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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김종술, 금강에 산다

천연기념물 서식지서 고기 파티?
공주시 의장님, 정말 어이없네요
[10만인리포트-김종술 금강에 산다] '개발 광풍' 몰아치는 공주대교 하중도

15.01.27 10:28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김종술, 금강에 산다] 글을 연재하는 김종술 기자는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합니다. [편집자말]
▲ 지난 1월 이해선 공주시의장과 시의원들이 찬 차량이 충남 공주시 공주대교 상류 새들목의 현장 방문에 차량을 타고 하중도 속으로 이동 중이다. ⓒ 김종술


"그거 알아요? 공주대교 위에 하중도 개발한다고 하던데..."

"네? 누가요?"
"시 의장이 현장방문 한다고 의원들 참석하라는 문자를 보냈던데 한번 가보세요."

지난 14일 제보전화를 받고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짜증이 밀려왔다. 4대강 제보자를 만나러 서울로 향하던 차량을 갓길로 세웠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핸들을 돌렸다.

충남 공주시 공주대교 위에서 하중도를 바라보았다. 지난 2010년 4대강 개발 바람을 타고서 새누리당 공주시의원들이 준설을 요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다. '대화가 통할 거야'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4대강 광풍에서도 살아남은 하중도, 이유가 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개발한다는 것인지, 참 모르겠네요."

승용차에서 내리던 공무원은 내가 온 이유를 알기라도 한 듯이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곧이어 의장과 시의원, 공무원들이 차량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의원들을 태운 차량이 임시도로를 타고 하중도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뒤를 쫓았다. 4륜 차량이라 그런지 도로가 아닌 습지의 버드나무 숲까지 차량을 타고 들어갔다. 지역의 인터넷 방송사와 지역일간지 기자 외에는 의회 직원과 공무원들뿐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이 이루어지면서 금강 전역에 대부분의 모래톱과 하중도가 사라졌다. 그리고 2~3곳에 인공 습지가 조성됐다. 금강의 하중도(河中島, river island, river archipelago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 가운데에 만들어진 섬을 말한다)와 모래톱 일부는 그래도 살아남았다. 이유가 있었다.

▲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 잿빛개구리매, 꼬마물떼새 등이 하중도 부근 영역권 안에서 서식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 김종술

이곳의 하중도는 30년간이나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관리되면서 사람의 출입이 금지됐다. 자연스럽게 동·식물의 휴식처이자 산란장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들이 살아가는 천혜의 자연이 보존된 생태적 가치가 높아졌다. 또 시민공모를 통해 새들의 쉼터라는 이유로 '새들목'이란 이름까지 공주시가 붙여주었다.

약 30만㎡ 정도의 모래톱으로 형성된 이곳은 4대강 준설로 일부가 사라지고 지금은 14만㎡ 정도만 남아 있다. 지난해에는 가시박을 제거하다는 이유로 육지와 섬 사이에 흄관을 묻고 가설도로를 만들어 차량 출입이 원활해졌다. 낚시꾼들이 남몰래 출입하면서 각종 쓰레기가 넘쳐서 지난해부터 기자는 연결도로를 끓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날 공주시청 담당 과장은 "일반보존지역에서 친수거점지구로 (국토부) 지구지정안 변경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라며 "친수거점지구로 변경되면 야구장, 축구장, 롤러스케이트장, 수영장, 야유회장, 야외극장, 공연장, 조경시설(연못·폭포), 야영장, 오토캠핑장, 경향항공기 이착륙장, 낚시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해선 시의회 의장의 반응은 이랬다.

"와~ 법을 떠나서 자연 휴양지로 끝내준다. (나무) 그대로 살리고, 화장실 정도로 최소화해서 수영장 해 놓으면 참 좋은 장소다. 세종시도 가깝고 가족들이 주말에 고기 구워 먹고..."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에서 고기나 구워 먹자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하니 두통이 밀려왔다. 마른 침을 삼키며 의원들이 쏟아내는 얘기를 수첩에 받아 적었다. 한 술 더 떠서 동행한 의원도 한 마디 거든다. "수영장 만들고 나룻배 띄워서 놀면 좋겠"단다. 

이어 이해선 의장이 담당 과장에게 지시했다. "의회 차원에서 오면 시장도 행정을 하기가 쉬울 것이다"라며 "시장도 한 번 모시고 와라, 그러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다른 의원들도 모시고 와라"고 말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4대강을 파헤친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건설업을 했던 의장의 경력에서 비롯된 막무가내 소신으로 보였다. 첫 번째 기사를 송고했다(관련 기사 : 새들의 쉼터 공주 새들목...시의원 "휴양지 만들자" 주장).

보도된 뒤에 곧바로 나룻배를 띄우자던 의원이 격양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언제 나룻배 띄우자고 했느냐"며 "녹취록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취재수첩을 꺼내 당시 그가 말했던 얘기를 하나하나 짚어 줬다. 그는 잠시 누그러져서 "농담 삼아서 한 얘기"라고 얼버무렸다.

