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거대한 굴뚝이 토해낸 미세먼지..."암 환자가 급증했다"

10만인 리포트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

아버지에게 망치 휘두른 소년
이웃들 "아버지 잡아가야 한다"
[10만인리포트 -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⑥] '존속살인미수' 짊어진 김태현군

14.11.04 08:19 | 박상규 기자쪽지보내기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는 한국여성의전화(http://www.hotline.or.kr/)와 함께 진행하는 기획입니다. [편집자말]
▲ 지난 10월 중순, 경남 창원에서 15세 아들이 아버지를 둔기로 때린 '존속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졌다. 여러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했다. ⓒ 인터넷캡처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니, 정말일까?'
'무슨 사정이 있길래, 15살 아이가 아버지에게 망치를 휘둘렀을까.'

경남 창원으로 향하는 새벽 첫 기차 안. 졸음 대신 의문이 쏟아졌다. 기차가 남쪽에 가까워질수록 빗방울은 굵어졌다. 노트북을 꺼내 다시 기사를 검색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는 15세 아들, 둔기로 아버지를>
<아버지 각목으로 내려친 10대 구속... "아버지 가정폭력으로 어머니 자살">

지난 10월 14일, 여러 언론은 충격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는 자살했고, 그 탓에 아들이 망치를 휘둘러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들은 '존속살해미수' 등으로 구속됐다. 그 뒤, 보름 넘게 흘렀지만 새 보도는 없다. 사건은 경찰 발표 내용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가정폭력 때문에 엄마가 자살했다는 소년의 주장은 사실일까? 소년도 폭력을 겪었다는데, 얼마나 심했길래 아버지를 때렸지? 아버지의 건강 상태는?

"가정폭력으로 엄마 자살"... 소년의 말은 사실일까?

창원행 새벽 기차를 탄 건 이런 궁금증 때문이다. 10월 31일 오전 9시께, 기차는 예정대로 창원중앙역에 멈췄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창원 A동주민센터로 향했다. A동은 '존속살인미수'라는 무서운 죄를 범한 김태현(가명. 15살)군이 살던 곳이다.

"아이고, 우리도 동네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우린 전혀 몰랐습니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은 당혹스러워했다. 태현군은 그동안 아버지 김정현(가명. 40대 후반)씨와 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직업이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약 90만 원을 받아 생활했다고 한다. 자신을 때린 아들을 고소하고 구속시킨 아버지. 그를 만나기 위해 주민센터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공무원이 만류했다.

"태현이 아버지 김정현씨가 술에 취하면 좀 무서워요. 정신장애를 좀 앓고 계신데, 술을 좋아하시거든요. 취한 채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 적도 있고. 오늘은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비도 오잖아요. 날씨가 안 좋으면 더 상태가...."

오전인데 벌써 술에 취했을 거라니. 아버지 김씨의 알콜중독은 이웃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어렵게 찾아간 김씨의 집 대문은 닫혀 있었다. 긴장한 채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었다. 마당에서 개만 짖었다. 솔직히 안도감이 들었다. 창원 A경찰서로 발걸음을 돌렸다.

"태현이, 걔가 눈빛이 아주 안 좋아요. 눈빛이..."

과학수사를 지향한다는 경찰은 뜬금없이 피의자의 눈빛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덩치도 크고 가출도 자주한 아이였다"며 "아버지가 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한다"고 태현이를 비행청소년으로 설명했다.

"아버지가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파출소로 왔다니까요. 태현이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어요. 당연히 존속살인미수죠."

경찰은 아버지 김씨의 아내 폭행과 그로 인한 자살, 아들 학대에 대해서는 따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건 나중에 법정에서 다툴 문제고, 우린 사건에만 집중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의문의 퍼즐이 조금 맞춰졌다.

'15살 김태현은 덩치가 크고 눈빛이 안 좋으며, 가출을 일삼는 문제 청소년. 게다가 아버지 학대까지. 그 때문에 아버지가 아들을 매우 무서워함.'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퍼즐은 금방 헝클어졌다. 균열은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시작됐다. 태현이 영장담당 국선 변호사는 경찰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태현이가 경찰, 검찰 조사 때 변호사의 조력을 전혀 못 받았어요. 사전에 고지 받았겠지만, 나이가 어려 잘 몰라서 그게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도 몰랐겠죠. 아이는 키가 작고 굉장히 여려요. 수줍음도 많은 거 같고. 엄마 이야기 나오면 많이 울더라고요.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자살했다면서요. 아버지가 할머니, 고모도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변호사만이 아니다. 이웃과 태현이 고모(김씨 누나), 태현이를 가르친 학교 선생님 등은 모두 경찰과 상반된 이야기를 했다. 결국 내가 직접 태현군을 만나기로 했다.

