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녹조밭에 빠졌다, 온몸을 박박 긁어야 했다

10만인 리포트

김병기의 아만남

"난 '사람' 지키고 싶다... 이효리는 정말 대단"
[10만인클럽 '아만남'] 코미디언 김미화의 소중한 가치③

14.05.22 08:11 | 김병기 쪽지보내기|김혜승쪽지보내기|이희훈쪽지보내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매달 한 번씩 회원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추천받아 인터뷰를 합니다. 일명, '아름다운 만남'(아만남)의 대상을 이 기사의 댓글 등을 통해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KBS로부터 고소당한 방송인 김미화씨가 지난 2010년 7월19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제목의 KBS 내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 남소연



김미화씨는 이명박 정권 시절 KBS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민간인인 그를 사찰한 정부 문건도 튀어나왔다. 그 즈음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공중파에서 사라졌다. 일부 언론은 김미화라는 이름 앞에 '종북 좌파'라는 주홍글씨를 찍었다. 논문 표절시비까지 붙었다. 성균관 대학교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는 (방송활동 하지 않고) 지금 경기도 용인에서 밭을 갈고 있다.   

"내가 종북 좌파? 내 진짜 이념은..."

지난달 8일 호미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이념적 지향을 물었다. 그의 답변은 예상을 뒤집었다.

"측은지심이라고 할까요? 무엇이 좌파인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친노'라고 공격받았을 때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한 비서관도 블로그에 '김미화씨, 미안합니다'라고 썼더라고요.자기 색깔에 맞춰서 사람을 맘대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없어졌으면 해요. 김미화가 코미디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단호하게 싸울 겁니다. 사실 저는 그런 색깔 시비로 돈벌이를 했어요.(웃음) 법원에서 나를 몰아세웠던 사람들에게 돈 좀 받았죠."

▲ 개그우먼 김미화. ⓒ 이희훈

- 동양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코미디언과 철학이 어떤 지점에서 만난건가요?    
"저쪽이 하도 시비를 거니까, 방송을 띄엄띄엄하게 됐고 잡생각 하지 않으려면 공부가 제일이라고 생각했죠. 하-하-하. 교육과정이 끝났고 이제 논문만 남았는데요, 천천히 쓸 생각입니다."

- 동양철학은 광범위한데, 어떤 공부를 하신 거죠?
"예술철학입니다. 대중예술을 심도 깊게 다루는 분야죠. 노자, 장자, 순자 등 사상가들의 말 속에 웃음의 미학이 숨어있습니다. 그걸 바라보면서 심화시키고 재해석하는 공부입니다."

- 논문 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처음에는 웃음의 저항정신에 대해 쓰려고 했어요. 조선시대에 탈을 쓴 광대들, 말뚝이 등은 양반님네들을 희화화했죠. 그런데 요즘 하도 시비가 들어와서 매카시즘적 요소도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찰리 채플린도 매카시즘으로 곤욕을 치렀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죠. 이것조차도 웃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논문을 쓸 생각입니다."

그의 공부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미국 매카시 열풍 때 '공산주의자'로 공격을 받았던 찰리 채플린이 자서전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실망이나 근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는 철학이나 유머에 의지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

측은지심으로 무장한 그가 유머에 이어 철학을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실 그의 측은지심을 촉발시킨 영역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였다. 여기저기 도움이 필요한 곳을 쫓아다니면서 그는 어느새 80여개 단체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그의 측은지심은 한미FTA 시위대를 향해서도 나타났다.

"내가 사회적 발언을 하는 까닭은..."

▲ 2011년 10월 13일 오후, 김미화씨가 반값등록금 운동을 벌이는 대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최지용

그는 2011년 12월에 국가인권위원회 홍보대사직을 그만뒀다. 경찰이 영하의 날씨에 한미FTA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인권위가 침묵하자 그는 인권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항의서한을 올렸다.

"지금 경찰청으로 달려가서 어제 물대포를 맞고 연행된 국민들을 위해 항의해 달라. 만약 오늘도 침묵한다면 인권위 홍보대사직을 즉시 내놓고 25일 예정된 인권위 10주년 행사의 진행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돕고 있지만, 쌍용차 해고자 문제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치권력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도 궁금했다.

"우리 고모, 이모네 집만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시간제 계약직 등이 섞여있어요. 비정규직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죠. 저만해도 그래요. 제 인기가 누구 때문이지요? 힘든 일 하면서도 제 연기에 박수를 쳐주셨던 수많은 서민들이 있습니다. 그 분 덕으로 한 시대를 잘 먹고 잘 산 내가 그들이 괴로움을 당할 때 모른 척 하고 있을 수 있나요? 사람만큼 소중한 게 없습니다. 사람을 지키고 싶어요."

"광대의 입은 꿰매려해도 꿰매지지 않는다"

- 얼마 전에 가수 이효리 씨가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노란 봉투' 캠페인에 참가해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었는데요,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항상 후배들을 좋은 운동에 끌어들이지 말자고 경계했습니다. 저와 같은 꼴을 당할까 두려웠죠. 그런데 효리 씨는 달랐어요. 대단한 겁니다. 효리 씨가 무슨 진영논리로 행동하는 건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는 연예인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었겠죠. 물론, 예쁘니까 용서받는 것도 있겠지만...(웃음) 예쁘다고 용서하는 사회도 아니죠. 저는요, 코미디를 하면서 한 시대를 잘 먹고 잘살았다고 평가받는 것보다 내가 가졌던 인기를 남에게 나눠주려고 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래야지 내 인기가 더 오래갈 것 같다는 아주 얄팍한 마음도 있어요. 하-하-하."  

