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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합의한 주민들 "마음은 반대인데..."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 25] 마을 갈라놓은 지원금과 파괴된 공동체

14.01.20 14:34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어르신이 유모차에 의지해 농로를 걷고 있다. 어르신 앞에 세워진 대여섯 개의 전봇대에서 뻗은 전깃줄이 시골 집 지붕에 얽히고설켜 있다. ⓒ 정대희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복지회관 앞에 차를 세웠다. 복지회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세요?"라고 말을 걸었지만 대답하는 목소리가 없다. 복지회관을 나와 농로에서 만난 할머니는 "움막(송전탑 반대 농성장) 가서 아무도 읎을 끼다(없을 거다)"라며 "철탑 보상금 우리는 필요없다. 우리 땅 우리가 지킬 끼다"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취재를 하며 터득한 요령 한 가지, 마을회관 또는 경로당 등에서 어르신을 만난다면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마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마을회관이 텅 빈 마을에서는 움막에 가면 어르신들을 뵐 수 있다.

765kV 송전탑 건설공사와 관련해 한전의 보상안에 합의한 주민들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이틀간 총 14명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보상안에 합의한 주민들은 대개 "할 말 읍스예(없어요)"라며 침묵했다. 일부 주민은 "귀찮게 하지 마소"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부북면 위양1길에서 만난 '765kV out' 조끼를 입고 있던 어르신이 "꼴두 보기 싫은 것들"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동네로 향했다. 오후 3시 즈음이었다.

처음 마주친 분홍색 모자를 눌러 쓴 아주머니는 "영감이 아파서 병원을 오가느라 내는 잘 모릅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우리가 막는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야겠습니꺼"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별 지원금을 지급받았는지 여부에는 침묵했다.

실망도 잠시, 지원금을 지급 받았다는 김아무개(66)씨를 만났다. 송전탑 얘기를 꺼내자 그는 "내는 찬성해도 반대다. 철탑 들어서면 뭐 좋은 거 있다고 찬성하나"라며 말을 이었다.

"한전에서 찬성하라꼬 종이 날라왔데, 돈 아까버(아까워) 안 찾아가면 마을기금 된다카대. 그것만 아니었으면 (찬성) 안 했제, 데모 다녔지. 지금은 돈 처묵어서 (데모) 몬(못) 간다. 그래도 마음은 반대다. 내도 예전에 반대했다. 그래서 지하에 (송전선로를) 묻기로 하지 않았나. (그리고) 바드리(마을) 가봐라 경치 참 좋다. 저거(송전탑) 세워서 다 버려 뿌렸다 아이가."

"마음은 반대지만 정부서 하는 일인데 우얍니꺼?"

▲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마을 뒷동산에 세워진 765kv 송전탑 뒤로 송전탑 건설 공사자재를 실은 헬기가 지나가고 있다. ⓒ 정대희

김씨 집을 나와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개들이 헬기를 바라보며 짖자 조용한 마을이 소란스럽다. 덕분에 동네 분위기를 상세히 설명해 줄 53세의 중년 남자를 만났다. 그 역시 개별 지원금을 수령했다고 했다.

"이 동네는 시내하고 5분 거리여서 집 짓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제. 근디 철탑 들어선다고 그카니께 이제는 고개 돌려뿐다. 급매 내놔도 시세가 좀 나와야는데 이제는 안 나오제. 돈도 받고 싶어서 받은 게 아니고 하나씩 넘어갔제. 합의서 도장 받고 다니는 사람들이 '니가 정부 상대로 이기겠냐'고 하니까. 한전서 주민 설득했다고.

마을회관 같은 데 와서 반대하는 사람이 욕해뿔면 그냥 가삐고 다시 안 와. 동네 몇 사람이서 위원회다 뭐 해가지고 회의해서 찬성했다 카고. 동네에서 철탑 얘기 안 해. 싸움 나니까. 원수 된 사람도 있고. 남은 돈이 불씨지. 근본적으로 철탑이 들어서지 않는 게 맞지. 저 산 너머 여수마을 가봐. 옛날에 여수동 사람들이 60만 원 주고 산 땅이 지금은 30만 원에 내놔도 안 팔린당께. 그 사람들 피해가 심하제."

어느덧 대화를 시작한 지 20분을 넘었다. 하지만 중년 남성이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니 대화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됐다.

"철탑도 젊은 사람이 찬성하고 나이 든 사람이 반대한다카이. 거꾸로 됐제. 동네서 (송전탑 건설 반대에) 나서고 싶어도 손해라고 생각하거든. 동네에 이양기 같은 거 들어서야 하는데 괜히 찍혀서 (밀양시에서 지원을) 못 받을 수도 있고. 내 집 앞에 전봇대도 세우지 말라는 세상에 철탑 누가 좋아하겠서예. 득 되면 서로 땡겨가도 다 땡겨가지. 요(이곳) 동네도 씨족인데 서로 갈라져서 (송전탑) 말만 나오면 싸운당께."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그와 헤어졌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시 골목을 누비며 인기척을 찾아 나섰지만 헛걸음. 헬기 소리만 여전히 요란하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마을 경로당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4명의 할머니가 반겼다. 그 중 문 앞에서 누워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철탑 스면(서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스야 낀다고(서야 한다고) 하니께 할 수 없이 사는 기지(거지). 정부에서 하는 일 몬(못) 말린다고 해 가지고 이렇게 산다 아닙니꺼. 진실로는 안 서는 게 좋지. 나만(남은) 사람들이 법을 갈아(바꿔)가지고 안 스면 좋고, 스면 매한가지고."

