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10만인 리포트

김병기의 아만남

뱀에 물리고 정신과 치료까지
큰빗이끼벌레 먹은 '괴물기자'
[10만인리포트-김병기의 아만남] 김종술 시민기자, SBS 물환경 대상 시민부문 수상①

14.11.20 08:33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혹시, 만나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10만인클럽>은 매달 자발적으로 일정 금액을 오마이뉴스에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인데요, 회원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다른 회원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사람을 추천받아 '아름다운 만남'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지금, 이 기사의 댓글을 통해 추천해주세요. [편집자말]
▲ 공주보 앞에 선 김종술 시민기자. ⓒ 김병기

#[인연] 사이비 기자와 진보 정치인

"아, 그거 있잖아요. 검은색 양복바지에 허리띠를 배 위에 슬쩍 걸친 배 바지, 그리고 검은 구두를 신었어요. 거기에 알록달록한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꼬불꼬불한 고수머리. 너무 웃기지 않나요? 새까만 얼굴, 껄렁한 말투, 영락없이 돈을 뜯어먹는 지역 사이비 기자.  '저 기자랑 친하게 지내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말도 안했어요. 하하하."

한준혜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충남평생학습동아리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난 것처럼 놀려댔다. 지난 2008년 총선 때 민주노동당 공주연기 후보로 나갔다가 처음 만난 지역기자 김종술씨의 모습,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뒤 6년이 지났다. 김 기자는 지역신문인 백제신문을 그만두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한 위원장은 정치활동을 접고 이 지역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린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을 잃어가고 있지만 김종술 기자를 얻었어요. 저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기가 좀 그런데요, 양심을 지키며 실천하는 기자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조금이라도 자기 할 일에 소홀하면 호통 치면서 감시하는 활동가 기자라니까요. 나 참, 이런 기자는 처음 봤어요. 하하하."

뱀에 물리고 벌에 쏘이고 정신과 치료받고...

지난 5일, 한준혜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10만인 리포트-김종술, 금강에 산다'를 연재하는 김종술 시민기자를 만났다. 김 기자는 10만인클럽 회원의 추천으로 진행하는 '김병기의 아만남'(아름다운 만남) 네 번째 주인공이다. 한 위원장은 10만인클럽 회원은 아니었지만, 이날 "제2, 제3의 김종술 기자를 만들어 달라"면서 매월 월정액을 오마이뉴스에 후원하는 '자발적 유료 구독자' 모임에 합류했다. 그는 왜 김 기자에게 푹 빠진 것일까?

"밤길 조심해! 이 XX야!"

4대강 사업 용역한테 욕 먹고 얻어터지기 일쑤였다. 집과 사무실에 도둑도 들었다. 신기하게도 값나가는 물건은커녕 책상 위에 있던 만 원짜리도 집어가지 않고 4대강 사업 자료가 들어있는 컴퓨터 하드와 외장하드만 가져갔다.

난생 처음으로 보는 큰빗이끼벌레가 강에, 그리고 인체에 유해한지 확인 취재하려고 징글징글한 그 녀석을 직접 먹은 뒤에 특종 기사를 써서 미친X 소리를 듣기도 했다. 금강 풀숲을 헤치고 다니다가 벌에 쏘이고, 뱀에 물렸다. 물고기 떼죽음 특종 보도 때에는 매일 물고기 시체를 파헤치고 취재하면서 그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이뿐인가? 공주 공산성 붕괴 사진 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공무원들이 가로 막았을 때 은행 융자를 받아서 비행기를 띄워 <오마이뉴스>에 생생한 항공사진 특종 기사를 쏘아 올렸다. 취재비용으로 가산을 탕진해서 통장마저 차압당했고, 매일 '방 빼'라고 윽박지르는 집주인 눈치를 보면서 셋방에서 혼자 웅크리고 잔다는 처량한 노총각 시민기자.

