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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밤낮없이 울리는 제보 전화, 두렵다
[10만인리포트-금강에 산다] 새벽 단잠을 깨우는 4대강의 아우성

15.03.05 18:05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수달이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10여 차례 촬영을 시도했으나 배설물 이외에는 포착을 하지 못 했다. 사진은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에서 찍은 수달 모습. ⓒ 김종술

"지금 둔치에 수달이 나타나서 차량 밑으로 들어갔는데 빨리 나와 봐야 하는 거 아녀!"

오전 3시에 받은 전화기 너머에서 수달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이다. 성화에 못 이겨 후다닥 옷을 걸치고 둔치로 갔더니, 수달이 사람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강으로 도망쳤다. 찬바람이 밀려오면서 잠이 싹 달아났다. 결국, 그날 밤을 샜다.

"운동을 나왔는데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정안천에 똥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녀요."

이번에는 단골 제보자다. 충남 공주시 금강철교 밑으로 흐르는 금강과 만나는 지점에 정안천이 흐른다. 4대강 사업 전에는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 작은 돌보가 있어서 하천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금강으로 유입되어 낚시꾼들과 시민들의 운동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돌보가 해체되고 공주보로 인해 물 흐름이 사라진 지금은 바람 따라 유속이 상류로 역행하는 곳이 됐다. 강에 떠다니던 부유 물질이 바람에 밀리면서 이곳까지 찾아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시민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온다. 밤낮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솔직히 좀 두렵다.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이다.

밤낮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두렵다

▲ 2010년 12월 세종시 세종 1공구 금남교 부근에서 준설선에 벙커A유를 공급하던 도중 기름이 새어나가면서 금강유역환경청이 불티교 부근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방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25ℓ 정도가 새어나가서 20ℓ를 회수했다고 했으나 사고현장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공주시 석장리박물관 앞까지 기름띠가 길게 형성되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이후 3개의 보가 들어선 금강에 살고 있다. 보통 일주일에 3~4번씩 찾아갔는데,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지난해 6월부터는 한 달에 25일 정도 금강에 간다. 아니, 금강에서 살다시피 한다. 물론 누가 월급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덕분에 4대강 관련 기사는 대한민국, 세계의 언론인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쓴 것 같다. 나한테 쏟아지는 제보는 그 부산물이자 대가이다.

때로는 기사화되지 않을 게 뻔한데도 현장에 간다. 제보 전화를 무시하면 다음부터는 연락을 해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본 현장 상황을 시시콜콜하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제보자 사후 서비스다. 그것이 제보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많은 제보 가운데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부여군 호암리와 금암리 주민들의 사연이 그중의 하나다. 이 지역 하천부지는 재해지구라는 명목으로 정부에 토지를 강제수용 당했다. 일부 주민은 거부했지만, 토지수용보상금공탁이라는 절차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농토도 당시 백제역사재현단지 개발로 빼앗겼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하천부지를 불하 받아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생겼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를 과도하게 준설했더니 상대적으로 높아진 지류에서 역행침식이 진행됐다. 하천의 하상이 낮아지면서 농경지는 침식으로 사라진 것이다.

하루아침에 100평의 농경지가 감쪽같이 없어지기도 했다. 농경지가 사라져도 토지임대료는 줄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면 점용허가를 취소한다는 경고장이 날아들기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아야만 했다.

"우리 마을 좀 살려 주세요."

▲ 2013년 6월 전문가 환경단체와 일본하천시민조사단이 찾아간 충남 부여군 금암리 마을 한복판에 쌓아둔 준설토 적치장 때문에 지역주민의 환경피해와 지하수 오염과 건강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 김종술

황당한 일은 더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도 아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마을 한복판에 산을 옮겨놓기도 했다. 팔아먹지도 못하고 쌓여 있는 준설토다. 햇빛이 줄어들고 사막처럼 모래바람이 일었다. 빨래도 널지 못하고 창문을 꼭꼭 닫고서 악몽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의 한 주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미 나에게 몇 번에 걸쳐 전화를 해왔던 민원인이자 제보자였다.

"우리 마을 좀 살려주세요. 준설토가 90% 정도 빠지고 나머지 자갈과 쓰레기만 남았는데 논에다 그대로 묻어 버린다고 하네요, 내일 군에서 나와서 설명회를 하기로 했는데 좀 와주세요, 우리 마을 좀 도와주세요."

목소리는 떨렸고 다급해 보였다. 지난해 지하수 문제가 터졌을 때 부여군으로부터 해결책을 받아 줬는데 또 문제가 터진 것이다. 썩은 준설토를 쌓아서 그랬는지 불행하게도 절반 이상의 가정에서 식수가 오염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먹는 물이라도 해결해달라고 군청을 찾아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싸늘했다. 준설토를 쌓으면서 조건으로 제시했던 상수도 공사도 도로 확·포장도 물거품이 되었단다.

제보를 받을 때마다 거절하지 않고 찾았는데 이번엔 사전에 예약된 방송사 인터뷰 때문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제보자에게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목소리가 격양됐다. 

"준설토를 다 가져가고 복토를 50cm 이상 해주기로 했다. 외부에서 좋은 흙을 가져다가 복토를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군에서는 '그런 전례도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 곤란하다며 기존의 논바닥의 흙을 걷어내고 남은 자갈(준설토)을 깔고 그 위에 복토를 하겠다고 했다. 군에서는 주민들에게 생색내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쓰레기처리 비용도 절감하는 차원에서 손대지 않고 코푸는 격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순진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이용한 부여군의 압승이었다. 사업 초기 주민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지 못한 결과이다. 마을과 인접한 준설토 적치장이 있는 다른 지역도 이곳과 비슷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아우성'

▲ 4대강 사업이 끝나기 무섭게 ‘비단강’으로 불리던 금강의 수질이 악화 되었다. 2013년 8월 금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공주보가 보이는 곳에서 물을 떠서 쏟자 녹색페인트를 강에 붙는 것처럼 보인다. ⓒ 김종술

밤늦게 낚시를 하던 주민이 갑자기 밀려드는 녹조에 놀라 40~50장의 사진을 찍어 보내는 통에 그 알림 소리가 시끄러워 전화기를 집어 던졌던 기억도 생생하다. 술 취한 목소리로 새벽녘에 전화를 걸어와 왜 그렇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지 따져 물었던 황당한 경험도 있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끊이지 않고 전해진다. 4대강 사업 초기 준설선의 기름 유출에서부터 공사로 인한 중장비 소음, 공사 차량의 문제까지 하루에 10여 통 이상의 전화를 받은 기억도 있다. 가까운 공주, 부여, 청양, 논산, 서천에서부터 경기, 서울, 전라도, 경상도에서도 제보가 온다. 이 모두가 아우성 소리다. 강과 함께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 많은 제보전화 덕택에 많은 기사를 쓸 수 있었고 방송 3사는 물론 수많은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다. 시사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인구 11만의 소도시에서 이름 없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살아가는 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30여 차례의 상을 받기도 했다. 4대강에서 힘들게 산 덕분에 주어진 개인적인 영예이지만 기분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제보가 몰리는 기자, 많은 기자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마냥 기쁜 일이 아니다.

4대강 수문이 일제히 열리고 재자연화의 길을 걷는다면... 4대강 제보는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 4대강 사업이 끝나기 무섭게 ‘비단강’으로 불리던 금강의 수질이 악화되었다. 2013년 8월 환경부는 공주보 주변에 수질예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그리고 2달 후 또다시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최근까지 금강은 썩은 녹조가 둥둥 떠다니며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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