경로당을 나섰다 다시 돌아갔다. 중요한 질문을 잊었다. 문을 빼꼼히 열고 물었다.

"할머니들은 계좌이체 약정서에 도장을 찍었나요?"

아까 문 앞에 있던 할머니가 다시 대답한다.

"종이 들고 와 찍으라 캐서 여그(여기) 할매들 다 찍었제."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개 "마음은 반대지만 정부서 하는 일인데 우얍니꺼"라는 말을 주로 했다. 일부 주민은 "할 말 읍스예"라며 침묵하거나 외면하기도 했다.

"우리도 마음은 산에 있습니더, 서로 자꾸 욕하면 안 된다 카이"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에서 경찰이 숙영용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가 저항했다. 사진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저항하는 주민 뒤로 이를 바로보고 있는 여경의 모습. ⓒ 정대희

이튿날에는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최근 마을 자체 회의를 통해 이장을 해임했다. 반대 측 주민은 "마을 주민 다수가 철탑 반대하는데 이장이 나서서 한전 편을 들어 해임안이 통과했다"고 말했다. 최근 송전탑 건설지역에서는 동화전 마을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몇 차례 인터뷰를 시도한 끝에 보상안 합의에 '찬성'하는 주민을 만났다. 그는 "6년 동안 반대하다가 안 돼가지고 합의했다"며 "방해하면 그냥 나둬요? 재산 압류하고 잡혀간다 그카니까 (합의) 했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열된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할배, 아제 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말도 안 하고 목가지 삐딱하게 돌아다니고. 할배 선산에 묘까지 같이 이전한 사람들이 이제는 네 패(거리)로 나뉘어져 각자 산다 안카요. 솔직한 말로 전자파 때문에 대추도 못 먹고 한다는디 그걸 어찌 알아요. 땅도 안 팔린다고 하는데 왜 안 팔려, 지금도 15만~20만 원 정도에 팔리요. 담보 잡히는데 대출이 왜 안 돼. 다 즈그들 유리하게 지어낸 말인기라."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에게 물어 최근에 해임된 마을이장 집을 찾아가 보았다. 그는 집 근처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 의사를 묻자 그는 "에이, 가라 싫다. 귀찮게 하지 말고"라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송전탑 이야기를 꺼내자 "어떤 미친놈이 찬성한다 카요, 반대 안 하는 놈이 미친놈이지. 가라 카이"라고 말했다.

▲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길목 차단을 위해 묶어둔 쇠사슬을 경찰이 공사현장으로 가는 인부들을 위해 머리 위로 치켜 올려주고 있다. ⓒ 정대희

자세한 속사정은 바로 곁에서 함께 일하던 51세의 중년 남성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도 이장을 따라 합의안에 도장을 찍은 사람이라고 했다.

"찬성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예. 하는 데까지 했는데 안 되는 걸 어찌합니꺼. 저쪽(반대 주민)에서 우리(합의한 주민)가 화해했다고 보는데, 우리는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리 했다 안 카요. 정부에서 하는 일 우예(어떻게) 막습니꺼. 이기(이거)는 처음 시발점부터 정부하고 한전이 잘못한 기라. 주민 간에 싸움만 시키고. 철탑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는교?"

송전탑 건설로 빚어진 주민 간 갈등에 대한 속내도 비췄다.

"이장님도 1년간 죽어라 싸웠습니더. 이제는 포기했지만. 아마 예전처럼 주민들끼리 화목하게 지내기는 이제 어려울 겁니더. 고마 이젠 경찰도 보기 싫고 철답도 보기 싫습니더. 빨리 주민들끼리 갈라진 마음에 약도 바르고 소독도 해야 하는데, 그카기는(그렇게 하기에는) 어렵고 오히려 골만 깊게 패이고 있으니까. 우리도 마음은 산(반대 농성장)에 있습니더. 서로 자꾸 욕을 하면 안 된다 카이. 요즘은 어디 살기 좋은 데 있으면 마을 등지고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더."

그와 인터뷰 하는 앞으로 중년 남성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저 보소. 내하고 가까운 친척인데 내보다 어려. 근데 합의했다고 인사도 안 합니더. 말도 안 하고 서로 남인 기라"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까 스쳐 지나간 중년 남성을 다시 만났다. 그가 말했다.

"좋습니더. 힘들어서 (반대) 몬(못) 한다 카면 자리를 내주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와 나서서 합의안 받으러 다니냐 이 말입니더. 내 10년 넘게 죽어라 일해서 겨우 땅 샀는데, 그게 철탑 들어서면 껌값 되는데 가만히 있겠습니꺼?"

깻잎을 재배하는 두 사람의 하우스는 겨우 밭고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었다. 하지만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된 후 둘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은 서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등지고 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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