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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최병성의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유독물로 세차하는 곳... 정말 어이없습니다
[10만인리포트-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일본의 시멘트 공장, 한국과 너무 달랐다

14.12.10 08:21 | 최병성 기자쪽지보내기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 글을 연재하는 최병성 목사(cbs5012@hanmail.net)는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입니다. [편집자말]
▲ 마치 누군가 시멘트를 부어 만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작품입니다. 오랜시간 시멘트 가루가 날아와 만들어진 세계 시멘트 역사에 남을 만한 예술품입니다. ⓒ 최병성

이토록 신기한 시멘트 예술작품을 보신 적 있나요? 날아온 시멘트 가루에 의해 돌담이 놀라운 예술품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일부러 시멘트를 붓는다고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닙니다.  

시멘트 가루 작품은 돌담벼락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와지붕이 마치 종유석 같기도 하고, 공룡 알 화석을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전 세계 시멘트 역사에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든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 세상에 이런 일이....얼마나 많은 시멘트 분진이 날렸기에 기와 지붕의 골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곳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건강은 과연 문제없을까요? ⓒ 최병성

2006~2009년 ○○시멘트 공장 인근에서 제가 관찰한 모습입니다. ○○시멘트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부공장장을 만나 시멘트 분진에 대해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놀라웠습니다. "설탕 공장에 설탕 가루 날리고, 시멘트 공장에 시멘트 가루 날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시멘트 분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을 비교해 보니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 가루 날리는 것이 당연할까요? 2009년 초, 일본 우베 시멘트와 태평양 시멘트 공장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의 시멘트 공장들은 시멘트 가루 날리는 게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냄새도 분진도 전혀 없었습니다. 공장 근처 마을만 들어서도 목이 따갑고 숨쉬기도 거북한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 일본 태평양시멘트공장 바로 곁 마을 지붕입니다. 반짝반짝 빛나고 빨래(화살표)가 널려있습니다. ⓒ 최병성

한국의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은 지붕과 비닐하우스와 장독 뚜껑과 차량 등에 하얀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의 지붕들은 하나같이 반짝반짝했습니다. 심지어 지붕 위에 태양열 발전시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멘트 가루가 날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한국처럼 시멘트 가루가 날린다면 태양열 발전은 꿈도 꿀 수 없으니까요.

일본 태평양 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닛산 자동차 전시장이었습니다. 만약 한국처럼 시멘트 가루가 날린다면 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 자동차 전시장은 불가능합니다. 닛산 자동차 전시장뿐 아니라 주변 마을 어떤 자동차에도 시멘트 가루를 볼 수 없었습니다.

▲ 태평양시멘트공장 (화살표) 정문 앞에 닛산(NISSAN) 자동차 판매 전시장이 있었습니다. 시멘트공장의 분진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 최병성

한국의 시멘트 공장 마을의 자동차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매일 밤 날아와 달라붙는 분진은 물과 비누로만 세차할 수 없어서 유독물질인 염산으로 세차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일본 태평양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집집마다 밖에 빨래가 널려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린 아기 옷도 널려 있었습니다. 한국의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은 한 여름에도 창을 열 수 없습니다. 시멘트 가루와 검댕이라 부르는 분진이 떨어지니 빨래는 고사하고 창을 열기도 어렵습니다.

▲ 한국과 일본 시멘트공장의 차이가 여기 있습니다. 시멘트분진을 뒤집어 쓴 한국 시멘트공장 마을 차량과 광이 번뜩번뜩하고 빨래가 널려있는 일본 태평양시멘트 공장 바로 곁의 마을 모습입니다. 시멘트공장은 같은데, 차이가 너무 심각합니다. ⓒ 최병성

이렇게 잘 알고 있는 환경부인데...

한국과 일본 시멘트 공장의 차이를 환경부가 한 장의 서류로 정리했습니다. 환경부가 만든 '한·일 시멘트 소성로 관리제도 비교' 표에 의하면, 일본은 시멘트 공장이 폐기물 처리를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은 '신고'만하면 끝입니다. 일본은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가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지만, 한국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멘트 공장별 자율기준을 설정해 엄격하게 관리해왔지만, 한국은 이제야 자율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 일본은 폐기물 사용 허가제를 통해 폐기물의 이동 경로 추적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어떤 폐기물이 어디로 이동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시설을 보완해서 시멘트 공장 인근에 분진이 거의 없는 데 반해, 한국은 공장 인근 주민들의 분진 민원이 많다고 환경부 스스로 시인하고 있습니다.

