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부산 원전 사고 나면 380만 명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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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서 놀랐다, 사람 사는 데 송전탑이라니..."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20] 밀양-후쿠시마의 만남... "원전 없어도 문제없이 산다"

14.01.12 17:58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리포터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1주일여에 걸쳐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11일 밀양시 삼문동에 위치한 고 유한숙씨 분향소를 찾은 일본 원전사고 피해주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정대희

일본 원전사고 피해자가 한국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을 만났다. 지난 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피해주민들이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을 방문한 것.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일본 원전사고 피해주민들은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맞은편에 있는 고 유한숙씨(지난해 12월 사망)의 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분향소를 방문한 시미무라 모리히코(56)씨는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사는 주민으로 '이와키 노란담비와 SUN 기업조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또 '후쿠시마 지원 사람 문화 네트워크'의 군지 마유미(64)씨는 후쿠시마현 출신이다. 이들은 후쿠시마현 동남부 연안에 위치한 이와키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키시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남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두 일본인은 조문을 한 뒤 천막 안에 머물고 있던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을 만났다. 서툰 한국어로 군지 마유미씨가 처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천막 안에 둘러앉은 한일간의 대화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강내영 운영위원의 통역을 통해 전달됐다.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의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탑 건설과정을 설명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2012년 1월 한 주민이 분신했고 지난해 12월 유한숙 할아버지가 음독자살했다. 정부나 한국전력은 고인 죽음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게 하기 위해서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밀양의 이야기, 전 세계에 알려야"

이계삼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은 마유미씨는 "밀양 사태에 대해 잘 모르고 왔다, 밀양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리히코씨는 "후쿠시마에서는 원전사고로 피해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가 주는 교훈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강내영씨의 통역이 끝나자 한옥순(67)씨가 입을 열었다.

"한국은 원전하겠다고 송전탑 세우려고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서 강제로 주민에게 폭력을 행하면서까지 하고 있다. 여기 옆 사람 좀 봐라. 경찰 때문에 팔에 깁스를 했다."

짧은 대화 뒤 두 일본인은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삼문동 '너른마당' 강당으로 장소를 옮겨 '후쿠시마와 밀양의 만남'이란 주제로 주민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전 10시 40분, 두 일본인은 밀양시 삼문동 너른마당에 도착했다. 강연장 벽면에는 '밀양과 후쿠시마는 핵 발전으로 고통 받는 한 식구입니다, 손을 맞잡읍시다' '후쿠시마와 밀양의 만남' 등이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전 11시, 마을 곳곳에서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든 70여 명의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강연이 시작되고, 두 일본인의 육성이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다.

"한국 정부, 후쿠시마 교훈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 군지 마유미씨가 체르노빌을 다녀온 소감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의 모습에 대해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 정대희

군지 마유미씨는 "한국의 원전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이 원전 위주 정책을 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교훈을 한국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체르노빌에 다녀왔다, 26년 전에 일어난 사고여서 방사능 수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방문해 측정기를 들이대보니 체르노빌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사능 수치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보육원을 방문했는데 아이들이 복합적인 병을 앓고 있었다, 그 아이들의 부모는 체르노빌 사고 때 초등학생 정도였다"면서 "대를 이어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충격적이었다, 체르노빌의 교훈은 원전사고의 피해가 영구적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정적자를 타계하기 위한 정책으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체르노빌에 대한 교육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일본의 모습도 전했다. 마유미씨는 "후쿠시마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지 않는다, 부모들도 모두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모든 이들이 불안을 먹고 살면서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일본 시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8만 명이 강제 피난당했고, 7만 명이 스스로 피난민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람들이 여전히 가설주택과 노상을 떠돌며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현재 일본은 원전 54기를 하나도 가동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밀양의 일도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원전은 국가를 넘어선 연대가 필요하다, 생명을 소중히 하는 사회를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와 밀양, 손잡고 목소리 높이자"

▲ 시미무라 모리히코씨는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54개 원전이 모두 가동이 중지됐지만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 정대희

시미무라 모리히코씨도 후쿠시마 원전피해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후쿠시마현의 신문은 매일 일기예보를 하듯 지역별로 방사능 수치를 예보한다"며 직접 가져온 신문을 높이 들어올렸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가 안전을 보장한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누가 후쿠시마에서 생산한 물품을 사려고 하겠나, 모두 농사를 포기했다"면서 "제 친구의 어머니도 손녀에게 직접 생산한 작물을 먹이는 걸 즐거워 했지만, (원전) 사고 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내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 피난민이 갑자기 2만4000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피해보상 대상자였다. 매달 보상금을 받고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며, 병원치료를 무료로 받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하는 순간 보상금은 못 받는다. 밤이면 술집에 사람들이 넘쳤다. 기존 주민과 피난민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고 공동체가 파괴됐다."

(원자력) 발전소가 만들어지면 솔직히 쾌적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안심하고 살 수가 없다. 폭탄을 안고 사는데 쾌적하고 편리한 게 무슨 소용인가. 일본이 원전에 기댄 에너지 비율은 30%다. 하지만 지금 54기 중 하나도 가동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문제가 없다. 전기절약형 제품이 만들어졌고,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게 됐다."

끝으로 그는 가져온 신문을 다시 얼굴까지 들어올렸다. 이어 "이 신문을 보면 갈라파고스에 일본과 한국 정부가 태양광발전을 한다고 한다"면서 "자연에너지를 충분히 전기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두 나라에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후쿠시마와 밀양이 서로 손을 잡고 목소리를 높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의 모습을 촬영한 모습

ⓒ 시미무라 모리히코 제공


▲ 밀양시 삼문동 너른마당을 찾은 두 일본인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 모습 ⓒ 정대희

"일본에서 송전탑이 마을에 들어가려면..."

강연 이후,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들과의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강연에 참석한 한 주민의 "한국 정부는 원전을 만들지 않으면 전력대란이 일어난다고 한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설명에 모리히코씨는 "원전사고 후 일본은 지역별로 전기를 끊는 계획정전을 했다, 하지만 원전 54기가 움직이지 않아도 현재 문제가 없다"면서 "정부와 매스컴이 블랫아웃이 될 것이라고 협박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시민들이 달라졌다, 전기절약형 제품을 쓰는 등 스스로 절약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일본의 원전사고는 자연재해 아닌가?"라는 질문에 마유미씨는 "일본 정부도 쓰나미 때문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해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전원공급장치가 작동이 안돼 폭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는 전원공급장치가 누군가의 실수로 끊이면 사고가 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도 원전사고는 다 인재였다"면서 "일본 정부는 경제와 원전 안정성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데 같은 프레임에 넣어 논리를 들이민다,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철저하게 따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마유미씨는 "고리 1호와 후쿠시마 1호의 공통점은 둘 다 1970년대 지어진 것이라는 것"이라며 "일본은 원전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다, 그리고 또다시 40년으로 늘리는 것을 승인 한 후 1개월이 지나 원전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강연 현장에는 송전탑과 관련된 질문도 있었다. 참석자 중 한 주민은 "일본서 송전탑은 어떻게 세우고 있고, 갈등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모리히코씨는 "한국에 와서 놀랐다, 원전이 대도시 주변에 있었다, 일본은 사람이 살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원전을 짓고 송전탑을 세운다"면서 "송전탑 제한거리도 300미터다, 만약 송전탑이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변압기를 설치해 전압을 떨어뜨린다"고 전했다.

이날 약 3시간 동안 이뤄진 만남은 비빔밥을 함께 먹는 것으로 끝났다.


▲ 지난해 10월 한전의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 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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