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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

월성 1호기의 '영업비밀', 왜 자꾸 불안하지
[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③] 재가동 결정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15.03.16 11:10 | 서균렬 기자쪽지보내기

3월 11일은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아직도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상처의 현장을 고발하고,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연장-폐쇄 문제를 되짚어보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이 기획은 환경운동연합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번 글은 서균렬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보내왔다. [편집자말]
독일 다임러의 최첨단 연구 개발은 슈투트가르트 시내 주택가 한적한 건물에서 이뤄진다. 이 연구소 벽엔 온갖 독창적인 생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선진기술부서에는 다양한 정보기술을 구사해 항공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방적 사고 방식으로 신기술 안전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여태까지 중점은 '충돌 시 안전'이었지만 지금부턴 '충돌 전 안전'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 사회는 충돌사고도 '0'이고 대기오염도 '0'이라는 것. 다임러는 안전과 환경을 그저 자동차 기술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과 환경이라는 자동차의 핵심 가치에 인간과 자동차의 공생 자체가 벤츠 탄생의 유전자라는 것이다.

승용차와 대형차가 같이 하는 현재의 고속도로에선 충돌안전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도 많다. 이런 이유로 승용차에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뿐 아니라 사고에 대비하는 무한 안전기술을 보급 시켰다. 다양한 감지기로 사고를 예견해 만일의 충돌에 대비해 구속장치 효과를 높인다는 사고 방식이다.

원자력 대국 독일의 결단

▲ 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3일 오후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월성1호기는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수명연장결정을 해 2022년까지 운행하게 된다. ⓒ 이희훈

원자력계도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의 원자력 사회는 중대사고도 환경오염도 '0' 이어야 할 것이다. 탈원전 길목에서 지렛대 노릇을 할 거라면 '안핵(安核)'을 해야 할 것이다. 안전하지 못하고, 안전하게 할 수도 없다면 하나씩 멈춰 세워 '단핵(短核)'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국민과 원전이 공존하려 한다면 '만핵(萬核, 국민 모두를 위한 원전)'의 유전자로 거듭나야 한다.

경수로와 중수로가 같이 하는 월성의 발전본부에서 완화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가 있을 것이다. 원전에선 현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뿐 아니라 사고에 대비하는 예단적 안전기술도 증강해야 한다. 다양한 계측기로 사고를 예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설비 효과를 높여야 한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나자 가장 빠르게 반응한 나라는 독일이었다. 당시 가동 중이던 원전은 모두 17기로 이 중 오래된 8기를 그 해 6월 폐쇄했다. 당장 안전에 별문제가 없는 9기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영구 정지하기로 했다. 국내와는 대조적이다. 독일은 어떻게 탈원전을 선언할 수 있었을까.

독일은 한때 원자력 대국으로 운영능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 독일이 원자력 포기를 선언할 수 있었던 건 믿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을 꾸준히 늘려 왔다.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에너지 전환'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단핵'을 택한 것이다.

우리는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월성1호기 수명연장 여부를 놓고 2년 넘게 시간을 끌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니 안 된다는 쪽과 안전성이 확보됐고 경제성까지 충분하니 괜찮다는 쪽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하다 결국 지난 2월 말 2022년까지 운전을 계속하기로 했다. '단핵'이 안 된다면 '안핵'과 '만핵'이 현재로선 최선 없는 차선일 수도 있다.

안전은 문화가 되고, 철학이어야 한다.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멈추고 안전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재가동하지 않아야 한다. 위험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손해가 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운전석만 안전띠를 하면 되던 30여 년 전과 전좌석 안전띠를 해야 하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수명연장 신청 후 5년, 운전정지 후 2년 넘게 지루하게 끌어온 과정을 복기해 보면 국내 원전안전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은 물론 일부 전문가의 안전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 표결로 계속 운전을 결정했다. 반면 원전 종주국 캐나다는 민의를 경청해서 운전 여부를 결정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원전이 많은 나라(우리나라)라는 게 다소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국민을 불안케하는 '영업비밀'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은 월성1호기에는 이미 5600억 원이 투자되어 수명연장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했고, 재가동을 하는 것이 신규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새로운 발전소를 짓거나 다른 에너지원을 찾는 것보다 노후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든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미 투자했기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후원전 재가동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월성1호기와 같은 캐나다 젠틸리2호기의 경우, 수명연장을 하면 4조 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포기했다. 이런 사례가 있기에 재가동이 더 경제적이라는 한수원의 주장에 전문가들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수용성이다. 한수원은 해킹 사태 이후 발전소의 보안과 안전 문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성1호기에서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위험도 완전히 해갈되지 않고 있다. 납품비리 또한 국민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시점에서 재가동한다는 것은 위험 부담일 수도 있다.

국민은 궁금하다. 월성1호기는 무슨 문제로 18개월 법정시한을 훌쩍 넘겨 62개월간 심사를 한 것일까. 아직도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면 월성1호기는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폐쇄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심사 기간이 길어진 이유도, 안전성에 대한 쟁점도, 국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내용도 국민이 잘 알지 못한다면 누구 탓인가.