녹조, 물고기 떼죽음, 큰빗이끼벌레에 이어 4대강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곳곳에서 지원군도 나타났다. 평소 안면이 있던 아줌마들이 새들목을 방문하겠다고 알려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꼭 지켜내야 한다"고 기자에게 당부했다. 오랫동안 같이 해온 시민단체도 연대의 뜻을 밝혀왔다. "공주시가 변경안을 철회하도록 하겠다"며 "시 의장의 사과까지 받아서 다시는 개발 바람이 불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개발 논란 금강 새들목... 시민들 "지킴이가 되겠다"). 

24년째 조류모니터링을 진행 중인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자료도 받았다. 하중도 영역권 안에서 살아가는 조류는 최소 60여 종이다. 참매, 참수리, 털발말똥가리,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잿빛개구리매, 큰고니, 큰기러기, 원앙, 황조롱이, 말똥가리, 새매, 재두루미, 새홀리기, 붉은배새매 등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 18종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이 물장구치고 놀던 금강이 그립다
▲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삵의 모습, 인근 둔치에서 포착됐다. ⓒ 김종술

▲ 하중도 모래톱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과 삵의 배설물도 간간히 보였다. ⓒ 김종술

다음날부터 매일 하중도에서 살았다. 지난 22일은 전문가와 함께 하중도를 찾았다. 천연기념물 243호-4호인 흰꼬리수리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활공하자 주변의 새들은 후다닥 도망을 쳤다. 최상의 포식자로서 위엄이 느껴졌다. 모래톱에서 삵의 배설물과 수달의 배설물도 찾았다.

동행한 전문가는 삵의 배설물을 가리키며 "희귀한 것이니 먹어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조류 18종에 삵, 수달,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뿐 아니라 고라니, 족제비 등의 야생동물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하중도 인근에서 살아가는 천연기념물 제454호인 미호종개와 92종의 어류까지 어림잡아도 20여 종의 천연기념물이 살아가고 있다는 자료와 증언을 들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 의장은 요지부동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발 더 나아가 충남 시의회 의장들과 연맹하여 금강의 하중도 및 둔치 개발권을 자치단체로 이양하라는 성명서를 준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하중도를 매일 오가며 지난해 세계적인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의 교수가 금강에서 눈물을 흘리며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떠올렸다.

"세상의 모든 강은 흐르게 둬야 한다. 강의 생태계는 유속에 기대어 생명이 살아가는 곳인데 유속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지고 결국에는 죽음의 강으로 변한다. 4대강 사업에 파괴되는 강을 보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난다."

어디 이뿐인가? 공주와 부여에 산재한 백제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예비 목록에 올라있다. 고기 구워 먹고 유람선 띄워 놀다가 유적의 일부라도 훼손이 된다면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강바람은 몹시 거세다.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를 잡겠다고 지난해 강에 뿌려진 황토 때문일까, 아니면 남모르게 뿌려진 유화제 때문일까? 뺨을 때리는 바람에도 사람의 욕망이 짙게 묻어났다.

그 강을 오늘도 걷는다. 강바닥에 잠들어 있던 녹조 사체와 부유물질이 떠오르면서 시궁창으로 변해가는 금강을 난 오늘도 걷는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금강 변에 고라니가 뛰어다니고 아낙들이 나물을 뜯으면서 아이들이 물장구치고 놀던 금강이 그립다.

▲ 2012년 공주시가 시민공모를 통해 하중도에 새들의 쉼터라는 뜻으로 새들과 나들목의 어원인 목을 합쳐 ‘새들목’이란 이름을 붙였다. ⓒ 김종술

한국은 고기 구워 먹을 생각... 외국은?
매뉴얼 만들어 관리하는 유럽... 한국도 기준 마련해야
얼마전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금강의 습지와 공원을 돌아봤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태습지의 경우 자치단체마다 제각각 관리하고 있는데, 이곳의 경우 야생동물의 은신처인 수풀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휑하게 뚫린 곳에서 생명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지자체는 이렇듯 4대강 유지 관리비용으로 풀이나 정리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동물 중심이 아니라 인간 편의대로인 셈이다. 

하지만 서울의 밤섬은 이와 다르다. 금강의 하중도와 규모 차이는 있지만, 서울의 밤섬도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지난 1999년 8월 10일에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다. 사람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야생동식물의 자연 상태에서 최소한의 관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 가운데에 만들어진 하중도나 강변 모래톱은 그 소중한 가치를 인식해서 세계적으로도 국가별로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다.

동물생태 및 관리학 전공자인 정옥식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은 하중도의 생태적 가치를 중요하게 판단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할뿐만 아니라 인공적으로 하중도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의 왕립조류협회(RSPB)도 습지만 1500곳을 관리하고 WWT(Wildfowl and Wetland Trust) 단체에서도 백과 서적만큼이나 두꺼운 책자로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WWT 매뉴얼과 같은 습지 관리 기준이 없다. 4대강 사업 후 생태하천 사업을 할 때도 생태학적 관점의 기준이 없어, 조경 수준의 특색 없는 도심의 습지와 비슷한 형태의 주먹구구식으로 인공습지가 조성되기 일쑤란다. 

따라서 정 연구원은 "생태적 가치를 고려해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생물 종의 주요 서식지 관리(출입통제, 행위제한) 및 보전사업의 근거 마련을 위한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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