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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

"매 맞던 엄마 죽자, 이젠 저를...
아버지 죽이려고 망치 든 거 아냐"
[10만인리포트 -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⑦] 김태현군이 감옥에서 보낸 편지

14.11.07 11:51 | 박상규 기자쪽지보내기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는 한국여성의전화(http://www.hotline.or.kr/)와 함께 진행하는 기획입니다 [편집자말]
"아빠는 기분이 나쁘거나, 술을 마시면 엄마와 저를 때렸습니다. 엄마가 있을 땐 엄마가, 없을 땐 제가 맞았습니다.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치며, 발로 찼습니다. 밥을 못 먹게 하고, 잠도 못 자게 했습니다."

엄마가 맞을 때 소년은 옆에서 울며 지켜봐야만 했다. 그땐 힘이 없었다. 소년과 엄마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결국 엄마는 자살했다. 소년은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키가 크고 힘도 세졌다. 아버지를 보면 종종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버지와 힘이 비등해질 무렵, 소년은 오랜 세월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버지를 망치로 때렸다. 지난 10월의 일이다. 소년은 지금, 존속살해미수 등의 혐의로 수감돼 있다.

기자는 최근 이 소년, 김태현(가명. 15살)군 삶에 숨겨진 비밀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아버지에게 망치 휘두른 소년, 이웃들 "아버지 잡아가야 한다"). 교도소에서 직접 태현이를 만나기도 했다. 당시 태현이는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편지를 써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인간 대접을 못 받았어요"

▲ 가정폭력 피해자로 살아온 김태현(가명. 15살)군이 최근 <오마이뉴스>에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폭력 속에서 성장한 김군의 경험 등이 담겨 있다. 김군은 망치 등으로 아버지를 때려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 박상규

태현이는 약속을 지켰다. 태현이가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가 최근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도착했다. 편지에는 태현이가 겪은 폭력,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 공권력에 대한 아쉬움 등이 담겼다. 태현이에게 동의를 얻어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다.

"엄마는 아빠에게 정말 많이 맞았어요. 제가 있는데도 말이죠. 멍이 드는 건 기본이고 많이 다쳤어요. 엄마는 중국분이세요. 갈 곳이 없는 걸 알면서도 때리고 쫓아내고, 또 오라하고... 이혼도 했어요. 엄마는 집에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어요."

태현이에 따르면 아버지는 이혼 상태에서도 엄마를 집으로 부르고, 때리고, 쫓아내기를 반복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때리는 이유'를 묻는 건 부질없는 일. 태현이는 답답했고, 분노는 가슴속에 계속 쌓여갔다. 

"아빠가 때리는 이유는 황당해요. 술을 마시면 이유도 필요 없었고요. 제가 엄마를 만나면 때렸고... 하여튼 별 되도 않는 이유로 때렸어요."

그럼 태현이는 몇 살 때부터 폭력을 겪었을까?

"한 번은 친구 만나러 나가는데, 아빠가 '엄마 만나러 가지?'라고 물었어요. 저는 '아니다, 친구 만나러 간다'라고 했지만 믿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사실대로 말하라'며 때렸습니다. 저는 계속 해명을 했지만, 빨리 말 안 하고 거짓말 했다며 계속 맞았어요. 시계도 못 보던 나이였는데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지난 기사에서 쓴 대로 태현이 이웃들은, 태현이 아버지가 자신의 엄마(태현이 할머니)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태현이도 이웃들과 똑같이 이를 기억했다.

"친척 OOO과 함께 산 적이 있는데, 아빠는 OOO과 싸우고 나면 벽에다 칼질을 했어요. 할머니를 물병으로 때리고 방문 유리를 부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2008년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태현이 엄마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 태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모든 폭행은 저에게 왔습니다. 집에는 저와 아빠만 남았고, 친척 OOO이 집으로 왔습니다. 아빠는 OOO에게 계속 돈을 요구하고 자주 다퉜습니다. 제가 맞을 때 OOO이 말리러 오면 싸움이 났고, 저는 도망쳐 나오고 그랬습니다. 아빠는 OOO을 못 만나게 하고, 만나면 때렸습니다."

이렇게 폭력이 이어지는 동안 과연 경찰의 대응은 어땠을까? 아버지가 신고했을 때 태현이를 신속히 체포해 '존속살해미수'를 적용한 것처럼 적절히 대처했을까? 태현이의 주장은 이렇다.

"경찰 여러 번 왔었지만 해주는 것 없었어요"

▲ 김태현군은 망치로 아버지를 때려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 박상규

"제가 맞을 때 경찰들이 여러 번 왔었지만 사진만 찍어가고 해주는 건 없었습니다. 만일 그때 저를 분리해줬다면, 제가 여기(교도소) 있지도 않을 텐데요....저는 짐 챙겨서 창원 쉼터로 찾아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창원은 너무 복잡했고, (쉼터를) 찾지 못해서 그냥 집으로 왔죠. 누가 데려다 줬으면 갔을 텐데요."

태현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감히(?) 힘으로 맞서지 못했다. 하지만 고교 1학년이 된 올해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저는 중학교 3학년 초까지만 해도 아빠에게 반항하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직업도 없이 술만 마셨습니다. 거의 지원받은(기초생활수급자) 돈으로 생활했습니다."

태현이는 지난 10월 사건 당일 외에도 올해에만 몇 차례 아버지와 '충돌'했다. 마당에서 뒤엉켜 싸우기도 했고, 그때 아버지가 자신의 목을 조르자 화가 나 야구방망이로 아버지를 때린 적도 있다. 태현이는 경찰 조사 때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사망했고, 나도 어린시절부터 반복적인 (폭력) 피해를 당해 아버지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태현이가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며 이를 근거로 존속살해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주장대로 태현이는 그 순간 정말 아버지를 죽이려했던 것일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태현이는 경찰 조사 때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는 아빠이기 때문에 죽일 의도는 없었고, 그냥 그 순간에 (아버지가 집에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태현이는 경찰·검찰 조사 때 "죽이고 싶었다"는 말을 했을까?

"제가 낯을 많이 가리고 말도 잘 못하는 편입니다. 경찰, 검사 조사에서 왠지 모를 압박감과 빨리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 이렇지?'라고 하면 생각할 새도 없이 '네, 네' 해버렸습니다."

"제일 화 나고 참을 수 없는 건..."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최근 <다음> 뉴스펀딩 '당신, 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기획 기사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앞뒤 안 가리고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며 "담당 변호사가 얼마나 자기 일처럼 사건에 매달리느냐의 여부가 구속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태현이는 변호사의 조력 없이 경찰, 검찰 조사를 받았다. 태현이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국선 변호사로 참여한 A변호사는 이 과정에 의문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태현이는 경찰, 검찰 수사 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 권리에 대한 고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 15세에 불과한 태현이가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권리를 포기했는지, 구체적인 진술 하나하나가 향후 재판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태현이 편지의 상당 부분은 엄마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태현이는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고, 그만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태현이는 엄마 사진 한 장 온전히 갖고 있지 않다.

"아빠는 엄마와 (내가) 같이 찍힌 사진에서 엄마 부분만 찢어버렸습니다. 제가 제일 화나고 참을 수 없는 건 엄마 사진을 다 버렸다는 것입니다."

태현이는 위험한 도구로 아버지를 때린 걸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구속 상태에 있는 태현이는 곧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국선 변호사가 선임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나서 태현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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