"중국에서 온 엄마를 아버지가 때렸어요"

11월 1일 오전 일찍 교도소로 가 면회를 신청했다. 경찰 말대로 "덩치 크고 눈빛이 안 좋은" 조폭영화에나 나올 법한 무서운 10대가 나오는 건 아닐지, 긴장됐다. 잠시 뒤 누런 수의를 입은 태현군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접견실로 들어왔다.

키는 165cm 정도, 통통한 볼,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눈빛,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10분.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 취재를 알렸는데도, 예상과 다른 모습에 첫 질문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김태현(가명. 15)군이 수감돼 있는 경남의 한 교도소. ⓒ 박상규

- 사건 당일 아버지에게 왜 그랬니?
"아버지랑 같이 있는 게 화가 나고 싫었어요. 지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 경찰에서 말한대로 그동안 너도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어?
"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때렸어요. 주먹으로, 발로, 몽둥이로..."

- 미안한데, 어떻게 맞았는지 아저씨에게 말해줄 수 있어?
"...... (고개를 흔들며) 말로 못 하겠어요. 제가 편지로 보내드릴게요."

- 엄마 돌아가신 게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네..."

자살한 태현이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태현이의 눈에 금방 눈물이 고였다.

- 아버지가 엄마 때리는 걸 직접 봤어?
"네... 저는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울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눈물이 접견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태현이는 제대로 눈물을 훔치지 못했다. 나도 말문이 막혔다. 위로랍시고 "많이 무서웠겠구나"라고 말했다.

"엄마는 중국에서 오신 분이에요. 한국에 아는 분도 없는데, 아버지는 엄마를 때리고 쫓아냈어요. 저 때문에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가 또 때리고...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

태현이 엄마는 중국 교포였다. 아버지는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엄마가 온갖 일을 하며 돈을 벌어왔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엄마를 때렸다. 엄마는 폭력, 빈곤, 남편의 알코올중독증 등으로 우울증을 앓았다. 지난 2008년 10월 어느 밤, 집 근처 나무 다리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그때 태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태현이는 그날 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엄마가 밖으로 나갈 때 어린 태현이는 "먹을 것 사와"라고 말했다. 엄마는 "돈이 없어,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둘의 대화는 그게 마지막이다.

- 아버지께서 면회 다녀가셨어?
"경찰 유치장에 있을 때 딱 한 번이요. 와서 '할 말 있냐?'는 말만 남기고 갔어요."

- 혹시 그동안 폭력 당한 경험 일기 등에 남겨 놓지 않았니?
"어디에도 쓰지 않았아요."

- 친구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 기억나는 학교 선생님 있어?
"B중학교 다닐 때 김OO 담임 선생님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버지 폭력

10분은 금방 지나갔다. 태현이는 눈물을 훔치고 자기 '감방'으로 돌아갔다. 태현이가 말한 김OO 교사를 수소문했다. 태현이의 비밀을 오직 김 교사만 알고 있을 듯했다. 김 교사는 태현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 아이는 순둥이에요, 순둥이! 소심하고 여려서 오히려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문제가 된 아이였어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중학교 때 2년 동안 담임을 맡았어요. 엄청 착한 아이였어요."

태현이가 유독 김 교사를 기억하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이는 아버지의 폭력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 교사에게는 살짝 말했다.

"태현이가 가끔 학교에 늦거나 못 올 때가 있었어요.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면 '아버지에게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은 몸에 멍이 든 채 학교에 왔는데, 역시 아버지에게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버지 폭력의 심각성을 제가 알았어야 했는데, 제 잘못도 있네요. 죄송합니다."

김 교사는 탄식을 했다. 태현이는 창원 C고교를 지난 6월 자퇴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C고교에도 전화 연락을 해봤다. 이 학교 교사들도 태현이를 무서운 아이로 기억하지 않았다.