▲ 일본과 한국 시멘트공장의 차이를 정리한 환경부 자료입니다. 시멘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것은 똑같은데, 어떻게 이런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 환경부

한일 시멘트 공장의 환경 관리 실태를 정리한 도표는 환경부가 2008년 2월 13일, 모든 시멘트 공장 사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시멘트 공장 환경을 개선하자며 만든 서류입니다. 제가 몇 해 동안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에 대해 목소리 높여 얻어낸 작은 결과물이지요.

한일 시멘트 공장 비교 자료에서 보듯, 국내 시멘트 공장의 심각한 환경오염 현실을 환경부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시멘트 공장의 관리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요? 환경부입니다. 환경부의 관리 부실이 결국 분진으로 가득한 시멘트 공장과 발암 시멘트가 생산되도록  방치해왔던 것입니다.

시멘트 공장에 대한 환경부의 관리 부실은 감사원 감사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시멘트 공장이 사용하는 폐기물에 대한 2009년 6월 감사원 감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멘트 공장이 허가받은 폐타이어 16,553톤보다 15,870톤이 많은 32,423톤을 사용하는 등, 5개 시멘트 공장에서 허가받은 폐기물 8종 149,010톤보다 무려 216,364톤이 많은 365,374톤을 사용했다....(중략) ○○공장에서 2008년에만 폐주물사 188,512톤을 사용하고도 재활용 신고를 하지 않는 등, 미신고 폐기물이 8개 시멘트 공장에서 849,074톤이다"

▲ 신고량보다 더 많은 쓰레기와 허가받지 않은 쓰레기를 사용했다고 지적한 감사원 감사 자료입니다. 그런데 사용한 쓰레기 양이 엄청납니다. 환경부의 이런 관리 부실이 발암 물질 가득한 시멘트와 시멘트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 것입니다. ⓒ 감사원 감사 결과 2009년6월

감사원은 "그 결과 시멘트 공장에 맞는 대기오염 방지시설 선정을 위한 대기오염 종류 및 배출량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시멘트 공장의 심각한 탈법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당국의 관리 부실 덕에 허가받은 양보다 더 많은 쓰레기와 신고하지 않은 쓰레기까지 시멘트 제조에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첫째는 발암물질과 유해물질 가득한 시멘트가 생산되어 국민의 집을 짓는 데 사용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기오염 종류 및 배출량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환경 피해가 심각했던 것입니다.

진폐증이라는 세계 초유의 기록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은 아주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시멘트 종유석뿐만 아니라,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마다 진폐증과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진폐증'이란 오래만에 듣는 단어입니다. 환경 개선으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질병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 조사 결과, 시멘트 공장이 있는 마을에서 진폐증 환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석탄 광산에 단 한 번도 근무한 적 없는데, 단지 시멘트 공장 근처에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진폐증에 걸린 것입니다.

▲ 환경부 조사 결과 시멘트공장 마을에 살아가는 주민에게서 진폐증이 발견되었습니다. ⓒ 국립환경과학원

더 놀라운 것은 진폐증 환자가 어느 한두 개 시멘트 공장 주변에서만 발견된 게 아닙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지난 2007년 강원도 영월군을 시작으로 강원도 동해·삼척·강릉, 충북 제천과 단양 등 시멘트 공장이 있는 모든 마을에서 진폐증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시멘트 공장 외에는 그 어떤 공장도 없는 청정산골 주민들이 말입니다. 올해 6월에는 전남 장성에서도 진폐증이 발견됐습니다. 지금도 환경부의 시멘트 공장 조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멘트 공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시멘트 공장이나 광산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진폐증에 걸린 것은 세계 유례 없는 일이라고 의학자들은 지적했습니다. 특히 모든 시멘트 공장의 마을 주민에게서 진폐증이 발견되었으니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러나 언론의 침묵 속에 이 사건은 조용히 묻혀 버렸고, 지금도 주민들은 공장에서 날아오는 분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멘트 공장 주변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가장 큰 고통은 호흡기 질환입니다.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오는 분진 때문입니다. 목에 가득한 가래가 얼마나 답답했던지 "손가락을 넣어 목속의 가래를 꺼내고 싶다"고 호소할 만큼 오늘도 주민들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40년 전 분진이라고요?

