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뇌성마비 1급 이영광, 나는 인터뷰 전문 시민기자다

10만인 리포트

이 사람, 10만인

"나는 '핵 마피아 나라'에 사는 멸종위기종 교사다"
[이 사람, 10만인] '탈핵 교과서' <탈바꿈> 공동 저자 신경준 교사

14.12.21 10:21 | 한혜미 쪽지보내기|김병기쪽지보내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만들기 위해 매월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시민들의 뉴스공동체입니다.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시면 '다이어리북'을 드리고 e-도서관을 열람하실 수 있으며, 매월 열리는 10만인클럽 특강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또 오마이스쿨 모든 강좌 할인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 10만인]은 할 말하는 당당한 <오마이뉴스>를 위해 소중한 마음을 보태주신 분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오마이북)의 공동저자 신경준 교사 ⓒ 한혜미

우리나라에 멸종위기종 교사도 있다.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환경과 기술 과목을 가르치는 신경준 교사(37, 한국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대학에서 환경교육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해 그처럼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전국 공립학교 교사는 10여 명뿐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임용고시를 치러 전국 환경 교사 70명을 채용했으나 2009년부터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단다. 그나마 남은 환경 교사들은 학교 측이 환경 과목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면서 교단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멸종위기종 교사'를 아시나요?

"그해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녹색성장을 들고 나왔다. 내심 희망을 걸었다. 많은 아이들에게 환경을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때부터 '제로(0)'였다. 한 명도 안 뽑았다. 녹색성장이 아니라 녹조라떼 정부에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 이번에 학부모에게 알리고 싶다. 교단에도 멸종위기종이 있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면 학교 측에 환경 과목을 채택해줄 것을 요청해 달라."

'멸종위기종'인 신경준 교사가 그와 비슷한 절박함으로 펴낸 책이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오마이북 출간)이다. 시민들이 핵발전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탈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탈바꿈 프로젝트> 공동저자 21명 중 한명인 그는 핵발전소와 방사능 오염으로 인간마저 멸종위기종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안을 이 책의 마무리 글 '착한 에너지로 가득한 세상을 위하여'에 담았다. 정부가 지켜주지 못한 안전 부재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는, 핵 마피아에 맞서려는 몸부림이자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다. 그 자신부터 학교에서 아이들과 노래하고 춤추면서 지구를 지키는 놀이에 빠져있단다.

또 이 책에는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인포그래픽 20개가 실려 있다. 책 내용을 완전히 읽지 않아도 한눈에 핵발전소의 무시무시한 진실을 알 수 있고, 후쿠시마 이후 우리 안방까지 위협하는 먹거리 실태와 대처 방안 등이 친절하게 수록돼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가 끝날 때마다 탈핵 관련 동영상과 책, 언론 기사 등을 소개하고 있어 '탈핵 안내서'로 추천할 만하다.

내가 <탈바꿈>을 추천하는 까닭

지난 11일 서울 서교동 마당집에 온 그에게 <탈바꿈>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이런 단답형 답변이 돌아왔다.

"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책이다."

명쾌했고, 진지했다.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기자의 눈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사명감까지 배어 나왔다. 책을 무려 3번째 탐독하고 있다는 그에게 먼저 나왔던 탈핵 관련 서적과 다른 점을 물었더니, 일사천리다.

▲ 신경준 교사는 <탈바꿈>(오마이북 출간)의 공동 저자 중의 한명이다. 그는 핵발전소와 방사능 오염으로 인간마저 멸종위기종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가 <탈바꿈> 책을 소개했다.

ⓒ 한혜미


"저자 21명이 자기 전문영역에서 탈핵의 방향을 폭넓게 제시했다. 탈핵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을 대신해 쓴 부분도 있고, 어떻게 교육했으면 좋겠다는 교육자 시각의 글도 있다. 엄마로서 아이의 건강을 염려하는 접근도 있고, 의사는 전문적인 방사능 지식을 전해 준다. 환경활동가들은 탈핵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래서 남녀노소, 어느 직업, 어느 위치에서 보아도 탈핵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자력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핵에너지의 진실을 알 수 있고, 그 에너지가 결국 20~21세기에 걸쳐서 탄생한 판도라 상자를 연 것이라는 사실도 전해준다. 이 판도라 상자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또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핵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

그에게 이 책에 나온 인포그래픽 중 탈핵의 필요성을 알 수 있는 세 개를 꼽아달라고 했다.

