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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김종술, 금강에 산다

꽃뱀에 홀리고 이혼에 자살까지...
[10만인리포트- 금강에 산다] 4대강 사업 그 후, 6가지 풍경

15.01.02 17:07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김종술, 금강에 산다] 글을 연재하는 김종술 기자는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합니다. [편집자말]
[풍경 1] 보상금 보따리를 노린 도박꾼과 꽃뱀

▲ 지난 8월 충남 부여군 백제보 인근에서 찍은 꽃뱀(전신에 꽃이 핀 것처럼 무늬가 있어 흔히 꽃뱀이라고 하며 유혈목이라고도 한다.) ⓒ 김종술


"전국에서 노름꾼이 몰려오고 다방은 여자로 넘쳐나."

"쪽박 찬 놈이 한둘이 아녀."

작년 10월, <'꽃뱀'에 당한 어느 4대강 농사꾼의 고백>이란 제목의 기사를 쓸 때 들었던 황당한 이야기다. 인구 7만 명의 충남 부여군에서 생긴 일이다. 2010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무려 1164억 원이 뿌려졌다. 정부가 농부들에게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보상금 보따리'를 풀자 전국에서 노름꾼과 일명 '꽃뱀'이 몰려든 것이다.

그 뒤 마을은 혼란스러워졌다. 농민들은 농토를 빼앗기고 몇몇은 보상금 때문에 아내와 이혼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부도 있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 마누라를 버리고 자식들을 피해 여관을 전전하다 끝내 자살을 선택했다. 이혼 당하고 보상금까지 날린 사람의 아픈 사연도 취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강변에 불법으로 영농행위를 하다가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축사를 짓고 고급 승용차를 모는 사람도 생겼다. 평생 고향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눈에는 이 또한 불평등했다. 이웃 간 잦은 말다툼으로 척을 지기도 했다. 보상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했다. 수천만 원의 보상금을 손에 쥔 농민은 다른 토지를 구하지 못해 인근 도시로 떠나야만 했다. 이들은 막노동을 하며 상자를 줍는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는 소식을 종종 들었다.

금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북 의성군 낙단보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 그는 자기 마을은 원래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제삿날이 언제인지 알 정도로 185가구가 가족같이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작은 동네에 티켓 다방이 11개가 생기고 술집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단다. 많은 이들이 돈에 빠져 툭하면 고소·고발을 하면서 공동체가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풍경 2] 이젠 낚시꾼도 찾지 않는다

▲ 지난 8월 19일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세종시 마리너 선착장 시설물에서 지역민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 김종술

가정을 파괴하고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린 단군 이래 최악의 국책사업, 그게 바로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4대강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약 3200만 평의 경작지(여의도의 40배 크기)가 사라졌다. 영농보상금으로 약 5800억 원이 풀렸다. 충남 부여군 백마강 둔치도 약 400만 평(여의도 5배 크기)의 농지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끝나기 무섭게 관광객을 불러들이려고 여러 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강변은 대개 출입금지구역이다. 낚시꾼이 강변에 쓰레기를 버린다는 이유로 강변 진입로에 기둥을 세워 커다란 자물쇠로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가끔 무속인들과 환경 조사자들만 키 높이의 수풀을 헤치고 다니는 정도다.    

"강은 죽었어. 이런 강에서 물고기가 어케 살 아유."

금강에서 만난 한 낚시꾼의 푸념이다. 사실 세종시, 공주시, 부여군 등 강변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은 낚시꾼이었다. 내가 늘 물속을 걸으면서 취재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옛날 그 강으로 만들어 줘유"라며 커피를 건네주던 응원군도 많았다.

그들은 제보자이기도 했다. 보에서 물을 뺀다고 새벽 1시에 전화를 했고, 녹조가 강을 뒤덮었다고 문자도 보내줬다. 너무 잦은 제보 때문에 때로는 원망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조차 만날 수 없다.