시멘트 공장들은 지붕과 돌담에 가득한 분진에 대해 '40년 전 분진'이라고 주장합니다. 올해 초 시멘트 공장에 가보니 기와지붕 종유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돌담엔 시멘트를 부어 분진의 흔적을 감추었습니다.

40년 전보다 분진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 지금은 시멘트 공장에서 분진이 날리지 않는 것일까요?

▲ 각기 다른 시멘트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시멘트 가루입니다. 분진이 나와서는 안 되는 곳에서 펄펄날리는 이 시멘트 분진이 40년 전 사진일까요? 이렇게 날리는 시멘트 가루 탓에 주변 마을은 온통 시멘트 가루로 뒤덮이곤 합니다. ⓒ 최병성

저는 시멘트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공장에서 날리는 시멘트 가루를 수없이 보았습니다. 공장 굴뚝뿐만 아니라, 시멘트 가루가 나와서는 안 되는 곳으로 흰 가루가 펄펄 날리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찍은 분진 사진들이 모두 40년 전 모습일까요?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지붕 위에 내려앉은 시커먼 접착성 분진이 40년 전 분진일까요? 시멘트 분진을 뒤집어 쓴 자동차가 40년 전 자동차일까요?  장독 뚜껑에 쌓인 하얀 시멘트 가루가 40년 전 분진일까요? 배추 잎사귀 안에 가득한 시멘트 가루 역시 40년 전 분진일까요? 만든 지 일 년 만에 하얗게 변한 비닐하우스가 40년 전 시멘트 가루 때문일까요? 주민들은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끈적끈적한 분진이 물과 비누로는 씻기지 않아 유독물인 염산으로 세차를 하곤 합니다. 염산으로 세차해야 하는 게 40년 전 분진 때문일까요?

▲ 제가 찍은 이 사진들이 시멘트공장의 주장처럼 40년전 분진일까요? 배추 잎사귀에도, 지붕에도, 자동차에도 비닐하우스에도, 장독대에도, 마을 뒷산 낙옆 위에도 가득한 시멘트 분진으로 인해 주민들은 오늘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최병성

시멘트 공장 마을 지붕에 쌓인 분진을 연구소에 보내 분석해 보았습니다. 망간, 바륨, 크롬, 니켈, 납, 수은, 아연, 카드늄, 비소 등 분진 중에 가득한 유해 중금속의 성분 비율이 시멘트와 동일했습니다. 중금속 광산이 없는 산골 마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유해 중금속들이지요. 이는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분진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유해 중금속이 가득한 이 시멘트 분진이 그저 지붕과 장독 뚜껑에만 쌓였을까요? 매일 시멘트 분진을 호흡하는 마을 주민들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2007년 영월·제천·단양의 시멘트 공장 마을 주민들과 서울 사람들과의 모발 중 중금속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모발 검사는 정부와 시멘트 재벌을 상대로 지역 주민의 환경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개인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모발 검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시골에 살아가는 시멘트 공장 주민들의 모발 중 중금속 검사 결과, 대기오염이 심한 서울 사람들보다 크롬 4.6~6.8배, 카드늄 1.7~2.8배, 납 2배, 알루미늄 1.5~2.2배 더 심각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심각한 분진과 환경오염이 주민들의 진폐증과 호흡기 질환 등으로 나타난 것이겠지요.

시멘트 공장의 환경오염은 단지 지역 주민의 피해로 끝나지 않습니다. 시멘트 공장의 관리 부실은 발암물질 가득한 시멘트로 이어집니다. 발암물질 없는 건강한 시멘트와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의 환경 개선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일입니다.

▲ 환경부 장관님, 시멘트 분진으로 고통당하는 주민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요. ⓒ 최병성

환경부 장관님, 시멘트 제품을 만드는 공장은 똑같은데, 한국과 일본의 시멘트 공장 환경의 차이는 왜 이토록 심각합니까? 시멘트 공장에 쓰레기 소각을 허가하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환경부의 책임 아닐까요?

국민들은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원합니다.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은 맑은 공기를 숨 쉬며 살고 싶습니다. 이제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 사용을 금지시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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