"항상 조용한 아이였어요. 말도 조용히 하고, 거칠거나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뭐랄까... 많이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태현이 아버지를 만나고 싶었다. 교도소에서 다시 태현이네 집으로 향했다. 역시 대문은 닫혀 있었다. 집 앞 골목에서 기다렸다. 잠시 뒤, 저 멀리서 40대 남성이 검은색 봉투를 들고 걸어왔다. 봉투에 든 건 소주였다. 그는 태현이네 집 대문으로 향했다.

"혹시, 김정현씨인가요?"

▲ 김태현군은 망치로 아버지를 때려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 박상규

40대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웃으며 "네, 제가 김정현인데요"하며 내게 다가왔다. 신분을 밝히고 "아들 태현이 때문에 왔다"고 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김씨는 술병이 든 봉투를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한 동작을 취했다.

"네가 뭔데? 왜 남의 일에 참견이야?!"
"아들과 합의하고 용서할 마음이 없나요? 그래야 태현이가 일찍 나올 텐데요."
"나도 힘들어! 나 정신 돌아가는 거 보고 싶어?!"

마당에서 개가 컹컹 짖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씨는 대문 안쪽에서 '몽둥이'라도 찾는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위협적으로 나왔다.

"이 자식아, 개 짖잖아! 왜 와서 시끄럽게 해! 당장 안 꺼져!"

대화가 불가능했다. '존속살인미수' 폭행을 당했다는 김씨의 몸은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망치로 맞은 듯한 이마의 상처도 이미 다 아물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웃의 문을 두드렸다. 태현이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태현이 아버지 역시 이 동네에서 유년을 보냈다.

"아들이 무섭다고? 그동안 평생 때린 게 누군데..."

이웃들은 태현이네 집의 '내력'을 잘 알고 있었다. 70대 어르신 두 분이 나를 당신들 집으로 이끌었다. 어르신들은 태현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태현이 어릴 때부터 말도 못하게 때렸어요. 만날 집에서 큰소리 나고."
"평생 때린 아버지는 안 잡아가고, 왜 평생 맞은 아들을 잡아간대요? 아버지를 감옥에 처 넣든, 격리시키든 해야지! 왜 아들을 격리시켜."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요? 그동안 어린 태현이가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데..."

"아버지가 글쎄, 태현이가 좋아하는 개를 애 보는 앞에서 죽이기도 했다니까!"
"태현이가 얼마나 착한데요. 인사도 잘하고, 순하고... 아버지가 애 인생을 망치네."
"안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탄원서라도 넣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의 장탄식이 이어졌다. 어르신들은 태현이 어머니 이야기도 꺼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결혼 때도 다 갔어요. 중국에서 와 고생만 했지. 남편이 돈을 안 벌고 만날 술만 마시니, 태현이 엄마가 밖에서 돈을 벌었죠. 그런데도 그렇게 부인을 때리고... 아이고 말도 마요."
"만날 두들겨 패는데 사람이 살겠어요? 못 참고, 저기 다리에서 목숨을 끊었지."

"엄마가 그렇게 죽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용서하겠어요? 이젠 자기도 커서 힘 생기니까, 아버지만 보면 화가 치미는 거지."
"뭐, 아들이 무섭다고? 그동안 지가 아들이랑 마누라 때린 건?"
"애하고 아내만 때린 줄 알아요? 자기 엄마(태현이 할머니) 살아계실 때 엄마한테도 행패부리며 '돈 빌려 와!'라고 소리치면서 집 문을 다 때려부수고 그랬다니까. 형제들도 감당을 못해서 다 떠났어요."

▲ 한 교도소의 모습. (자료사진) ⓒ 권우성

두 어르신의 이야기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어르신들은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한 노인이 작게 이야기했다.

"사실 태현이 아버지도, 지 아버지에게 엄청 맞았어요. 저 집안 할아버지가 할머니 때리고 애들 엄청 팼어요. 그 집 장독대가 남아나지 않았다니까. 근데 이젠 자기가 부인, 아들 때리고... 아들을 감옥까지 보내고, 이게 뭔 짓이래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누가 태현이에게 망치를 쥐여줬을까? 태현이 엄마는 아내 폭력을 겪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태현이 역시 가정폭력 피해자로 살았다. 대물림된 폭력의 끄트머리, 15살 김태현은 '친족살인미수'라는 죄를 짊어지고 지금 교도소에 있다.

아버지 김정현씨만 '생존해' 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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