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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장 선출됐다고 눈물 글썽인 할배... 왜?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28] 밀양 위양리 이장선거, '송전탑 반대' 이장 연임

14.01.22 21:57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22일 송전탑 건설공사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밀양 부북면 위양리에서 마을이장 선거가 실시돼 공사에 반대하는 권영길(77)씨가 이장직을 연임하게 됐다. ⓒ 정대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할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가슴에 품었던 한스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안도의 감격에서 비롯했는지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을이장 선거에서 당선이 됐다고 이렇게 감개무량하시는 분은 처음입니다. 그는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권영길(77) 이장입니다.

'송전탑 갈등' 마을에서 치러진 이장 선거

지난 22일 송전탑 건설공사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 마을에 이장선거가 있었습니다. 권 이장의 임기는 지난 5일 끝났습니다. 이장 선거 전, 마을에서는 이장 선출을 놓고 주민들간 충돌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송전탑 건설공사에 합의한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각각 이장 후보를 냈기 때문입니다. 임기가 끝난 권 이장은 송전탑 반대하는 주민 쪽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22일 오전 11시 즈음.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부북면 위양리복지회관은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 곳입니다. 평소 텅 비었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가득했습니다.

마당에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로 나뉘어서 서로 경계하며, 말도 섞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정을 물어보니 한쪽은 송전탑 건설공사에 합의한 이들이고, 마주하고 있는 무리는 반대하는 주민들이라고 합니다.

송전탑 반대의사를 밝힌 주민들 무리에 안면이 있는 분이 계셔서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밀양 765kV 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의 사무실에 한쪽 벽면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쓴 서종범(56)씨였습니다. 그는 지난 21일에도 마을에서 소동이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마을회의에서 실제 5년 이상 거주한 자에 한해 투표할 수 있도록 자격을 줘삐고로 합의하고도 주민등록상 거주자도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카는 거예. 한참을 싸우다가 주민등록상 거주자도 투표를 하도록 했다 안카나. (한전과) 합의한 사람들이 많아 불안하다."

투표가 종료될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합의안을 제출한 주민, 반대하는 주민 모두 초조한지 마당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편을 나누어 같은 입장을 지닌 사람들끼리만 대화하고 어울렸습니다.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별다른 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투표 종료를 앞둔 무렵, 일이 벌어졌습니다. 험한 말을 하던 송전탑 반대 주민과 합의안을 제출한 주민이 충돌한 것입니다. 옥신각신하던 둘은 주변의 저지로 각자의 무리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는 기다"... 송전탑 반대 이장 연임

선거 결과가 나왔습니다. 송전탑 건설공사에 반대하는 주민 대표로 출마한 후보가 50표, 합의안을 제출한 주민 대표가 35표를 기록했습니다. 총 89명이 투표를 했고 4표가 무효표 처리됐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마당에 서 있던 송전탑 반대주민들이 "만세"를 외칩니다. 두 손을 들어올리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환호합니다. 이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차가 마을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아까 충돌한 주민 중 합의안을 제출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입니다. 주민들은 다시 두 패로 나뉘어 한바탕 고성을 주고받습니다. 경찰의 중재로 소란스러웠던 상황이 정리됩니다. 그러자 송전탑 반대 측 주민들이 마당에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합의안에 지지를 보냈던 주민들은 복지회관을 떠났습니다. 연임에 성공한 권 이장에게 소회를 물었습니다.

"내는 믿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보상금(개별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가 불안해 하는 (반대 측) 사람도 있었지만 내는 그러지 않았다. 다 똑같은 맴(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봐라, 보상금 받은 사람들이 내 찍어주지 않았으면 졌을 끼다. 맴은 다 똑같을 끼다.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것보다 더 기분 좋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는 기다. 돈 때문에 합의한 사람 있지만... 봐라, 그래도 양심은 있는 기다. 그리고 이기는 송전탑이 마을에 들어서면 안된다카는 걸 마을사람들이 마음을 보여준기다."

선거 결과 소식이 언제 퍼졌는지 권 이장의 전화가 불이 납니다. 차를 몰고 복지회관까지 와 "아이고, 이장님, 고맙습니더, 만세!"라고 외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한동안 마을에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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