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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

어처구니 없는 일본... 사람 죽이는 도시가 관광지?
[10만인리포트-공포의 후쿠시마, 그후 4년②] 후쿠시마 찾은 김혜정 위원 지상중계

15.03.13 21:11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지난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상임위원을 겸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김혜정 원전안전특위원장(아래 김 위원)이 후쿠시마로 떠났다.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꼭 4년 되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안)에 반대하며, 이튿날 새벽녘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왔다. 표결 처리로 굳어져 가는 회의에서 보인 나름의 저항적 행동이었다.

11일 동해안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원전의 위험성을 한 목소리로 부르짖던 때, 김 위원은 현해탄을 건너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몸을 실었다. 오는 17일까지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시민이 전하는 후쿠시마 세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1, 12일 이틀간에 걸쳐 김 위원과 주고받은 메신저와 SNS의 주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1일] 복 많은 곳 후쿠시마로 관광 오라니... 헐

▲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 도시 곳곳에 후쿠시마로 관광을 오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 김혜정

[오전 7시 16분]
-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꼭 4년되는 날, 후쿠시마에 가시네요. 간략하게 일정을 소개하신다면...
"아이구~ 영어발표에 취재까지 숙제를 맡으니 마음이 무겁네요. 오늘 도착해 후쿠시마로 이동합니다. 12일은 후쿠시마 사고 현장 답사 13일에는 세계탈원전심포지엄 참가 및 발표, 14일 후쿠시마 집회 참가 및 탈핵단체 방문합니다. 한국에서 유인태, 우원식 국회의원이 이날 도착해 같이 집회에도 가보고 일본 현지 단체와 정치인들 미팅 등이 예정돼 있어요. 그리고 15일에 다시 한 번 사고 현장을 갑니다."

[오전 11시 12분]
- 일본에 도착하셨나요? 도쿄는 지금 어떤가요?
"공항에 도착해 이동 중입니다. 도쿄 우에노역에서 기차로 후쿠시마로 이동합니다. 우에노역 앞에서 한 시민단체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난 것을 알고 있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과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답변이 높네요. 근데 4년이 지나서 이런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게 의문입니다. 일본 친구에게 물으니 언론에 보도가 안 돼 이마저도 사람들이 모른다고 하네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을 맞은 도쿄의 모습입니다."

[오후 3시 56분]
- 후쿠시마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날씨는 어떤가요?
"방금 도착했어요. 후쿠시마역에 내렸는데 눈발이 날리네요. 방사능 오염된 눈이 저를 맞네요."

같은 시각, 김 위원이 후쿠시마에 도착한 내용을 SNS에 올리자 '방사능 조심하시구' ,'아고 우째 거길...', '일본은 숨쉬기도 거시기 하더라구요. 잘 다녀오세요' 등 걱정과 격려의 댓글이 잇따랐다.

[오후 5시 14분]
-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시민이 전하는 후쿠시마 세계회의'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프랑스와 대만, 스웨덴, 러시아, 요르단, 브라질 등 모두 14개 국가의 시민단체 활동가, 전문가, 저널리스트, 독립영화감독 등이 발표 및 패널로 참여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을 말하는 회의예요. 저는 '후쿠시마의 교훈을 세계로'란 주제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과 한일 탈핵연대에 관해서 발표합니다."

[오후 6시 50분]
- 후쿠시마, 황량하지는 않나요? 둘러본 소감을 전하신다면...
"이동하면서 둘러봤는데, 요즘 말로 '헐'입니다. 거리에 '복이 많은 섬 후쿠시마, 벚꽃 피는 복이 만개한 계절에 관광오라'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네요. 방사능 재앙의 도시가 복이 많은 곳, 복이 만개한 도시라니 이런 어처구니가. 후쿠시마역과 그 주변에도 방사능 재앙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사케는 후쿠시마 특산물로 전시되어 있어요.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사케라니... 사케 드시는 한국사람들은 쌀 생산지를 확인하고 먹어야겠네요."

- 의외네요. 그런데 왠지 고요한 풍경이 더 공포스럽네요.
"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복원되었고 정리된 것으로 끝낸 듯해요. 후쿠시마현의 방사능 재앙을 지나간 일로 묻어버리는 것 같네요. 대대적인 부흥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니. '복원'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사용하지 않은 듯해요. 말하자면 이제는 '부흥'이라는 거죠. 지나가는 길에 TV를 얼핏 봤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특집 프로그램 같았는데 폐허가 된 지역의 아이가 커서 이제 희망을 얘기하는 내용이 나왔어요."

[12일] 고농도 오염지역서 안전장치 없이 제염..."알려 달라"

▲ 제염처리 작업중인 사람들. ⓒ 김혜정

[오전 9시 53분]
- 드디어 후쿠시마 사고현장을 방문하는 날이네요. 제가 다 떨립니다.
"오늘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허용하는 지역까지 갑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농도오염지역인 이이다테(飯館) 지역의 한 농장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눈이 많이 와 못 간다고 하네요. 대신 이이다테 주민으로부터 후쿠시마 청소년회관에서 현지 상황을 대략 들었어요. 이제 출발합니다."

[오후 3시 14분]
- 눈으로 확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은 어땠나요?
"지금, 멀리 후쿠시마 제 1원전이 보이는 곳에 와 있어요. 조금 후에는 변경됐던 일정이 바로 잡혀 고농도 오염지역인 이이다테를 가게 됐네요.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머물 계획이요."

