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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김병기의 아만남

"내가 싼 똥과 오줌을 핥으라고? 난 절망했다"
[10만인리포트-김병기의 아만남] 백기완 선생과의 대거리 다섯 마당②

14.09.23 08:39 | 유성호 쪽지보내기|김병기쪽지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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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0만인클럽 '아름다운 만남'에서 "옳고 그름을 어떤 기준으로 가릅니까"라는 질문에 "이성적 판단, 정서적 판단, 난 그런 어려운 낱말을 동원하지 않고 눈물이 나면 옳은 것이고 반가운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백기완 선생은 1년여 전보다 많이 수척해졌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래군 인권재단 상임이사는 "요즘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 지인들에게 백 선생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해도 선생님이 워낙…"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백 선생은 이날 대거리에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세월은 잡을 수 없는 거야. (탁자를 내리치며) 뚜땅 땅따다다~ 세월에 꿈을 실어~. 옛날에는 세월을 달구름이라고 했어. 달이 구르니까 세월이지. 돈 들여서 약을 사먹거나 병원에 가도 며칠 더 살뿐이야. 그게 사는 거야? 하루를 살더라도 굵고 뭉뚝하게 살다가는 거지."

# 정의란? 반생명과 싸우는 생명의 소리

그래서일까?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아만남 대거리'에서 젊은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는 자문자답했다. 자유가 뭐야? 정의가 뭐야?  

"자본주의는 이 땅별, 지구를 돈이 장악하는 방식으로 몽땅 상품화했어. 사람도 상품화했고 예술도 상품화했어. 돈벌이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주거든. 자유라는 것은 돈벌이의 자유야. 남의 것을 뺏는 자유지, 사람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아. 젊은이들, 헷갈리지 말라!

정의라는 말이 있지. 정의는 반생명과 싸우는 생명의 소리야. 생명의 몸부림, 그것을 '살티'라고 해. 생명이 아닌 것과 싸워서 생명을 살리는 게 정의야."

- 그럼 분노란 무엇인가요?
"독점 자본주의와 부패에 분노하라는 말을 하는데, 난 그런 거짓말에 가장 분노해. 땀을 흘리면 땀은 한 줌 거름이지 내게 아냐. 땀을 흘려 땀으로 맺힌 낟알도 땀의 것이야. 땀을 흘린 사람의 것이 아냐. 그런데 땀이 만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사적소유고 이게 바로 거짓말이야.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내 것이라고 하는 거. 이걸 누가 분별할 수 있겠어? 땀 흘리는 노동자 민중은 금방 알아. 분노는 땀을 흘리는 사람의 역사적 깨우침이야."

- 절망이란? 
"전두환 정권 때 그 재수 없는 애새끼한테 매를 맞고 쓰러졌다가 깨어보니 내 앞에 똥이 있어. 바지에다 똥을 쌌어. 엉망으로 깨지니 오줌도 쌌는데 땅바닥, 시멘트 바닥에도 깔렸어. 그런데 이 새끼가 그걸 내 혓바닥으로 핥으라는 거야. 못 핥겠다고 하니 마구 밟는 거야. 내가 이렇게 괄시를 받으며 죽는구나…. 그게 절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

그런데 말이야. 죽어가는 놈을 또 죽이면서 절망을 강요할 때 뭐가 생각난 줄 알아? 짓밟힐수록 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알았어. 그걸 우리말로 '서돌'이라고 해. 불씨지. 절망은 서돌이 지펴 나오기 전의 상황이야. 짓밟힐수록 불꽃이 인다, 이 말이야. 죽일 테면 죽여라, 난 서돌이 있다!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생명력, 그게 바로 서돌이지."

# 기쁨이란? '퍼뜩' 깨우침


- 기쁨이란 무엇인가요?
"나는 '퍼뜩'이라고 생각해. 퍼뜩은 정신이 버쩍 난다는 뜻도 되지만 뭔가 보인다는 뜻도 돼.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살아있는 사람 손잡으면 세속적인 그리움은 해결돼. 그런데 아무리 즐거워도 즐겁지 않은 게 있어. 그게 진짜 그리움이거든. 그건 퍼뜩하고 깨우치는 거야. 이거다! 하고 깨우치는 거. 그게 반가움이고 그리움이야."