[인포그래픽 ①] 2014 현재... 그리고 미래

▲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P162 ⓒ 탈바꿈프로젝트

▲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P163 ⓒ 탈바꿈프로젝트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진행 중이다. 지금도 매일 30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누출되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2011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수입한 일본산 수산물은 6만 8692톤이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또 생선의 원산지 표시를 국민은 믿지 못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폭 중 음식물로 인한 피폭이 무려 80~95%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페이지 하나만으로도 원자력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다."

[인포그래픽 ②] 핵에너지가 청정에너지라고?

▲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P185 ⓒ 탈바꿈프로젝트

"핵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선전한다. 그런데 이 인포그래픽 한 개만 보더라도 그게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핵발전소 한 개를 건설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무려 6500만 가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같다. 우리나라 인구를 넘어선 가구 수이다. 정부 말대로 우리나라에 41기가 모두 건설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원자력 학계의 선전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래픽이다."

사실 핵 발전은 상대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보다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지만, 우라늄 채굴과 영구 폐쇄, 핵폐기물 처분에 이르기까지 방사능을 내뿜는다. 온실가스도 문제지만 방사능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독이다.

[인포그래픽 ③] 방사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P124 ⓒ 탈바꿈프로젝트

▲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P125 ⓒ 탈바꿈프로젝트

"방사능이 우리 몸에 어느 부위에 가서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한눈으로 보여준다. 눈으로 가면 백내장에 걸린다. 목으로 가면 갑상선암, 근육으로 들어가면 근육종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폐암이 나타날 수도 있고 불임을 유발한다. 골수로 가면 백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방사능은 인체 전체에 걸쳐서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와 관련, 이 책의 공동저자인 주영수 한림대학교 의대교수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아무리 작은 선량이라도 그 수준에 비례하는 확률로 암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방사선은 세포분열이 활발한 조직에 큰 피해를 입히는데, 같은 방사선량이라도 성장기 어린이들의 암 발생 확률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생선 먹던 기억은 이제 추억으로...

▲ <탈바꿈> 책표지. ⓒ 오마이 북
- 이 책의 5장 '어떻게 먹어야 안심할 수 있을까?'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얼 먹여야 할지 난감했다. 식약청은 원산지 공개를 꺼리고 있고 현재 표기되는 원산지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막막했다. 특히 어묵, 맛살, 소시지 등에 들어가는 생선의 원산지는 알 길이 없다. 아이들의 학교 급식에도 일본산 생선이 마구 들어가고…….
"생선 먹고 살았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 우리들이 먹었던 생선에 대해 자손들에게 유언으로 남겨줘야 한다. 우리 부모들이 체르노빌 사고로 간접 피해를 받은 세대라면, 현 세대는 후쿠시마 사고의 첫 번째 피해자다. 반감기가 300년인 중저준위 핵폐기물도 아니고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폐기물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 이 책을 꼭 읽히고 싶은 독자층이 있다면?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음식을 선택하는 권한이 아이들에게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급식에서 생선을 거부하니까 생선 메뉴가 줄었다. 아무리 어른들에게 이야기해도 식단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이들은 집에 가서 엄마와 아빠를 설득한다. 아이들이 환경교육을 받지 않는 부모들을 재교육시킨다. 이 친구들은 분식집에서도 어묵을 빼낸다. 이렇게 생선을 피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불편한 진실, 콘센트 벽 뒤에서 신음한다

- 후쿠시마 이후에 핵 발전이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시민들이 국가 전력시스템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밀양과 청도 어르신들은 아직도 송전탑 때문에 싸우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 중 핵 발전의 비중은 30%다. 이 전력이 없어도 된다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필요하다. 이보다 앞서 자기 가정에서 30% 전기를 줄이려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선 나는 집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우리가 전력 생산의 일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쓰지 않는 플러그도 뽑아야 하는데 리모컨으로 TV를 켜는 습관을 버리자. 특히 요즘 많이 사용하는 IPTV는 1년 365일 24시간 방송의 전파를 수신 대기하고 있다. 그때 버려지는 대기 전력이 집안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1위다.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정수기, 비데, 전기장판, 에어컨 등이 전기 먹는 하마다.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

-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원전을 수출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현 정부도 핵 발전과 관련한 정책은 비슷한 것 같다. 왜 이런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이나?
"핵마피아들의 정책이다. 그들의 나라이지, 우리의 나라가 아니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정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선 안 된다."