[풍경 3] 철새도 금강을 떠난다

▲ 지난 1월 28일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전홍태씨가 촬영한 것. (가창오리 약 20만 개체 관찰) ⓒ 서천군조류생태관 전홍태

금강은 습지와 여울이 적절하게 분포한 텃새와 철새의 놀이터이자 쉼터였다. 2004년 강변에 무리 지어 나르던 우아한 자태의 백로를 보았다. 해질녘, 무리를 지어 쉼터를 찾아가는 백로의 몸짓에 넋을 잃은 적도 있었다. 철새들의 군무에 빠져 카메라 셔터를 못 누를 때도 있었다. 셔터 소리에 행복이 날아갈까 두려웠다.

국제자연보존연맹(lUCN)이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한 가창오리. 환경부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ll급으로 지정한 가창오리는 세계적으로 30만~50만 마리 정도 남았다. 이들 중 99%가 10월경 시베리아에서 수천 km를 날아와 천수만·금강→동림지→영암호·고천암 등에 머물다 돌아간다. 또한 검은머리물떼새와 기러기, 큰고니 등 철새가 금강을 찾을 때면, 이들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금강으로 왔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준설로 습지와 모래톱이 있는 여러 섬이 사라졌다. 강변은 공원조성을 위해 파헤쳐졌다. 둔치는 자전거도로와 각종 인공시설물이 들어서 사람과 야생동물의 경계도 무너졌다. 접근이 쉬운 만큼 생태계는 파괴되고 여러 생명은 사람 눈을 피해 강을 등졌다.

나는 12월 초 한남대 야생조류연구회의 24차 금강 겨울철 조류조사에 동행했다. 하지만 이틀간의 조사에서 가창오리를 보지 못했다.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와 같은 10여 종의 천연기념물과 기러기, 청둥오리, 큰고니 등 금강을 찾는 철새들의 숫자는 4대강 사업 이후 급감했다.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는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가 오는 시기에 철새 축제를 했다. 줄어든 철새 수만큼 지역경제도 흔들렸다. 굴뚝산업을 버리고 생태도시를 꿈꾸던 서천군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자연이 균형을 잃으면 인간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들이 사라진 금강,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풍경 4] '똥물 농사' 자식들에게 보낸 쌀은 괜찮을까?

▲ 농약과 비료로 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강변에 농민들이 4대강 사업에 쫓겨났다. 농촌진흥청은 농민들에게서 빼앗은 하천부지에 바이오에너지 생산 및 연구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금강지구 용안지역 용머리권에 55만평 규모의 거대 억새를 재배중이다. ⓒ 김종술

지난 7월 전북 익산시 웅포대교 인근은 녹조로 가득했다. 내가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때 구부정한 허리로 힘겹게 다가온 어르신은 "썩은 강물로 농사를 짓는데 나야 살 만큼 살아서 걱정이 없지만, 이 물로 농사지은 쌀을 서울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담배 연기만 뿜어댔다.

"없는 놈이 강변에 쪼끔 지어 먹겠다는데... 가난한 게 죄지."

4대강 사업 이후 농민이 강변에서 농사 짓는 행위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정부는 강변마다 불법 경작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경고표지판을 세우고 농업 행위는 막고 있다. 개인이 하는 농업은 불법이지만 익산시, 공주시, 서천군 등은 강변에 메밀같은 농작물과 호밀 등 축산사료 외에도 바이오 억새단지, 갈대 조성 등의 목적으로 강변에 비닐을 깔고 대규모 농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강변에서 오토바이를 발견해 다가갔을 때 괭이로 밭고랑을 만들던 한 농부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어깨에 메고 다니던 카메라를 본 것이다. 생활이 어려워서 배추를 심으려 했다는 주민은 "정부가 하면 괜찮고 농민이 하면 불법이라는데,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우리나라 말고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나는 그가 측은했다.

[풍경 5] 먼지 뒤집어 쓰고, '썩은 물' 먹는 사람들

▲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공주보 인근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녹조에 갇혀 죽어있다. ⓒ 김종술

"빨래 한 번, 창문 한 번 열어보지 못했다."
"새벽 6시, 꽝꽝거리며 대형 차량이 뒤문짝을 여닫는 소리에 깜짝 놀라 몸서리가 쳐진다. 썩은 모래를 집 앞에 산처럼 쌓아 냄새 탓에 두통이 밀려왔다. 집에서도 마스크로 코를 막고 사는데, 피부병에 걸렸는지 몸이 가려워 약을 달고 살았다."