- 선생님에게 찾아왔던 퍼뜩의 순간을 예로 드신다면?
"6·25 전쟁 때 피난을 가는데 빗길에 내가 탄 차가 밀양 산골짝에서 벼랑으로 굴러 떨어졌어. 논바닥에 처박혀서 깨보니 뼈는 안 부러졌더라고.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지. 그런데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려와. 그 사람은 19살 정도 된 색시를 안고 있었어. 총에 맞아 죽었대. 코 큰 놈들이 우리 색시가 예쁘다고 끌고 가려고 해서 돌멩이로 뒤통수를 깠대. 놈들이 총으로 쏴서 죽였어. 자기도 그 놈들에게 달려들어서 싸우다가 총에 맞았대. 그래서 세 식구가 죽게 됐대. 내가 놀라서 '아니, 두 분인데, 왜 세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색시 몸속에 애가 있대.

그러면서 자기 부탁 좀 들어 달래. 우리가 죽었지만 색시를 겁탈하려던 코 큰 놈들을 까고 죽었다는 말은 꼭 전해달라는 거야. 그러다가 죽었어. 그때 사내가 불렀던 게 '고모령'이라는 노래야.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나는 이 노래만 들으면 그렇게 기뻐. 색시도 까고 자기도 까다 죽었단 말이야.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이것처럼 기쁜 소식이 어디 있어. 기쁜 소식이라는 건 뭔가 이익이 된다거나, 바라던 것을 이루는 통속적인 것이 아니야.

아니, 사람을 발견했잖아! 까고 죽은 사람 말이야. 기쁨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일깨우는 것이다, 이 말이야. 우리는 역사 속에서 늘 이런 만남을 마주하는데 그 만남이 기쁨이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야. 젊은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성에 안 찬다고 하는데, 카카오톡으로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개수작을 하는 건…. 기쁨도, 분노도, 꿈도 모두 통속화됐어." 

# 만만이 꼬끼오가 되지 말자

- 젊은이들에게 '만만이 꼬끼오'가 되지 말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만만이 꼬끼오가 뭔가요?
"나는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로 욕해. 너희들은 개죽이야! 5월도 안돼서 떨어지는 잎사귀가 개죽이야. 잎이 나면 여름 한때 비바람도 맞고, 가을 된서리를 맞은 뒤에 누래서 떨어지잖아. 가랑잎은 어느 구석에 박혀 있어도 한줌 거름이 돼. 그런데 거름도 못되는 그런 개죽은 되지 말라, 그 말이야. 

두 번째로 젊은이들에게 말하는 게 '만만이 꼬끼오'야. 냇가에 모래언덕이 있어. 거길 보면 좀 파인 곳이 있거든. 그곳에 대고 '만만이 꼬끼오!'라고 외치면 모래들이 후루룩하면서 움직여. 그런데 (아주 큰 소리로) '만만이 꼬끼오!'라고 외치면 후루룩하는 게 없어져. 그 속에 벌레가 기절한 거지.

요만한 모래 구덩이를 만들어 놓고 요건 내 집이다, 요건 내 소우주라고 해봐야 질풍노도의 역사적 파도가 몰려오면 다 죽어! 좋은 대학을 나와서 나만 잘 살려고 하지 마라. 만만이 꼬끼오가 되면 쓰겠냐, 이 말이야. 우리 고향에서 놀던 놀이인데, 자본주의 문명이 만든 왜소한 인간형을 깨란 말이야!"

- 매 순간 결단을 하면서 살고 계신 듯합니다. 선생님은 옳고 그름을 어떤 기준으로 가릅니까?
"난, 왈칵 눈물이 나는 것은 옳은 거야. 보자마자 에이 씨발놈이라고 욕을 하면 죽일 놈이야. 이성적 판단, 정서적 판단, 난 그런 어려운 낱말을 동원하지 않아. 확~하고 눈물이 나면 옳은 거고 반가운 거야."

