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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김병기의 아만남

"상추·대파 위에서 노래하는 가수 봤어?"
[10만인클럽 '아만남'] 코미디언 김미화의 유쾌한 반란ⓛ

14.05.22 08:09 | 김병기 쪽지보내기|김혜승쪽지보내기|이희훈쪽지보내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매달 한 번씩 회원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추천받아 인터뷰를 합니다. 일명, '아름다운 만남'(아만남)의 대상을 이 기사의 댓글 등을 통해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개그우먼 김미화. ⓒ 이희훈

"제 손 좀 볼래요? 농부의 손입니다. 하-하-하-."
"아직 농부의 얼굴은 아닌데요?"
"오늘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뭐를 좀 찍어 발랐어요. (손가락으로 얼굴 화장을 가리키며) 이거 걷어내면 기미가 드글드글 해요."

좀 거칠었다. 그 손이 자랑스러웠나 보다. 대화 도중에도 손을 자꾸 내게 내밀었다. 얼굴 앞에서 벌이 윙윙거리자, 그 손으로 허공을 한번 휙- 저으며 한마디 했다.

"사람 쏘는 벌이 아녜요."

얼마 전엔 600여 평 밭에 감자와 토란을 심었단다. 지난 30여 년 동안 마이크만 잡던 손, 지금은 호미를 쥐고 있다. 꽁지머리 교수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카페 주방에서 만든 피자와 커피를 그 손으로 나르고 있다.   

몽둥이 내려놓고 호미든 순악질 여사

▲ 개그우먼 김미화. ⓒ 이희훈

코미디언이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김미화(49)씨가 농사를 짓고 홀에서 서빙도 했다. '일자 눈썹'을 휘날리며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보다는 못하지만, 다소 충격적이었다. 전국 안방의 TV를 쥐락펴락 했던 쓰리랑 부부 때의 무대가 스튜디오였다면, 지금 무대는 삶의 현장이다. 이명박 정권 때에 그의 주변에서 벌어진 게 블랙 코미디라면 순악질 여사는 지금 농촌에서 휴먼 코미디를 찍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백암행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한적한 시골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흙먼지가 뽀얀 좌전 역에서 택시를 타고 또 10여분을 달렸다. 경기도 용인시 지방 국도변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 위에 큼지막하게 쓴 '호미' 카페 간판이 나왔다. 우리 일행을 맞는 백송 두 그루, 그 뒤에 자작나무들이 시원스레 뻗어있다. 나무 밑에서 입을 쫙 벌린 튤립도 정신없이 봄볕을 주워먹었다. 그 곳에서 10만인클럽 '아만남(아름다운 만남)' 코너의 첫 번째 초대 손님을 만났다.   

▲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4월 8일 오전 경기도 용인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호미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 이희훈

"안녕하세요."

김미화 씨가 커피 잔을 들고 나오다가 10만인클럽 취재진과 마주쳤다. 컨테이너 박스 4개로 꾸민 카페 안에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씨가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농업은 예술이다'라고 적힌 둥그런 현판 아래에 눈이 꽂혔다. 유정란, 유기농 쌀 등 지역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이 놓여 있다. 

국민 코미디언이었던 김미화씨가 한적한 곳에 카페를 차린 것도 그러한데, 쿠키나 빵이 아니라 유기농산물을 판매하겠다니... 혀를 찰 노릇이지만 한편으로는 순악질 여사다운 파격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손님들이 많았나 보다. 작은 칠판에 분필로 그 취지를 담았다.

'순악질의 FFM'(Farmer's Flea Market 농부 벼룩시장)
-SSM-FTA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주도 운동, 농업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새물결 운동(예농문화)

시골에서 SSM-FTA에 맞서겠다? 그리고 예농문화는 또 뭔가? 남편 윤승호 교수에게 물어보니 한 달에 4000~50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간단다. 대체 순악질 여사는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유쾌-통쾌-발랄한 예농 공동체 실험실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1분짜리 동영상에 담았다. 제목은 '농부님 네들! 음매, 기살어!'다.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서 회원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추천받아 진행하는 인터뷰 '아름다운 만남'(아만남).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카페 '호미'에서 첫번째 주인공인 김미화씨를 직접 만났다.

ⓒ 10만인클럽


[공동체 실험] 대파 앞에서 노래하는 가수들... 대체 무슨 일?

▲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4월 8일 오전 경기도 용인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호미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순악질 여사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며) 대파, 배추 앞에서 노래해 봤어요? 농부들이 막 따 온 싱싱한 상추, 쑥갓, 대파를 무대 위에 깔죠. 남편 밴드도 그렇고, 임형주같은 분들이 농산물이 진열된 쇼 케이스 앞에서 노래를 불러요. 그 분들이 대파나 계란 한판을 출연료로 받아가요. '왕가네 식구들'도 내려왔어요. 1만 원짜리 공연인데, 떡이랑 커피주면 남는 건 없지만 진짜 재미있습니다."

지난 8일 만난 코미디언 김미화 씨가 전한 호미카페 진풍경이다. 김씨는 영국에 갔을 때 아이들이 공원 잔디에 누워 루치아노 파바로티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시골마을 카페에서 그와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동네 농부들에겐 무료 공연인데, "내 돈은 왜 안받아!"라면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여사의 주머니 속에 찔러 넣는 농부들도 있단다. 반짝이 옷을 입고서 말이다.   

