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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들의 바가지 시위 "경찰이 미치지 않고서야..."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22] 끊이지 않는 충돌... 경찰 둘 주민 하나 후송

14.01.16 11:49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90세 어르신도 현장에 나와 길을 막아선 경찰에게 "내 땅 내 마음대로 못가게 왜 막고 있느냐"며 소리치고 있는 모습. ⓒ 김종술

[15일 오전 9시] 앵~ 앵~ 앵~. 대형 크레인과 경찰버스 15대가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을 지나 도곡저수지 쪽으로 올라오니 아랫마을인 고답마을에 사이렌이 울린다. 마을 주민들이 만든 자체적인 알림 수단이다. 급히 연락을 받은 옆마을 모정마을에도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이 하나둘 몰려나온다. 하늘에서는 송전탑 공사 장비를 실어 나르는 헬기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어르신들은 "오늘(15일) 오전 8시 반께 112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 중장비가 올라갔다"고 웅성거렸다. 이어 112번 송전탑 예정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 경찰들이 방패를 앞세운 채 길을 막고 있다. 어느새 주민들 뒤로는 경찰 버스와 승합차가 뒤따른다.

"세금 걷어서 우리 막으라고 시키나 보네!"

▲ 경찰이 막아선 가운데 한 주민이 항의하고 있다. ⓒ 김종술

▲ 주민들이 경찰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몸싸움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오전 10시 45분] '어르신들이 올라왔다'는 무전을 받은 경찰이 농로를 점거하고 서 있다. 40여 명의 어르신들 주위에 경찰 수가 증가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어 어르신들은 경찰 방패를 향해 달려든다. "비키라! 밭에 가게 비키라"고 밀고 당기는 사이 4~5명의 주민이 논밭을 달린다. 경찰이 그 뒤로 주민들을 저지하기 위해 뛰어가면서 한바탕 먼지가 인다. 젊은 의경 하나가 작은 개울 사이로 빠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의경은 발목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도 주민들을 뒤따라가기 위해 통행을 요구했지만, "지나갈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경찰은 요지부동이다. 기자가 "가도 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경찰은 기자증을 요구했다. 기자증을 보여주자 경찰은 무전기를 들어 상부에 통행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과 기자는 다 막아라"는 무전 소리만 반복된다.

논밭을 달리던 주민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경찰에 발목이 잡혀 버렸다. 어르신도 지쳤는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1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는 두세 명의 경찰이 주민과 대치 중이다. 주민들은 "와 막는데! 무슨 이유로 막는데!"라고 고함을 질러 보지만 소용없다. 길은 열리지 않는다.

다시 "야! 안쪽으로 못 가게 하라니까! 야! 안쪽으로 못 가게 막아야지!"라는 경찰의 지시가 떨어진다. 정지 화면을 보는 듯 주민들도 한동안 가만히 서 있다. "주민 여러분 밭은 안전상 위험하오니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소리가 경찰 스피커에서 나온다.

상류로 올라가 봤다. 그곳에서도 주민들은 경찰들과 대치 중이다. 한 어르신은 "우리가 먼 힘이 있노, 방패를 치워라, 그 방패 때문에 우리 할매들이 더 많이 다친다 아닌가"라고 항의한다. 그러자 경찰이 "우리도 방패가 무겁습니다"고 말문을 연다. 그러자 "자기 땅도 자기 마음대로 못 가게 하는 세상이 어딨나, 세금 걷어서 우리 막으라고 시키나 보네!"라며 항의를 계속했지만, 경찰은 답이 없다.

[낮 12시] 이날 오전 경찰에 붙잡힌 주민들이 돌아온다. "얼마 못 가고 잡혀 버렸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잠시 휴전이라도 하는 듯 된장국에 밥이 도착한다. 주민들은 배가 고픈지 시멘트 바닥에 앉아 후다닥 한 그릇씩 해치운다. 잠시 평화가 이어진다.