그는 <김미화의 웃기다 자빠졌네>의 서문에서 '광대의 입은 꿰매려해도 꿰매지지 않는다. 다시 고통이 따르더라도 진실을 외치는 광대로 남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 의미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모두 진실이었어요. 시사프로그램을 했을 때도 진실, 코미디를 했을 때도 진실한 삶을 살았어요. 진실을 거부하면 진실이 아닌 것이잖아요. 누가 나를 평가하든 내 길을 뚜벅뚜벅 갈 겁니다. 광대에게도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말하는 직업이기에 큰 무대가 필요 없어요. 길에서 만나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해도 그게 제 무대니까요."   

법정에서도 밝혀졌지만, 그는 '순악질 종북 좌파'는 아니었다. 잠시 쉴 곳을 찾는 이 시대의 고단한 서민들에게 웃음 한 조각이라도 되찾아 주려고 공부하는 '착한 광대'였다.

 [첫 번째 아만남, 문을 닫으며] "내가 방송을 그만둔 까닭은..."

▲ "아름다운만남 1호, 김미화씨에게 질문을~." 오마이뉴스 페이스북(해당 게시물 댓글) 갈무리. ⓒ 10만인클럽

김미화씨가 첫 테이프를 끊은 '아름다운 만남' 기사의 콘셉트는 당초 예고했던 대로 '클라우드 소싱형 인터뷰'였습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께서 만나고 싶은 분을 추천하면 그 분과 함께 만나고, 회원님들의 질문을 받아서 진행하는 형식입니다. 이번에 김미화씨를 추천한 분은 '리오'님이었는데요, 직장 근무시간이어서 또 다른 회원이신 송지하님이 참석을 했습니다. 회원과 독자들이 보내주신 질문은 위의 인터뷰 기사에서 대략 풀었는데요, 거기서 제외된 질문은 세 가지였습니다. 

키 작아서 속상하지 않냐고요?

우선 독자이신 임소영씨는 작은 키에 대한 주변의 편견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자신과 비슷한 키인 김미화씨를 만나 "나는 인신공격으로 마음이 상할 때가 많은데,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그 비법을 물었습니다. 임씨의 키는 151cm. 김미화 씨는 그보다 2cm가 더 컸습니다. 김미화씨는 자신의 장점으로 단점을 덮어버렸더군요.     

"저는 153cm입니다.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앉은 키나, 선 키나 같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웃음). 좋지 않나요? 코미디를 할 때에는 몸이 재빨라야 하는데, 짧으니까 샤샤샷- 움직일 수 있습니다. 큰 사람들은 땅 밑을 내려다보기 힘든데요, 저는 아주 작은 꽃도 잘 내려다볼 수 있어요. 와글와글 피어있는 꽃들을 보는 데 적합한 체형이어서 행복해요."
  
또 한 독자는 쓰리랑 부부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한국 씨와의 관계가 궁금했나 봅니다. 사실혼 관계로 오해를 살 때도 있겠고, 김한국 씨와 성격이 달라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김미화씨는 오히려 연기에 욕심이 많은 자신 때문에 김한국 씨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김한국씨와 개그할 때가 19살이었어요. 대여섯 살 차이가 났는데요, 제가 많이 욕심을 냈거든요. 그런 것을 다 받아주었어요. 어린 친구가 철이 없이 대들었던 때였는데요, 욱-하는 감정을 다 삭이면서 잘해주셨죠. 지금도 그 오빠를 보면 잘 해주고 싶어요."

김미화씨를 '아만남' 첫번째 상대로 추천해주신 리오님도 질문을 던졌습니다.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방송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저력의 근원을 물었습니다. 그의 답변은 저도 몰랐던 '뉴스'였습니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딱 10년만 하고 코미디로 복귀한다고 결심을 했지요. 교묘하게 시점이 맞아떨어졌어요. CBS 팀들과는 4월 중순에 진행자를 바꾸자고 결정을 했는데, 그 일로 한 달이 앞당겨졌어요. 논문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려면 또 시간을 질질 끌어야 할 텐데, 그 중간에 나가는 것보다, 빨리 내려놓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농촌공동체를 만드는 '기적의 씨앗'

이명박 정권 때 험한 꼴을 많이 당한 김미화씨. 하지만 당당했습니다. 유쾌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폭도 깊었습니다. 특히 공부하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입으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새롭게 도전하면서 많은 것을 비우고, 삶의 가치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김미화씨는 씨앗을 뿌리면서 매일매일 '새싹의 기적'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는데요, 그 자체가 척박한 농촌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은 아닐까요?

'아만남'은 계속됩니다. 혹시, 10만인클럽이 달려가서 만날 분이 계시다면 이 기사에 댓글을 달아서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미화 씨가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여드립니다.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의 크라우딩 소싱 인터뷰 '아름다운 만남'(아만남)의 첫번째 주인공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10만인클럽 회원에게 '감사 메시지'를 남겼다.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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