원자력안전기술원(아래 원안기)이 심사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비공개'이다. 월성1호기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본적 보고서들마저 영업비밀로 한 채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은 적절히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되풀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명연장을 전제로 요식 행위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까.

원자료의 공개 없이 이미 정해진 결론을 가지고 보고하는 절차는 원안위를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거수기로 취급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2007년 고리1호기 수명연장 결정 시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안전성 관련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은 채 원안기의 심사보고서만으로 고리1호기 수명연장은 결정되었고 지금도 안전성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물론 수백만 부품과 배관, 전선의 안전성을 일일이 점검해 원전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일부 표본조사만으로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지금까지 큰 고장 없이 가동한 데다 일주기 무사고 운전을 여러 차례 달성한 것은 대단하지만, 아무리 주요 부품을 갈았다 해도 연식(年式)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한수원의 궁색한 반론

▲ 3일 오후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한 지역 주민이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결정 항의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이희훈

비상시 냉각계통 열교환기 다중화 요건을 보자. 이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자로 내부의 열을 제거해주는 자동화 설비다. 월성1호기에는 열교환기가 1대만 설치돼 있다. 1991년 이후 캐나다 요건은 복수의 열교환기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982년 시험운전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이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한수원의 입장은 발전소 설계의 근간을 흔드는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설치는 불가능하고, 일종의 소급적용을 하라는 일부의 요구는 법리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명연장 심사에서 형사법의 일반원칙인 소급효(遡及效) 금지의 원칙을 주장하는 것은 궁색해 보인다.

수명연장은 우리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부지 내 임시저장조에 가득 쌓여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처리도, 처분도 뚜렷한 방법이 없다. 더욱이 월성1호기는 경수로에 비해 5배가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자칫 사고의 가능성을 높여가면서 폐기물을 더 늘려가는 자가당착에 빠져서는 안 된다.

원전안전을 걱정하고, 원전폐쇄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여느 때보다 높다. 더구나 각종 비리에 여전히 국민은 좌불안석이다. 시험검증기관 서류조차 위조하는 마당에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원전안전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메아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정부기관은 국민의 심려와 반론을 경청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월성1호기를 폐쇄하더라도 전력난도, 경제성 문제도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명연장 결정은 국민 눈높이에서 다시 가늠해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운전으로 나갈 거라면 21세기 돋보기로 구석구석 비춰 혹여 방사성물질이 빠져나올 틈새는 없을지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특히 두께가 1미터, 높이 60미터 원주형 둥근 지붕 콘크리트 격납건물이 철통같이 방사성물질을 가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월성1호기엔 2~4호기에 달린 차단수문과 격리밸브가 빠져 있다. 물론 오래된 설계라지만 21세기를 함께 헤치고 나가려면 최신 기준에 따라 동등한 안전설비를 갖추는 게 선결조건이다.

차단수문과 격리밸브가 없으면 사고 시 방사성증기가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구동성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방사성물질이 원자로에서 누출되면 걸러낸 다음 대기 중으로 배출하게 되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월성과 같은 대형 격납건물에는 국제기준에 따라 벽체 내에 방사성물질을 우선 가두어 두는 게 맞다.

필요 시 수동조작으로 밸브를 닫아 격납 기능을 유지할 수도 있다지만, 통상적으로 사고가 나면 현장 근로자들이 급박한 상황에 실수할 가능성도 있다. 사고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고방사선 구역 밸브를 조작하게 한다는 게 부적절하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더욱이 여러 개의 원전이 몰려 있을 땐 안전설비를 동일하게 갖춰 평상시에도 단순하고 동일한 조작을 익숙하게 익히는 게 좋다.

핵연료방출조에 3미터가 넘는 물이 차 있어 수문이 없더라도 버틸 거라지만 기껏 1.3기압 정도 밖에 못 견디고, 사고가 나면 경우에 따라선 수분 안에 2기압을 넘게 된다. 10미터 물이 차 있더라도 부족할 판이다. 참고로 10미터 물은 1기압에 해당한다. 어쨌든 사고 후 수 분 만에 상황을 파악하고 긴급조치를 취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수명이란 유기체로 치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기체로 치면 만들어 잘 쓰다가 멈출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위험을 감수해 가면서 수명을 연장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7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월성1호기를 계속운전해도 2500억 원 이상 손해라고 했다.

그러나 수명연장은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만에 하나 월성1호기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스리마일은 작업자의 실수가 빚은 사고였고, 체르노빌은 기술자의 실수로,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일어났다. 사고는 결국 원전이 많은 순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1기당 사고 빈도가 비슷하다면 총 확률은 국가 별로 합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따르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서 작성해야 한다고 했지만 원안위는 '월성1호기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민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주민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한수원의 이윤 보장을 위한 재가동 결정은 아니었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월성1호기와 유사한 중수로 원전은 캐나다,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등 총 51기 중에서 48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설계수명이 종료된 18기 중 계속운전을 했거나 계속운전 중 또는 심사 중인 원전은 17기이다. 국내 원전도 이젠 '사고 시 안전' 못지않게, '사고 전 안전'을 챙겨야 할 때다. 월성1호기, 정녕 루비콘 강을 건너간 것일까?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서균렬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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