있는 아이들은 어떤가요. 지금은 시설에 있는 청소년들도 부모로부터 3년 이상 연락이 없으면 입양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거로 알거든요?
"시설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확실히 다른 사람하고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게 부족해요. 근데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지나 정서나 언어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러면 타고나기는 원래 능력이 백 정도 되는 아이들이 능력이 점점 줄어드는 거죠. 사회적으로 빈곤을 세습할 확률이 커지는 거죠.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다 그렇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해요."

- 그런 측면에서는 지사적 결의에서든 뭐든 가능하면 시설에서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게 한 인간의 인생으로 봐서는?
"제일 좋은 거죠. 가정은 인간이 가장 건강하고 가장 인간답게 자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에요."

- 그러자면 어떤 부분에서의 의식의 변화, 문화적인 변화 이런 게 필요하겠네요?
"일단은 우리나라의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야 하는데 혈연이라는 걸 내려놓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게 우리세대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젊은 층이 부모가 되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보기는 해요. 이들 세대는 외국인들하고의 교류나 많은 이혼가정,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 가정의 여러 가지 형태에 대해 오픈되어 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기질도 성향도 다른 연장아 입양에 대해 해당가정이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부분에 대한 조언해 주시면?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잖아요. 그러면 이혼이 두려워서 결혼을 안 할 거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아이가 어떻게 나랑 맞을지 안 맞을지 몰라서 출산을 안 할 거냐. 그것도 아니라는 거죠. 똑같은 거예요. 내가 그냥 아이랑 가정을 이루고 싶다. 그거는 그냥 그거를 시도하는 거고. 이 아이가 아니고 다른 아이가 왔더라도 가정을 이루는 데는 누구나 다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거죠.

입양부모 모임이 활성화 되고 연장입양 부모들의 모임이 왜 중요하냐면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와서 뚜껑을 열어보니까 형태만 다르지 똑같다는 거죠. 거기서 굉장한 위안을 얻는 거죠. 그거를 확인하는 순간 아이를 특별하게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낳은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 키울 때를 생각해 봐라. 떠올려 보면 비슷하거든요. 그러네. 걔하고도 많이 싸웠네. 이게 확인된 순간, 힘이 좀 빠지는 거고 내 잘못이구나. 어차피 각각의 인간이 만나서 가족을 이루는구나 하는 거죠."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싫다는 초등학교 2학년 딸 소린이와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우성치는 아내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사실은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은 과정에 있다. 이리 가라면 이기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갔던 고등학생 아들과는 기질이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소린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배로 낳은 아들이나 가슴으로 낳은 딸이나 '어차피 각각의 인간이 만나서' 이룬 가족도 우리 집이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힘을 뺐다. 내 잘못이구나. 


덧붙이는 글 | 다음 주 연재는 연장아를 셋 씩이나 차례대로 입양해 거칠게(?) 살아 온 어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예상하시겠지만 감동이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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