"토크 콘서트요? 그게 유명인만 하는 건가요? 여기선 동네 농부들이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아요. 유정란을 기르는 귀농 6년차 농부, 할 말이 없을까요? 왜 유정란을 먹어야 하는지, 토종계란이 뭔지... 요즘 귀촌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귀를 쫑긋 세웁니다. 작은 직거래 장터도 열립니다. 이게 바로 예농(예술과 농촌) 공동체죠."

"농사가 진짜 예술이여!"

▲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코미디언 김미화씨의 카페 '호미' 앞 전경. 김미화씨가 직접 일구는 밭이다. ⓒ 10만인클럽

이곳 생활에 푹 빠진 김씨는 신이 나서 농사 예찬론을 이어갔다.

"농사가 진짜 예술이죠. 얼마 전에 심은 씨앗에서 싹이 나고 꽃이 핍니다. 그 작은 씨앗이 땅을 번쩍 들어 올린다니까요. 씨앗 주변이 쩍쩍 갈라지면서 화산 폭발처럼 땅을 들어냅니다. 그것 자체가 기적이죠!"

사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김미화씨가 농사를 짓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농사는 아무나 하나? 내심 70-80점 정도를 예상하면서 김씨에게 물었다. '코미디언 김미화가 100점이라면 농부 김미화는 몇 점인가?'

"120점!(웃음)

자신있다는 뜻이다. 물어보니 감자, 고구마, 배추. 작년 농사가 성공작이었단다. 깻잎, 옥수수, 토마토도 재배했다. 초보 농부 김미화 씨의 농촌 데뷔 무대는 카페 바로 앞에 있는  밭. 씨앗을 심을 때와 거둘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일상적인 관리는 그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얼굴에 기미가 꼈고 손등은 거무튀튀해지고, 손톱 밑에서 흙이 빠질 날이 많지 않았단다.

"요즘 살이 많이 쪘어요. 농사에 성공하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농부님들이 아침부터 우리 부부를 초대합니다. 집에 가면 풀 대신 고기를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시는지, 삽겹살과 소고기입니다. 누구처럼 아침부터 고기를 구어 먹었더니 얼굴에 주름살이 펴졌어요."(웃음)

얼마 전에 이 밭에 감자와 토란을 심었고, 조만간 1200여 평의 논에서 흑찹쌀 농사도 시작한단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행사를 SNS로 알린 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 이웃 농지로 행사를 확대해 농민들도 즐겁게 반긴다고 한다.   
    
유쾌-통쾌-발랄한 그의 실험

▲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4월 8일 오전 경기도 용인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호미에서 찾아 온 손님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그가 농사에 푹 빠진 이유는 단순했다.

"카페를 연 지는 6개월 정도 됐는데요, 10년 전에 바로 옆쪽 마을로 이사 왔어요.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할 때 농부님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나쁜 짓하는 사람들은 뉴스에서 봐왔는데요, 이 분들이 기껏 거짓말을 한다면 닭똥을 뿌렸으면서 소똥을 뿌렸다고 말하는 정도입니다. 새벽부터 밭을 일구고 땡볕에서 일해요. 그 분들과 함께 협동조합 같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작은 풀 바라보는 걸 좋아하고, 흙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좋아해요. 이유가 진짜 단순하죠? 하-하-."

그는 인터뷰 도중 자꾸 자리를 떴다. 카페에 들어온 손님들에게 차를 나르면서 순악질 여사 포즈로 사진도 찍었다. 그 틈에 뒤꼍에 나가 한 바퀴 돌아보다가 개 집 옆에서 요즘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호미 세 개를 발견했다. 흙이 묻어 있었다. 문득, 카페 이름을 '호미'라고 지은 사연이 궁금했다.

"남편 윤승호의 '호'자와 김미화의 '미'자를 따왔습니다. 호미는 정직한 농기구죠. 파는 만큼 일구고 가져갑니다. 화려하지 않고 편안하죠. 농부님들의 물건을 팔아드리는 문화운동이기도 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어요."     

그는 자신의 저서 <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에서 예농공동체 실험을 '순악질 프로젝트'라고 밝히면서 에필로그에 호미 카페 주변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그렸다. 

"개구리 합창소리 우렁찬 동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소리 정겨운 동네, 밤새 풀벌레 우는 동네, 달밤에 달맞이꽃이 노래하는 동네, 게다가 동네 어디를 둘러봐도 논밭이니 여기서 나오는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을 도시사람들과 나누고 더욱이 문화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다양한 여러 다른 문화를 공유하며 더불어 살면 좋겠다."

무대 위에서 유쾌-통쾌-발랄한 코미디로 국민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그는 지금 농부들과 함께 코미디와 같은 행복한 삶을 실험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던 그 손으로 정직한 호미를 쥐고 있다.  

[세월호 참사, 김미화는 지금...] 비가 내립니다. 실종자 수색은 어쩌라구...
김미화씨의 인터뷰 기사를 출고하는 데에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퍼하고 있기에 김씨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더니,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까운 상황인데, 제가 중요하겠습니까?"라고 말하시더군요. 그래서 인터뷰한 지 한 달 만에 10만인클럽 회원과 시민기자, 독자여러분들에게 그의 최근 모습을 선보입니다.

김미화씨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온몸으로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최근 트위터에 남긴 안타까운 공감의 기록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 김미화씨 트위터@kimmiwha) 갈무리.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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