[오후 3시 54분]
- 사고 원전이 보이시나요? 설마 직접 땅을 밟지는 않았겠죠?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4km미터 지점이에요. 여기서부터 출입 통제라고 하네요. 버스 안에 있어요. 근데 일본 정부가 이곳 4km 지점까지 해안을 따라 피난지시 해제 준비구역으로 정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원전에서 가장 가깝고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나미에정(浪江町)에 내년부터는 주민들이 귀환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일본 친구의 설명이에요. 사방에 방사능 쓰레기를 쌓아놓거나 태우면서 사람들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강요하다니...눈 앞에 사고 원전이 방사능을 내뿜으며 끓고 있는데...이건 정말 말이 안 돼요. 머리가 아프네요."

[오후 5시 29분]
- 사고현장을 둘러본 소감이 남다를 것 같네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후쿠시마 '부흥'의 상징은 포클레인과 검은 방사능 쓰레기 더미예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30~50km 떨어진 지역(이이다테)은 고농도 오염지역이에요. 이이다테에는 포클레인과 검은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어요. 4~9km 떨어진 나미에정 마을 곳곳에도 포클레인과 검은 쓰레기가 쌓여 있기는 마찬가지였죠.

이이다테는 산림이 70%를 차지하는 지역이어서 사람이 사는 집주변 이외에는 제염이 전체적으로 불가능해요. 산림도 이런데 이보다 더 넓은 농경지는 어떻게 하겠어요. 이이다테엔 평야도 제법 많아요. 그런데 이 넓은 땅 덩어리를 인위적으로 나눠 복구지역으로 정해 놓았어요. 눈과 비 내리면 산에서 방사능 물질이 내려와 다 헛수고인데 말이죠."

▲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를 입은 지역에 쌓여 있는 오염토. ⓒ 김혜정

- 현장에 방사능 오염물질이 그냥 방치돼 있다는 것인가요?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이 아무렇게나 길가에 쌓여 있어요. 내년부터 귀환할 주민들이 살 집 근처예요.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걷어낸 쓰레기를 태우기도 해요. 이건 방사능 물질을 비산시켜 오염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요. 정말 누구를 위한 '부흥'이고 제염인지 모르겠네요.

이미 희생자가 된 주민들을 다시 오염 지역에서 살라는 것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원전산업과 건설업계를 되살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제염 복구보다는 주민들 이주 비용이 더 적게 소요되는데도 말이죠. 일본 정부는 진정한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는 듯해요.

결국 핵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 사고를 기회로 정부 예산을 다시 나눠먹으며 배를 불리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죠. 제염을 중단하고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오염지역 일대를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정해야 해요."

[오후 5시 53분]
- 참담하네요. 일본 시민사회단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현지 시민사회가 발간한 책이 있는데, 이것 좀 한국에 알려달라고 부탁을 여러 번 하네요. 소책자로 만들어졌는데 책 제목이 '원전재해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이에요. 내용은 이래요. ▲ 원전은 안전하다는 선전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 긴급시에는 먼저 피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정보입수와 기록을 남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 포괄적인 건강조사와 정보공개는 이재민의 권리입니다 ▲ 먹거리의 안전과 농림어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한 검사 측정과 정보공개가 중요합니다 ▲ 완전한 제염이란 없습니다 ▲ 작업원의 대우 개선과 건강관리 없이 사고 수습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 이재민을 지키기 위한 법률 제정, 운용에 이재민 참가를 요구합시다 ▲ 배상 부담은 국민의 몫입니다 등이에요. UN방재회의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90km 떨어진 곳에서 개최되는 것을 맞아 일본시민사회가 제작한 거라네요."

[오후 11시 28분]
- 보내준 사진을 봤어요. 고농도위험지역인데, 제염처리 작업자들의 복장이 간편하네요.
"안전복장을 착용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냥 일상적으로 제염을 하는 듯했어요. 그만큼 작업자의 안전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한 마디로 고농도 방사능 지역에서 안전복장도 없이 사람들이 제염처리 작업을 하고 쓰레기더미 속에서 그냥 일하는 모습이었죠.

이이다테에는 제염작업자가 7천명이 넘게 일하는데 특별한 보호 장비 없이 일을 한다고 이곳 현지 사람들이 증언하네요.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50km 떨어진 고리라는 지역에 있어요. 이곳에는 가설주택이 있는데 4년째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고 해요. 지난해 8월 이곳서 '만약 피난조치가 폐지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설문조사를 시민사회단체가 실시해보니 단 17.6%만 돌아가겠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오후 11시 47분]
-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 보셨나요?
"현장 답사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5km 떨어진 미나미소마(南相馬)시를 방문했는데, 거긴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대기 중에 방사능 문제는 없는 듯했어요. 그런데 하수구에 방사능계측기를 대보니 수치가 막 올라가는 거예요.

하수구로 방사능에 오염된 하수나 토양 등 쓰레기가 들어가 이동을 하고 있는 거죠. 방사선량은 하수구뚜껑 위에 올려놓았는데 '0.95μSv/h' 기록했어요. 아! 내일 발표자료 때문에 오늘은 그만해야 해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 일본 열도는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김 위원은 직접 목격하고 증언을 기록한 이재민의 피난사와 현장르포를 곧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 <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 지난 기사 보기 http://omn.kr/bz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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