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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아만남

"4대강 취재하는 난, 지금도 밤길이 무섭다"
[10만인리포트-김병기의 아만남] 김종술 기자, SBS물환경 대상 시민부문 수상 ②

14.11.20 09:12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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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시민기자, 시민운동가, 직업기자

▲ 김종술 기자와 함께 금강변을 걷는 한준혜 집행위원장. ⓒ 김병기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한준혜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한 시간 동안 금강 곰나루 근처를 훑어본 뒤에 공주의 한 카페에 들어가서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기자와 시민운동가, 사실상 동지였다. 

기자 : 금강은 어떤 곳인가?
김종술 : 금강이 고향은 아닌데, 내가 태어난 곳에 비슷한 강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수영하고 모래사장에서 씨름을 했다. 아버지 손잡고 낚시를 하고 수박 서리를 해서 먹은 곳이 강이었다. 어머니 넉넉한 품 같은 놀이공간이었다.

나는 서울에서 무역업을 했는데, 시민운동을 하던 매형이 공주로 와서 일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살만한 곳인지 알아보려고 3번 정도 공주를 방문했는데 마지막에 솔밭유원지 백사장을 찾았다. 멀리 연미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는 햇살이 강바닥에 부딪치는 풍경, 어린 시절의 강을 떠올렸다. 이사를 결심했다.

추억의 강

기자 : 처음 이사한 곳은 솔밭유원지 근처인가?
: 2005년에 공주 옥룡동으로 이사했다. 솔밭유원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강가에 가면 살포시 일어나는 물안개,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다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고라니… 봄볕이 따뜻한 날에는 나물 캐는 사람도 많았다.

어떤 아주머니는 4살 정도 되는 아이를 데리고 매년 왔는데, 똑같은 장소에 나무 의자를 놓고 1주일간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아름다운 장소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고 싶었단다. 4대강 공사를 시작했을 때 그 아주머니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 버렸다. 

한준혜 :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으니 애같다. 김종술 기자는 사소하고 작은 것을 크게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는데 본인에겐 의미가 크게 와 닿는 거야.

: 익숙한 강, 아무 때나 가서 쉴 수 있는 강이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게 견딜 수 없었다.

: 익숙한 공간을 흐트러트리니까, 짜증이 난 거야. 그러니까 애지. 사실 거대담론으로 4대강 문제에 접근했다면 이렇게까지 금강에 대한 기사를 쓸 수가 없어. 그냥 미친 거잖아.(웃음) 나쁜 뜻이 아니라 순수하다는 거지.

감귤만한 구멍 때문에 1500년 버틴 성이 무너졌다?

▲ 김종술 시민기자. ⓒ 김병기

기자 :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의 금강,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나?

: 공통점은 없다. 내 기억 속의 금강은 굽이굽이 흘렀다. 유속도 빨랐다. 강폭이 100-150m였기에 술 먹고 객기를 부리는 사람들이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사고도 났다. 지금은 모래톱이 남아있지 않지만 전에는 보기 좋았다. 모래톱을 걸으면 발목,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가만히 물속을 바라보면 모래가 흐르는 모습이 환하게 보일 정도로 맑았다. 그런데 4대강 사업 이후에는 녹조를 담은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했다. 지금 금강은 거대한 늪이다."

 : 요즘 강변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악취가 나서 운동을 못할 정도라고 한다.

기자 : 공산성이 무너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

: 2008년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을 인터뷰했을 때 4대강 공사를 하면 성곽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3년 4월부터 이상한 증상이 보였다. 길이가 2600m 성곽 10여 곳에서 배부름 현상이 일어났다. 공산성 강변 쪽에서 싱크 홀이 발견됐다. 나중에는 50여 곳에서 배부름 현상이 나타났는데 대부분 강변쪽 성곽에 집중됐다. 한준혜 국장과 싱크 홀을 조사하고 일주일 뒤에 공산정이 서 있는 곳이 무너졌다. 카메라를 들고 달려간 현장, 공무원들이 막아섰다. 은행에서 빚을 내서 비행기를 띄워 항공촬영을 했다.

