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0살 노가다'가 150만 원 쾌척한 까닭

10만인 리포트

10만인 밀양리포트

"촌사람이라 무시하지 말고, 살아보십시오"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24] 밀양 송전탑 유족 "원전밖에 답이 없습니까?"

14.01.19 15:22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며 음독 자살한 고 유한숙(72) 어르신의 맏아들 유동환(45)씨. ⓒ 정대희

그를 처음 만난 건 식당이었다. 홀로 식당으로 들어온 그는 구석에 앉아 밥을 먹었다. 핼쑥한 얼굴의 그는 지쳐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밀양시청 앞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그를 발견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홀로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 자살한 고 유한숙(72)씨의 맏아들 유동환(45)씨다.

유씨와 스쳐가듯 만남을 이어가다 인터뷰를 계획했다. 첫 만남 후 열흘 정도가 지난 후였다. 인터뷰를 머뭇거린 건 "유족도 남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밀양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의 말 때문이었다.

며칠 고민을 하다 전화를 걸었다. 묻고 답하는 인터뷰가 아닌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달해 보자'는 취지였다. 첫 통화는 "축사 일 해야 합니더"란 말이 전부였고 만남은 무산됐다. 얼마 후 "분향소에 있다"며 연락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기자가 다른 취재 일정으로 만날 시간이 안됐다. 어긋난 인연은 마침내 18일 맺어졌다. 고 유한숙씨의 49재를 앞두고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육성으로 남긴 그의 말을 글로 옮긴다. 몸을 부르르 떨며 그가 말했다.

고 유한숙씨의 아들 유동환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언론은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소수의 언론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음독 당일 경찰관 앞에서 765송전탑 때문에 죽으려고 약을 먹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 이외에 다른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제대로 담아주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기자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침묵하고 있으십니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거짓 없이 진실만을 기사에 담아주십시오. 고인의 유언입니다.

다시 그때 상황을 말씀드립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 뒤 아버지는 765대책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김준환 신부님을 병원에 모셔왔고 신부님이 아버지의 음성을 녹음했습니다. 정확히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765송전탑 때문에 음독했고 반대한다고... 며칠 전 고인의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을 경상남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보도해준 언론은 없습니다.

765송전탑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한전과 밀양시, 정부에 명백한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아직까지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죠.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에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간만 보내고 묻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묻고 싶네요. 정말 한전, 정부, 밀양시는 책임이 없습니까?

고인이 떠난 후 밀양시장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얘기를 하면 파급효과가 커진다고... 다른 사람을 보내 이야기를 듣겠다고 하더군요. 밀양시청에 분향소를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였습니다. 경찰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765송전탑과 무관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아버지의 유언을 직접 들은 유족의 말을 믿지 않고 경찰의 말을 믿더군요. 자기들은 공적기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반면 밀양시는 대집행을 통해 밀양시 영남루의 분향소를 철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청공무원이 아닌 경찰이 천막을 부셨습니다. 명백한 불법입니다. 분향소가 불법시설물이라면 시청에서 대집행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찰이 왜 천막을 부숩니까. 시청은 대집행을 앞두고 협박도 하더군요. 연세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겨우 바람막이 정도로 분향소를 지어 지키고 있는데, 정식으로 허가는 내주지 못할망정 철거하려고 하는 밀양시는 최소한의 윤리도 모르는 부도덕한 곳입니다.

"송전탑 문제 없다면... 한전직원들이 여기서 살아라"

▲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인근 102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세워진 송전탑 반대 상징탑. 이 논의 주인은 고 이치우(당시74)씨다. 그는 지난 2012년 1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분신 자살했다. ⓒ 정대희

국회의원들도 만났습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송전탑을 찬성하는 입장이니까 조문도 오지 않더군요. 765송전탑에 관심도 가지지 않고요. 야당 국회의원들은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지만 수적인 열세 등으로 큰 도움이 못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에 주목해 주십시오. 왜 분향소를 설치하고 아직까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주목해 주십시오. 사인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사죄를 하고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실 765송전탑 문제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희 농장과 집 가까이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알게된 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불과 한 달 전 즈음입니다. 막연히 그냥 저희 집하고 좀 떨어져 설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니 이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밀양은 영남권 일대에서 정말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입니다. 강산이 수려하고 공기도 맑은 전원 도시입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이런 장점들을 다 잃게 됩니다. 밀양 송전탑은 생존권과 건강권의 문제입니다.

한전에 묻습니다. 왜 처음부터 송전탑이 지나가는 선로를 정확히 명시해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공청회는 송전탑 공사를 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했습니다. 주민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을 왜 알리지 않았습니까? 전자파 피해가 없다고요? 그럼 한전 직원들이 이곳에 와서 사십시오.

한전은 밀양 주민들이 촌사람이라고 무시하고 얼렁뚱땅 무대포로 송전탑 공사를 밀어붙였습니다. 개별 지원금도 지역별로 천차만별로 지급해 마을과 주민들이 분열되게 했습니다. 게릴라식 보상으로 사이좋은 이웃이 원수가 됐습니다. 동일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개별 지원금을 지급하십시오. 더 이상 주민들을 돈으로 갈라놓지 마십시오.

끝으로 정부에 묻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얼마 전 밀양을 찾은 일본인들이 말하더군요. 사람이 사는 마을에는 송전탑이 지나가지 않는다고.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정말 원전이나 화력발전밖에는 답이 없습니까.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에너지 정책이 올바른 정책입니까. 간곡히 부탁합니다.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그리고 국민 여러분, 밀양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