- 요즘 사람들을 보면서 갑갑한 게 있을 듯합니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자본주의 문명은 문제의식 자체를 죽여. 우리말로 말뜸은 화두야. 화두를 죽인단 말이야. 은행에서 1억 원을 꿔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졌어. 이게 직면한 문제꺼리지만 사람들을 몽땅 상품으로 만들었어.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돈의 머슴이야. 거래의 대상이지. 자본주의를 뒤집는 참된 문제제기를 안고 살아야 해."

# 질라라비 훨훨~ 해방 세상으로 날갯짓

- 자본주의라는 게 개인이 뒤집어엎기에는 너무 거대한 톱니바퀴가 아닌가요? 
"자본주의 문명이 거대하다? 거대한 거 없어. 며칠 전에 신문에 났어. 세계에서 돈 많은 놈 6만3천명이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생산되는 국내 총생산과 맞먹는 돈을 가졌대. 축구장 한 개에 다 들어갈 수 있는 한 움큼이 다 망치고 있는 거야. 또 어떤 신문을 보니 세계에서 돈 많은 놈 85명이 갖고 있는 돈이 미국 국내 총생산에 맞먹고 인류 35억이 갖고 있는 돈과 맞먹는다는 거야. 거대한 것 같아도 몇 놈이 다 쥐고 있으니 두려울 게 없어. 우리들만 깨우치면 돼."

- 진보는 '불림'이라 하셨습니다. 평소에 하셨던 '불림'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죠.
"진보는 아리아리라고 해. (탁자를 치며) 아리아리랑~,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내자는 거야. 제국주의나 악덕 재벌들이 깔아놓은 판을 깨자는 게 불림이야. 축구를 하면서도 '파이팅' 그러는데, 아니 시합하다 말고 누굴 죽여? 그럴 때에 '아리아리~' 그러자는 거야. 

왜정 때 이런 불림이 있었어. '소나무 장작은 왜장작~' 좋은 장작은 왜놈들이 다 가져갔거든. 이때 춤꾼이 춤판에 뛰어들면서 왜놈 골통을 까는 것처럼 외치는 게 불림이야. 주어진 판을 깨고 우리 판을 만들자는 거지.

제주도에서 물질하던 아낙들이 하던 불림도 있어. '이어차~ 쳐라쳐라~' 아낙네들이 2천리 이상 바다로 나가거든. 배에다 고추장, 된장 싣고 나가는 거야. 파도를 우리말로 몰개라고 하는데 몰개를 뚫고 가면서 외치는 거지. 파도여 물러가라~ 이게 조선의 여인이야.

마지막으로 '질라라비 훨훨~', 질라라비는 닭의 원래 이름이야. 닭은 2만년동안 사람하고 살면서 자기 집을 짓는 것, 자기 입으로 먹이를 구하는 것을 잊어버렸어. 사람들이 먹여주고 재워주지. 그래서 알도 낳고 늦잠 자는 아저씨를 깨워줬는데, 사돈에 팔촌이 왔다고 자기 모가지를 비틀어서 튀기려거든. 이에 화가 나서 오라를 풀고 날개를 쳐 날아가 버렸어. 울을 박차고 자기 해방의 경지로 날아가는 것을 '질라라비 훨훨~' 이라고 해. 박근혜, 오바마가 주어진 판, 세계 독점자본이 주어진 판을 깨자는 것을 불림이라고 해." 

백기완 선생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그의 바랄처럼 우리 모두가 '질라라비 훨훨~' 날아오를 때까지. 그는 노성출 회원의 중국집에 가서도 준비된 붓으로 '한마음'과 '훨훨'이라는 글자를 선물했다. 한마음으로 질곡의 땅을 박차고 훨훨 날아오르자는 말이다. 

[백기완 선생과의 대거리 다섯 마당①] "세월호 참사? 그건 정권의 참혹한 학살이야!"
[백기완 선생과의 대거리 다섯 마당③] "박정희는 세 번이나 반역했다"
[백기완 선생과의 대거리 다섯 마당④] "백발 투사? 난 울보다"
[백기완 선생과의 대거리 다섯 마당⑤] "뿔로살이처럼 네 성깔대로 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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