특종 기사를 쓴 뒤 3시간 만에 국토부가 보도자료를 냈다. 가을비가 성곽의 작은 구멍에 들어가서 성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을비 30mm에 1500년 된 성곽이 무너지나? 국토부가 이야기한 그 구멍은 지름이 10cm이었다. 웃기고 황당했는데, 더 황당한 것은 기자들이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고 보도자료를 받아썼다는 것이다. 그게 기자인가? 속에서 열불이 났다.

▲ 공산정이 서있는 곳이 무너지자 카메라를 들고 달려갔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막아섰다. 은행에서 빚을 내서 비행기를 띄워 항공촬영을 했다. 사진은 공산성 붕괴 현장. 붉은 색 안이 남아있는 여장. ⓒ 김종술

: 그 때 김종술 기자가 연락을 해왔다. 공산성이 무너지자 문화재청장이 최초로 방문을 했는데, 1시경에 공산성에서 내려올 것 같으니,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김 기자의 배후조종 때문에 다른 언론사들이 첫 보도와는 달리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담긴 균형 잡힌 기사가 나갈 수 있었다. 하하하.

: 배후조종이라기보다는 기자인 나도 균형 잡힌 기사를 쓰고 싶었다. 당시 문화재청장은 공산성을 빨리 복원하려 했지만, 기자회견이 그걸 막았다. 환경단체들이 전수조사를 강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인 복원이 가능하다. 공산성 역사 이래 최초로 정밀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내년 12월말까지다.

난, 밤길이 무서웠다

기자 : 금강을 취재하면서 어떤 때에 가장 가슴 아팠나?

: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는 농민들이 뿌리는 농약과 비료였다. 그것 때문에 환경오염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취재를 하다보니까, 산중턱에 있는 나무를 뽑아 강변에 심은 나무들이 시름시름 앓자 거기에 농약과 비료를 뿌렸다. 그 장면을 사진 취재하다가 멱살을 잡히고 폭행을 당했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을 먹었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X새끼, 물에 빠져 죽어라' '너 이 X새끼, 밤 길 조심해라'라고 쌍욕을 했고 폭행도 했다. 욕먹고 매 맞고 다니는 기자, 내가 봐도 한심했다. 실제로 밤길이 무서웠다.

기자 : 금강 세종보 준설선 기름유출 때도 화가 나지 않았나?

: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갔다. 차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역겨웠다. 세종보부터 공주보까지 완전히 기름으로 범벅이 됐다. 강변에 서니 눈이 따가웠다. 그런데 환경부는 4.5.리터 기름이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세상에…. 분통이 터져서 그 때 많이 울었다.

: 내가 최초 제보자였다. 준설선 기름 유출을 은폐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달려갔다. 김 기자 말처럼 환경부는 1.5리터 생수병 3통 분량의 기름이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김 기자가 아니었다면 그냥 덮었을 것이다. 이 때 감시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4대강 사업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막으면서 금강을 지킬 수 있을까? 나약한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 절실한 한 사람이 있다면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기자 : 김 기자는 온몸으로 취재해왔다. 물고기 떼죽음 특종 취재 때 있었던 '손가락 취재' 이야기도 들려 달라.

: 금산 참여연대 활동가 제보를 받고 달려갔다. 백제보 상류에서 환경부 산하 금강 지킴이들이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그날 수거된 양이 30~40포대였다. 그 다음날은 부여군 환경보호과 직원들이 수거를 했는데, 50미터 떨어진 지점에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물고기 사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체를 그냥 묻으면 2차 수질오염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하니까, 시치미를 뗐다.

그렇게 말하는 직원 앞에서 손가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죽은 물고기가 나왔다. 그 다음날에는 150포대를 수거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첫날 35마리, 다음날 100마리를 수거했다고 축소해 발표했다. 그 다음날부터 공무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 5시에 나가서 포대를 세기 시작했다. 10일간 내 눈으로 확인한 것만 65만 마리였는데, 환경부는 5만3천 마리라고 발표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다

▲ 한준혜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 ⓒ 김병기

10일 뒤, 물가는 죽은 물고기로 가득 했지만 환경부는 사체 수거를 중단했다.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섰다'고 하더라. 10여 일 동안 포대를 열어 구더기가 득시글한 물고기 사체를 취재했던 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기자 : 4대강에 대해 지금까지 쓴 기사는 몇 건 정도인가?