금강과 결혼한 기자, '물환경 대상' 시민부문 수상

▲ 김종술 시민기자와 한준혜 집행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병기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받는 직업기자들이 보았을 때 황당한 '괴물 기자'다. 이런 김 기자가 최근 직업기자들을 제치고 대전충남 민언련의 민주언론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SBS 물환경 대상 시민부문(반딧불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시민참여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는 최초다. 상금액도 1000만 원. 오마이뉴스 창간 15년 동안 받은 상을 통틀어 최고액이다. 이날 만남에서 한 위원장은 김 기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김종술 기자는 금강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공공근로, 촛불집회 등 공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챙겨요. 보수색채가 강한 공주에서 쓰기 힘든 기사입니다. 특히 김종술과 금강은 애증관계이자 부부관계입니다. 죽도록 사랑하면서 죽도록 미워합니다. 4대강을 사랑하면서 4대강의 치부를 드러내며 싸우고 있죠. 한 여자와 결혼을 했다면 이렇게는 못하겠죠? 우리는 김 기자에게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하하하."

아직도 거의 매일 아침을 금강에서 시작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금강 변에서 보내는 김종술 기자는 금강과 결혼한 셈이다.

#[동행] 큰빗이끼벌레의 '습격' 그 후

ⓒ 김병기

"아이고, 여기도 있네유."

김종술 기자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공주보 300~400m 상류에서 큰빗이끼벌레를 건졌다. 길이가 40cm정도 되는 녀석도 있고, 수초에 붙어서 막 자라기 시작한 손톱만한 녀석도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지름 10~20cm 크기로 자란다고 한다. 김 기자가 물컹 하는 괴물 같은 그 녀석을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니 젤라틴 성분의 속살이 튀어 나왔다. 두 동강 난 녀석을 한 위원장과 기자에게 내밀며 한마디 했다.

"냄새 한 번 맡아 보실래유?
"어이쿠~"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김 기자는 이걸 먹기까지 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지난 6월 20일, 금강에 나와 취재를 하던 그는 이상한 생물체를 발견했다.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괴물 같은 녀석들. 4대강 사업으로 물을 가두어서 생긴 부작용일까?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 이 생명체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지만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정체를 알기 전에 기사를 쓸 수 없었다. 독자들에게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했다.

큰빗이끼벌레 한 점 떼어내 꿀꺽

징그러운 그 놈을 팔뚝에 문질렀다. 반응이 없었다. 결국 사람 몸에 해로우면 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생체실험을 했다. 눈을 꽉 감고 보기만 해도 징글징글한 그 녀석을 한 점 떼어내 꿀꺽 삼켰다. 증상은 3시간 뒤에 나타났다. 머리가 아프고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그는 큰빗이끼벌레의 출현 사실을 온몸으로 알렸다. 발로 쓴 기사라기보다는 '온몸으로 쓴 기사'였다.

그가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금강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는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떠들썩했다. 심지어 2m30cm나 되는 큰빗이끼벌레도 발견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포털에 올라온 언론사 기사는 1000여 건에 달했다. 많은 언론사가 그의 특종을 받아썼고 금강으로 몰려왔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했다. 특종은 기자로서 영예이지만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알린 그에게 언어폭력이 가해졌다. 기사 댓글을 통해서, 심지어 직접 전화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XX! 왜 그걸 먹어? 네가 기자냐?"

한 수구 신문사 기자들은 김 기자처럼 큰빗이끼벌레를 먹어보았단다. 얼마나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언론사는 대문짝만하게 쓴 기사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체와 수질에는 무해하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수질을 오염시키지는 않는다'는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뒤로는 대책반을 만들어 큰빗이끼벌레를 수거했다. 수문을 열면 물결이 일고 큰빗이끼벌레는 하류로 쓸려가거나 스스로 해체되는데, 굳이 4대강 수문을 틀어 잠근 채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서 학살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만든 4대강 사업에 흠집이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뻘로 변한 금강 물속에서 방금 꺼낸 큰빗이끼벌레. ⓒ 김병기

제2, 제3의 괴물이 대기 중?

큰빗이끼벌레가 금강에서 사라지면서 4대강 사업 이슈도 잦아들었다. 전문가는 수온이 16도 이하로 내려가면 큰빗이끼벌레는 살 수 없다고 말했기에 올해는 그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김 기자와 함께 금강을 찾아간 날의 수온은 13도 이하로 떨어졌다. 공주보 상류 곰나루 부근에서 큰빗이끼벌레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저수지에서나 볼 수 있는 부레옥잠이 강변에 서식했고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녹조 덩어리가 물 위로 떠올라 상류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강물이 역류하는 기막힌 금강.