- 21명의 공동 저자 중에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썼다. 핵 발전의 대안으로 '착한 에너지로 가득한 세상을 위하여'란 제목인데, 착한 에너지는 무엇인가?
"사실은 산업혁명 시대 이전의 에너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블랙아웃'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디에서 에너지원을 찾아야 할까? 결국, 태양과 바람과 물이다."

- 환경에 다양한 분야와 이슈가 있다. 그중 '탈핵'에 주목한 까닭은 무엇인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68%, 원자력이 30%다. 나머지 2%가 신재생 에너지다. 그러니까 98%가 지구를 해치는 온실가스 에너지다. 지구에서도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다. 그중 핵 발전은 직접적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 탈핵으로 가는 길, 지난할 것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내가 쓰고 있는 전기 앞에서 우리는 떳떳해야 한다. 그런데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모르고 플러그가 꽂혀있다. 콘센트 벽 뒤로 가면 송전탑과 싸우면서 밀양과 청도의 주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후쿠시마처럼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게 바로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 텐데, 그때면 너무 늦었다. 핵발전과 송전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전기를 절약하는 한편 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 우리가 믿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다."

"환경을 배우면 세상에 눈을 뜬다"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멸종위기종 교사'

'원자로는 원자폭탄처럼 절대로 폭발하지 않는다.'

위의 명제는 진실일까? 하지만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원자로가 수소 폭발했다. 1986년에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원자로가 폭발해 1만여 명이 사망했다. 만약 신경준 교사(한국환경교사모임 공동 대표)가 논문을 쓰지 않았다면 위의 허무맹랑한 명제는 지난해부터 중학교 <기술·가정②>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었다. 그는 2013년 한국기술교육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12종의 출판사별 중학교 교과서를 분석해 이같은 '거짓'을 지적했고, 결국 교과서는 수정됐다.

"환경을 배우면 세상에 눈을 뜬다. 환경은 생명뿐만 아니라 여성, 인권, 평화, 복지 등을 종합하는 단어다. 지속가능한 삶을 일깨우는 것이다. 환경을 배우면 자기만 아끼고 버리지 않는 소극적 시민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실천적 태도가 길러진다."

이처럼 환경을 통해 종합적인 인성이 길러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중학교 1, 3학년에게 1주일에 한 시간씩 환경 과목을 가르친다. 환경 과목은 생물종 다양성, 기후변화, 자원과 에너지, 지속가능한 삶 등 4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학생들이 자기 관심영역을 선택해서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생물종다양성을 연구하는 팀은 나 이외의 생명을 배려하는 지식을 배운다. 연구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나 제인구달 박사와도 지식을 공유하는 장소에 참여한다. 자원절약팀은 폐건전지, 휴대폰, 안경을 모아서 기관에 보내고 얻은 수익금 일부를 월드비전, 유니세프 기아대책 등에 후원하면서 지구 반대편의 청소년 삶과도 공유한다.

에너지절약팀은 교실의 전등 스위치, 에어컨, TV를 끄는 활동을 하면서 2012부터 2014년까지 대기전력을 차단했는데, 2011년 대비 3년간의 전력 절감량이 28%였다. 이 친구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환경캠페인의 하나인 지구촌 전등 끄기에 적극 참여했다. 이때 1시간동안 서울시 전력사용량 23억 원을 절약했다. 서울광장이나 청계천 광장에서 에너지절약 시민 서명을 받고 플래시몹도 했다.

이 친구들은 에너지절약 노래도 만들어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제는 전교생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을 춘다. 학교에서 3년째 에너지 축제도 열었다. 수익금을 핵발전소 때문에 신음하는 밀양 송전탑 대책위에 후원했다. 한국환경교사 모임과 이 친구들을 포함한 전국 175명 학생들이 50인의 전문가를 인터뷰해서 <그린 멘토, 미래의 나를 만나다>라는 책도 냈다."

그는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고 말했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고 행복해 보였다. 그는 1시간 여의 인터뷰를 마친 뒤에 기자에게 10만인클럽 회원 가입서를 슬쩍 내밀었다. <오마이뉴스>가 그간 일궈온 '환경 정체성'을 적극 후원하고 싶다는 뜻이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이 땅에서 핵 마피아들을 쫓아내는 놀이에 동참하라는 명령으로도 읽혔다.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