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주인만 2천명, 이런 집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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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범벅... "3차 희망버스로 뵙겠습니다"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29] 1박 2일 희망버스, 행복했습니다

14.01.27 11:44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 25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 앞에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2차 밀양 희망버스' 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남원·서울·부산·대구에서 온 학생들이 공연에 환호하고 있다. ⓒ 김종술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서 죄송합니다."
"3차 희망버스로 찾아뵙겠습니다."

밀양 송전탑 2차 희망버스를 앞두고 반대 주민들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습니다. 할매·할배들의 작은 소망인 송전탑 공사장 입구 진입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선산에도 들려서 인사도 드렸습니다.이제 희망버스는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갑니다. 떠나보내는 이도 돌아서려는 발길도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눈물범벅입니다.

집회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던 2차 희망버스  

▲ 25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이 거리행진 선두를 지켰다. ⓒ 김종술

▲ 25일 오전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남 밀양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참가자들은 바닥에 분필로 '송전탑 공사 중단' 등의 구호를 글로 적었다. ⓒ 김종술

희망버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3000여 명의 손님맞이를 하느라 대책위가 시끌벅적했습니다. 대책위 사무실로 사용하는 '너른마당' 식구들은 물론 연대자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행사용품부터 먹을거리까지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묵을 숙소 준비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나서야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편한 잠을 자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25일. 아침부터 겨울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대책위 김준한 신부와 이계삼 사무국장은 안절부절 못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밖에서 서성입니다. 너른마당 식구들과 연대자들은 오후 2시에 있을 밀양시청 앞 기자회견과 거리행진을 다시 한 번 점검했습니다. 빗줄기가 줄어들면서 일부는 무대설치를 위해 시청으로 출발했습니다.

밀양시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한 '자외선 소독 시설'을 부산대구고속도로 남밀양, 밀양 인터체인지 입구와 상동면 국도 입구에 설치해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소독했습니다. 이에 대해 "희망버스와 달리 일반 차량은 그냥 보낸다"며 "행사 무산을 위한 밀양시의 지나친 행정"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40~50여 명의 밀양 시민이 참가자들을 비난하며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큰 마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오후 1시쯤에 도착한 밀양시청은 바늘구멍도 없이 경찰의 차벽으로 둘러싸였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나 봅니다. 7000명이나 배치됐다는 경찰 병력을 과시하듯 경찰들이 시청을 둘러싸고 일절 출입을 차단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참가자들은 한참을 걸어서 공설운동장까지 가야 했습니다. 지름길을 놓고도 돌아서 가야 하는 일부 참가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밀양시청에서 예정대로 집회를 마치고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3천 명이 거리행진을 하면서 1km 가까이 행렬이 늘어집니다. 일부 시민들은 나와서 손을 흔들고 어르신들이 지날 때 양손을 머리에 올리고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차선이 통제되면서 일부 택시기사는 욕설을 퍼붓거나 클랙슨을 울리기도 하면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고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분향소를 지난 한전 밀양지사 앞에는 경찰차벽이 서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경찰 차량과 차벽에 송전탑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바닥에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문구도 써놓았습니다. 애초 한전 앞에서 30분 예정이었던 집회가 뒤처진 사람을 기다리고 행사가 늦어지면서 출발하라는 경고방송이 있었지만, 다시 행진을 시작하면서 큰 마찰을 빚지는 않았습니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된 밀양역 집회는 뒤늦게 도착한 참가자들까지 3500명이 훌쩍 넘어 보였습니다. 화장실에도,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 줄도 길게 늘어섰습니다. 동화전 주민들이 준비한 밤·대추·맥문동도 다 팔려 나갔습니다. 참가자들과 공연자들이 하나가 되면서 집회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깝게 흥도 올랐습니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경찰을 고착시킬 수 있다"

▲ 26일 오전 밀양시 상동면 고답저수지 인근에서 마을로 진입하려는 주민·희망버스 참가자들과 경찰이 부딪치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 김종술

▲ 25일 오전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영남루 건너편 둔치공원에서 퍼포먼스로 박 터트리기(밀양 전)를 했다. 박이 터지면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현수막이 펼쳐졌다. ⓒ 김종술

참가자들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할매·할배도 뵙고 잠자리도 해결하기 위해 각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애교를 부리고 술잔을 기울이며 다음날 '작전'을 준비하느라 오전 2~3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두어 시간도 못 자고 일어나야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일 경찰이 송전탑 공사장 출입을 막은 이후, 멀리서 바라보면서 가슴에 응어리가 졌던 주민들과 새벽을 틈타서 산에 올랐습니다.

송전탑 공사를 하고 있던 132번 평밭마을, 122번 여수마을, 113번 고답마을, 112번 도곡마을, 107번 골안마을, 96번 동화전마을, 101번 용회마을까지 7곳 공사 현장 진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자축하는 의미로 약식 집회도 했습니다.

고답저수지 인근에서 참가자 2명이 경찰에 연행되었지만 다행히 구속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경찰과의 몸싸움에서 안경이 부서지고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도 않았습니다. 한 여성은 작은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평소였으면 우리를 고착 시키고 개처럼 취급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해서 오늘처럼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잡혀가고 병원으로 떠나야 했을 것이다. 경찰들도 오늘 뜨끔했을 것이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경찰을 고착시킬 수 있다."

한 할머니가 외칩니다.

▲ 26일 참가자들은 밀양 할머니들이 가요 '황진이'를 개사해 불렀던 '송전탑 백지화송'을 배우고 있다. ⓒ 김종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영남루가 보이는 맞은편에 설치된 고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분향소 밑 둔치공원에서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그새 정이 들어버렸는지 여성들은 할머니들을 껴안고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연신 눈물을 흘립니다. '3차 희망버스로 찾을 때까지 건강히 지내시라'고 울먹입니다. 그들을 껴안은 어르신들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다시 보자고 약속하고 그들은 왔던 길로 떠나갑니다.

손님 준비에 하느라 밤잠을 설쳤던 사람들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식사를 하면서 회포를 풀어 봅니다. 씻지 못했던 사람들은 목욕탕을 찾고 부족했던 잠도 자기도 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치는 못합니다. 내일부터는 또다시 전쟁이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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