: 2008년부터 800건 정도 된다. 한 달에 25일 정도 금강에 나가 취재를 하기 때문에 다른 기사를 쓸 게 별로 없다.(웃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쓴 게 290건이다. 주간지나 지역신문에도 많이 썼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알리는 게 목적이었기에 기자들에게 최대한 협조 했다.

4대강 사업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리 기사를 써도 꿈쩍을 안 했는데, 그 뒤에는 기사로 문제제기를 하면 곧바로 바꿨다. 가령 죽어가는 소나무에 농약을 뿌리는 것을 문제 삼은 기사를 쓰니 앞으로 뿌리지 않겠다고 답변이 왔고, 어디가 무너졌다는 보도를 하면 다음날 복구했다. 이끼벌레 문제가 터졌을 때도 충청남도가 정밀조사단을 발족했다.

: 건강한 언론의 힘을 느꼈다. 금강은 어떻게 지켜야할지 막연했는데, 건강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겸 활동가가 열정을 갖고 이 사안을 취재하니까 크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 기자가 앞장서면 우리가 뒤에서 서포트하는 형국이다. 새로운 시대의 기자상 아닌가.(웃음)

기자 : 수백 건의 기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인가?

: 2012년 10월27일에 썼던 1m36.5cm 대형 씨메기가 죽은 기사다. 그날도 아침에 혼자서 강을 한 바퀴 도는 데 무엇인가 큰 사체가 물 위에 떠있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사람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가까이 보니 메기였다. 물속으로 들어가 40kg 되는 메기를 끌고 나왔다. 혼자 사진을 찍기 어려워서 금강유역 환경회의 유진수 사무처장을 불러 도움을 받았다. 곧바로 환경부 쪽에서 씨메기를 쓰레기장으로 실어갔다. 지금은 후회가 되는 데, 그걸 박제해서 금강의 아픈 상처를 알리는 데 쓰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하면서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물고기 씨가 말랐다고 한탄한다.

▲ 지난 2012년 10월 김종술 기자가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한 대형메기. 이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종술

이명박 전 대통령, 고맙다

기자 : 폭행과 욕설 그리고 생활고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다.

: 기사 나간 뒤에 사람들이 조용히 다가와서, 또는 전화해서 '기사 잘 봤다' '고맙다'고 할 때다. 돈은 떨어지고 자동차 기름이 간당간당할 때는 슬펐다. 큰빗이끼벌레를 수거하지 않고 보트를 타고 스크루로 학살하거나 물고기 사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침전물을 줄줄 흘려보냈을 때 분노했다.

기자 :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근혜 정권'에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지켜온 많은 것을 앗아갔다. 내가 가진 재산을 바치면서 싸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4대강 사업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그들에게 분노했고, 그 분노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미친 듯이 강변을 쏘다니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여러 가지 영예로운 상을 받았다. 환경단체와 민언련에서도 상을 받았다.

기자 : SBS, 환경운동연합, 환경부가 물과 환경을 지키는데 앞장선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상을 시상해왔던 제7회 SBS 물환경대상 시민부분을 수상한다. 소감은?

: 박근혜 정권에서 이런 상 받는 게 가문의 영광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죽어가는 4대강을 취재해 상을 받는 게 쓸쓸하다. 기분 좋은 상은 아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은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석산 개발의 문제점을 취재했을 때 마을 이장님이 준 감사패였다. 석산은 막았는데, 4대강 사업은 막지 못했다. 그 피해를 들추면서 받은 상이기에 고맙고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물환경대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24일(월), 오후 3시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다).

☞김병기의 아만남 '김종술 1편' :
뱀에 물리고 벌 쏘이고 정신과 치료... 큰빗이끼벌레 먹은 '괴물 기자'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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