4대강 준설토 야적장이 있던 충남 부여군 저석리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하소연이다. 2010년 육중한 중장비가 평화롭던 강으로 쳐들어왔다. 거대한 굴착기는 강바닥을 파헤쳤고 수백 년간 퇴적된 강모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옮겨졌다. 4대강 사업으로 4억5000만㎥, 금강 사업지구의 준설량만 4767만㎥이나 퍼냈으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주민들의 고통은 그때부터였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 때문에 창문은커녕 장독대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적치장에 막혀 마을 방송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쌓인 모래를 옮길 때의 고통은 더 심각했다. 마을 진입로는 대형 차량이 차지했고, 모래 선별기는 뿌연 먼지를 풍기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다 못한 어르신들은 새벽이면 읍내로 보따리를 싸서 피난을 떠났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7월 환경부가 실시한 먹는 물 지하수 조사에서 '식수 부적합'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4대강 준설토 때문"이라며 "자치단체를 찾아 먹는 물이라도 공급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상수도를 요구했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힘없는 사람들은 식수로 부적합한 물을 먹고 산다.

[풍경 6] 그 많던 조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4대강 사업이 시작되던 2010년 준설을 위해 수위를 낮추면서 금강에 서식하는 조개들이 많이 폐사했었다. ⓒ 김종술

2008년까지 강에 사람들이 넘쳤다. 봄이면 나물을 뜯고 보리밭길을 걷었다. 여름에는 강변에 솥단지 걸고서 강수욕을 했던 사람들. 가을에도 가족들과 함께 아름다운 강변을 거니는 사람이 많았다. 4대강 공사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비슷했다. 그동안 사랑했던 금강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강 파괴를 막으려고 종교인, 시민단체, 일반인들까지 금강을 찾았다.

4대강 사업은 금강의 최고의 자랑거리인 하중도와 습지도 사라지게 했다. 왕버들 무성한 수초 사이로 보이던 백로도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에 적벽이 있다면 조선에 청벽이 있다며 조선의 문장가인 서거정의 애간장을 녹였던 청벽은 죽은 물고기와 큰빗이끼벌레만 가득한 썩어 버린 강으로 변했다. 삼천궁녀의 애환이 서린 낙화암 백마강은 녹조로 뒤덮였다.

소나무는 산에 있어야 하고,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은 강변에서 아름다운 버드나무와 수초를 밀어 버리고 산 중턱에서 자라는 나무를 강변에 심었다. 공원과 운동시설을 만들었으니 주민들이 찾아올 수 있을 거라는 책상머리 행정에 강은 제 모습을 잃었다.

강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예전에는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물이 참 맑았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그 많던 조개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나이가 들어 되살릴 추억이 사라진 것이 슬프다고 했다.

▲ 백제보 우안에 조성된 공원에는 백제의 향기가 흐르는 백마강이라는 표지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울져 흐르던 강물은 흐름을 멈추면서 수질은 썩어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 떼죽음과 큰빗이끼벌레까지 창궐하면서 더 이상 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 김종술

대다수 국민이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 유지관리비로 매년 수천억 원이 들어가고 보에 막힌 수질을 살리려면 수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난리다. 수문만 열면 골칫덩어리로 전략한 4대강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해도 정부 당국자의 귀에는 4대강에 박힌 콘크리트 말뚝보다 더 큰 말뚝이 박혀 있나 보다. 왜 아직도 수문을 열지 못하는 것일까?

녹조, 물고기 떼죽음, 공산성 붕괴, 큰빗이끼벌레 창궐... 4대강 사업은 이제 인간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곳곳에 세워놓은 '녹색 성장'의 간판을 뽑아내려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한 것일까? 2014년 겨울, 금강의 강바람을 맞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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