계속되는 충돌... 주민도 경찰도 부상으로 후송

▲ 부상당한 김석조(남 79) 어르신과 부축을 받고 구급차로 향하는 경찰 ⓒ 김종술

▲ 흥분한 주민이 바가지에 물을 떠다가 뿌리고 있다. ⓒ 김종술

[오후 1시 30분] 점심식사를 위해 경찰이 빠지면서 병력이 20여 명만 남아 있다는 것을 파악한 어르신들이 경찰을 향해 "비키라, 비키라" 소리를 지르면서 바가지에 떠온 물을 뿌린다. 그리고 다시 어르신들과 경찰의 밀고 당기는 '전쟁'이 벌어진다. 승강이가 벌어지는 사이로 대여섯 명의 주민들이 산을 향해 달린다. 이어 경찰 50여 명이 그 주민들을 쫓는다. 이때 주민을 뒤따르던 의경도 넘어지면서 인근에 대기 중인 구급차를 타고 떠난다.

동시에 한편에서 김석조(남, 79) 어르신도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허리와 오른쪽 어깨·목 등을 다쳤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경운기 밑에 있다. 구급차는 20여 분이 지난 뒤 현장에 도착한다. 구급차의 도착에 어르신들은 또다시 불만을 터트린다.

"경찰은 5분도 안 돼서 오면서 우리는 왜 이리 늦게 오나!"

"주민 여러분 산에 올라가면 위험하오니 내려가시기 바랍니다"라는 경찰의 방송이 들린다. 그러자 "니들이 위험하지, 우리는 하나도 안 위험하다, 평생을 농사를 짓는 사람한테 논과 밭이 위험하니 내려가라고? 미치지 않고서야 우째 방송을 그리 하노"라며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한다.

[오후 1시 45분] 화물 차량 하나가 올라오는 것을 어르신들이 다시 막아섰다. 차량 유리에는 한국전력공사 차량 출입증이 붙어있다. 어르신들은 불만을 터트린다. 차량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먹고 살려고 하는데 보내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어르신들은 "우린 다 죽어 가는데 당신 혼자 먹고 살겠다?"라며 차량 앞을 봉쇄해 버린다.

어르신들과 차량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한 사복경찰이 이 장면을 조용히 찍고 있었다. 채증에 민감한 어르신들이 "카메라 치워라!"라며 또 다른 충돌이 벌어진다. 이 장면 찍던 기자에게까지 "찍지 마라"며 호통이다. 한 주민이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 채증 하지 마! (지난 8일 인권위 협상 때) 농로를 막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도 경찰차 막지 않았는데, 와 우리를 막노?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헌신짝처럼 와 버리노?"

그 사이 차량에 실려있던 기름통 하나가 넘어지면서 기름이 도로로 흘러내린다. 경찰은 서둘러 소화기를 챙겨온다.

"경찰이 한전만 보호한다!" 화가 난 주민들

▲ 경찰에 근접 촬영을 하던 밀양 연대활동가들. 경찰도 네 대의 카메라로 맞선다. ⓒ 김종술

[오후 2시 30분] 어수선한 사이, 상·하류에서 경찰 100여 명이 몰려와 도로 양쪽에 방패를 앞세우고 주민들을 막아섰다. 순식간에 길이 만들어진다. 그 사이로 한국전력공사 작업차량이 농로 길로 들어간다. 주민들은 경찰에게 물을 뿌리면서 "경찰이 한전만 보호하고, 주민은 보호하지 않는다"고 항의한다.

그러자 "물 뿌리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채증하세요, 채증"이라는 말이 떨어진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민 서아무개씨가 "우리가 한전을 막는 것을 경찰이 간섭하지 않기로 했는데 체포한다고?"라며 "내가 물 뿌릴 테니까 잡아가라, 잡아가라!"며 항의한다. 경찰이 "우리가 중재해서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중재를 하면서 잠시 '휴전'에 들어간다.

이날 오후 5시까지 경찰 200여 명과 주민 50여 명 사이에는 예닐곱 차례 밀고 당기는 충돌이 벌어졌다. 그 결과, 경찰 2명과 주민 1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중 주민 후송자 김석조 어르신은 엑스-레이 촬영 결과, '흉추 12번 갈비뼈의 골절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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