"큰빗이끼벌레는 이제 끝물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은 아닙니다. 수문을 열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많은 큰빗이끼벌레들이 나타날 것이고, 오염된 물에 서식하는 제2, 제3의 괴물이 나올 겁니다."

이날 김 기자는 예언하듯 말했다. 며칠 뒤에 김 기자는 큰빗이끼벌레는 죽으면서 수중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암모니아 질소를 발생시켜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된 충청남도 민·관공동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인체와 수질에 무해하다고 썼던 수구 신문사의 지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사였다.

☞김병기의 아만남 '김종술 2편' : 4대강 취재하는 난, 지금도 밤길이 무섭다

분노할 줄 아는 기자

▲ 김종술 시민기자가 한준혜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병기

'분노하지 않는 자는 기자질 하지 마라.'

김 기자의 지론이다. 진실과 거짓 앞에서 5:5의 균형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비판적으로 거짓된 현상을 그대로 전하지 말고 거짓의 실체를 샅샅이 뒤져서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거짓 앞에서 분노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언론들은 균형과 공정, 객관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겨레> <조선>이 객관적인 언론일까? 세계 언론사상 그런 언론이 있을까? 그렇다고 그가 저널리즘이 추구했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한계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객관적인 균형만 추구하다가 거짓의 나팔수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는 오히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내는 '가혹한 검증'이 바로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오늘도 현장에 나가 자기 눈으로 보고 들은 사실만을 쓰려고 노력하는 기자다. 

지역신문이 왜 국책사업 비판하나?

- 첫 기사는?
"공주 지역의 석산 문제를 다뤘다. 석산에 문외한이어서 법적 절차부터 알고 싶었다. 석산허가와 관련된 법 규정집은 관공서에서 열람만 가능했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취재수첩에 그걸 베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황당했던지 한 공무원이 책을 빌려줬다. 집으로 가져가서 책을 달달 외웠다. 석산 허가법 속에 석산을 막는 방법이 들어 있었다.

그 뒤 전국 40~50 곳의 석산 현장을 취재했고 환경단체들과 함께 대한민국 석산 자료를 만들었다. 그렇게 동네 석산을 막았다. 산업폐기물 처리장, 골프장 등 환경문제들을 주로 취재했다. 인터넷 e백제신문 대표를 맡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만 활동하고 있다."

- e백제신문을 왜 그만뒀나?
"지역신문 기자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을 했는데, 4대강 사업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하고 1년을 버티지 못했다. 광고주들이 '왜 지역 신문이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기사를 쓰느냐'고 압박을 해왔다. 광고국을 폐쇄했고, 직원들에게 내 통장을 주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 이 통장에 든 돈이 거덜 날 때까지 4대강 기사만 쓰다가 문 닫겠다.'

수입 한 푼 없이 월 2000만 원 이상 적자를 봤고 1년을 버티다가 그만두고 다른 분에게 넘겨줬다."

▲ 공주보 앞에서 큰빗이끼벌레를 건진 뒤 냄새를 맡아보는 김종술 시민기자. ⓒ 김병기

강은 혼자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란?
"사회에 아픈 곳,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소소하게 자신 이야기, 옆집 얘기, 지역의 문제까지 직업기자가 아닌 시민의 시각으로 기사화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전문기자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 전문기자들은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짜인 틀로 세상을 보지만 시민기자들은 삶과 밀접한 생활 속에서 세상을 본다."

- 생계도 막막한데 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나?
"강의 아픔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이라도 돈 벌러 가고 싶은 심정이다. 아직은 그런 사람이 없다. 큰 문제가 터지면 우르르 몰려오지만 그때뿐, 강은 혼자 있다. 누군가는 금강을 기록해야 한다."

- 앞으로 어떤 기자로 남고 싶나?
"4대강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김종술에게 물어보라. 두루 존경받는 기자보다는 강에 대한 전문기자가 되고 싶다."

김 기자는 얼마 전까지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했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달 자신의 통장에서 월정액을 '독립자금'으로 보내주는 열혈 기자다. 하지만 최근 통장을 압류당하는 바람에 회비를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 덕분에 강에서 열심히 취재할 수 있었다. 세상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한걸음씩 앞으로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이 작은 지역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어 뿌듯하다. 지금은 개인 사정이 어려워서 회비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큰 상을 받게 돼 조만간 풀릴 수 있을듯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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