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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1시간 기다려 5분 만에 끝난 저항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23] 골안마을주민들, 100일 넘게 경찰과 충돌... "허무하다"

14.01.18 21:59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밀양 산외면 골안마을 주민들은 매일 오전 6시면 마을 어귀에 모닥불을 지핀다. ⓒ 정대희

"밴함없이 또, 나왔네."
"하하하."

모닥불 앞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새벽공기가 차다. 어둠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오늘도 어르신들은 한 손에 쥔 지팡이에 의지해 집을 나선다. 100일 넘게 반복된 경남 밀양시 산외면 골안마을 주민들의 일상이다.

[18일 오전 6시] 송전탑 건설 공사에 반대하는 골안마을 주민 10명이 마을 어귀에 모였다. 송전탑 건설 공사를 위해 산으로 가는 인부들을 막기 위해서다.

불 쬐던 한 할머니가 허공을 향해 묻는다.

"오늘은 연대하는 사람 없나?"

대답 대신 침묵이 흐른다. 옆에 앉은 어르신은 계속 지팡이를 부지깽이 삼아 연신 모닥불만 뒤적거린다.

침묵을 깨고 털모자를 눌러 쓴 할아버지가 말했다.

"저 너머 아들내미 크게 다쳤다며. 뱅원서 수술했다카데."

곁에 있던 할아버지가 모닥불을 바라보며 답한다.

"모르겠습니더. 와 다쳤다는디요."

[오전 6시 45분 즈음] 봉고차 한 대가 모닥불 근처로 다가왔다. 잽싸게 한 할머니가 길목을 막는다.

"어데서 왔는데여. 갱찰이고만. 갱찰이 뭐하라꼬 이기까지 올라 오는교. 만날 저 밑까지만 와서 동태 살피더만. 빨리 차 돌려 가삐소. 한전 놈들 올라카나는가베."

어르신들은 불빛에 애민하게 반응했다. 산 밑에서 반짝이는 빛을 주시하며, 언제 즈음 송전탑 건설공사 인부들과 경찰이 올까 노심초사했다.

[오전 7시 즈음] 이제 막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 농로에서 소대규모의 경찰무리가 마을로 올라왔다. 쪼그려 앉아 있던 어르신들이 일어나며 말했다.

"한전 놈들 올라나 보다. 갱찰 온다."

불쏘시개로 이용하던 지팡이를 내딛고 어르신들이 공사현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할아버지가 외친다.

"한전 놈들아 물러가라. 갱찰은 왜 한전 놈들 편이가!"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이 어르신들과 마주한다. 그 뒤로는 40여 명 정도의 경찰이 줄을 맞추어 서 있다. 인부들은 경찰 뒤편에서 헬멧과 가방을 짊어지고 있다. 

▲ 경찰에 둘러싸여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인부들을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 경찰은 이들이 지나가기 쉽게 길목을 막은 쇠사슬을 머리 위로 올려주었다. ⓒ 정대희

안면이 있는 듯 지휘관이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었다. 사소한 대화가 이어졌고 마침내 경찰이 움직였다. 어르신 대여섯이 길목을 막자 사복을 입은 경찰이 카메라로 촬영했다. 카메라를 든 경찰을 보고 한 어르신이 소리쳤다.

"와 찍노, 찍지마라. 우리가 죄 지을 짓하나. 뭐한다고 찍나. 불(후레쉬) 끄라, 와 자극하나."

항의가 거세지자 경찰은 카메라 촬영을 중단하고 한 발 물러섰다. 그 모습을 찍던 기자에게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하니까(사진을 찍으니까), 여기도 그래 하잖아요. 그만 좀 하세요."

기자는 신분증을 보이며, 말했다.

"취재하러 왔습니다."

신분을 밝혔지만 그는 계속 기자에게 따져 물었다. 이후 그와 실랑이가 붙었다.

"왜 찍어요, 왜! 여기서도 못 찍게 하잖아요."
"취재하러 왔는데 왜 못 찍게 하시나요."

"지금 취재 하는 거 어떻게 알아요?"
"신분증 보여줬잖아요."

"여기 도로는 왜 막아요?"
"그걸 왜 저한테 말하세요."

"같이 막잖아요?"
"제가 언제 막았나요. 왜 제게 화풀이를 하세요."

"같이 찍으니까 우리도 찍잖아요."
"저는 취재하러 왔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 그만하고…."
"취재하러 와서 사진 찍는 게 잘못입니까."

"그러니까 우리 시끄러울 때는 안 찍고 그렇게 해야지 여기서는…."
"선생님 지시를 받고 제가 취재를 해야 하는 겁니까."

"고마해요. 나중에 내가 이 증명사진을 하나 찍어가지고…."
"왜 증명사진을 찍습니까."

"이 신분이 정말 맞는가?"
"경남지방처에서 프레스카드 소지하면 취재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어디하고예?"
"경남지방청 홍보계장요."

"그렇게 해쓰예. 그까지는 내가 잘 모르고…."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데 왜 방해하시나요."

"잠깐만요. 그럼 우리 경찰은 자유가 없나요. 법적 근거가 없나요. 그런 말을 하면 말이 안 통하지요. 그러니까 계속 찍으니까 그렇게 하잖아."
"왜 그걸 저한테 말 하나요. 경남청에 (취재방해를) 얘기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말을 마친 지휘관이 지시를 하자 인부들이 움직였다. 어르신들이 인부들에게 달려들었지만 경찰이 한 명씩 둘러싸는 바람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제대로 저항도 못한 어르신들 곁을 공사 인부가 스쳐 지나가며 말한다. "으쌰~"

[오전 7시 20분] 상황종료. 한겨울 1시간여를 한데서 기다린 주민들의 저항은 5분만에 끝이 났다. 집으로 향하던 한 할머니가 말한다.

"허무하데이. 허무해"

▲ 새벽녘 찬바람을 맞으며 1시간을 넘게 기다린 저항은 5분만에 끝이났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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