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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상당수가 '죽고 싶다', 믿어지십니까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19] 경찰 폭력에 헬기 둥둥...밀양, 우울-불안감 위험수준

14.01.12 09:40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리포터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1주일여에 걸쳐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에 살고 있는 박인식(67)씨의 집 뒤편에는 130~131번 송저탑이 건설될 예정이다. 박씨는 송전탑과 거리가 불과 "170미터"라고 말했다. ⓒ 정대희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은 산 중턱에 위치한 두메산골이다. 마을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따라 오르면 밀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다. 첩첩산중에 있는 작은 시골동네, 하늘이 가깝다.

8일, 이 마을에서 박인식(67)씨를 만났다.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된 지 100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는 송전탑 2기(130, 131번) 건설 예정지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집은 송전탑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170m 떨어져 있다. 한전에게 "이주 대상자"란 말을 전해들은 이유이기도 하다.

"헬기 때문에 죽것다카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그는 요즘 헬기 때문에 고민이다.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난해 10월부터 그의 집 위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공사 자재를 실은 헬기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 수가 있어야제. 허구한 날 '다다다' 거리며, 수시로 날아댕기는데 아주 미치켔다카이. 밤에 누버서(누워서) 잘라카면 귀가 멍멍하다 안 카나. 잠도 못자 삐고 밥맛도 없어. 스트레스가 쌓여서 사람 죽것다카이. 저 놈의 것(헬기)만 보면 세가빠지게(아주 많이)열불이 난다 안 그나. 저걸 확 공가삐야(부서버려야)는데."

송전탑 건설 공사 인근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박씨처럼 헬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5일까지 3일간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아래 인의협)가 송전탑 경과지 4개면(부북, 산외, 단장, 상동) 주민 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7%가 헬기로 인한 소음, 공포, 불안 등을 심하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경험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1%에 불과했다.

박씨는 "옆 사람과 대화할라케도 저 놈의 소리 땜(때문)에 몬(못)한다카이. 억수로 시끄러버서 티비 볼륨도 아래께(예전에)는 삼(3)으로 했는데, 요샌 십일(11)로 올려도 몬(못) 듣는다. 접때는 헬기서 각목이 집 앞으로 떨어졌다 안 그나. 1~2초만 늦었어도 집이 뿌사져(부서져) 부렀을끼다. 고마 불안해 살 수 있게나. 이기가(여기가) 전쟁터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밀양 송전탑 공사 장비를 싣고 가던 헬기에서 각목이 떨어져 주민들이 한전 밀양지사를 찾아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길이 약 2m의 각목은 다행히 숲에 떨어져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밭마을 주민은 불안해 했다.

이아무개(70)씨는 "운이 좋아 그게(각목이) 숲에 떨어졌지. 안 그랬으면 고마 대형사고 나삐제(났다). 한 번 그러니께 불안해서 자꾸 하늘만 올려본다 안 카나. 요기서 불과 끽해야(재봐야) 50m 위에서 헬기가 날아다닌다. 맨날 '두두두...' 거리며 사람 스트레스 받게 하지. 혹시 또 자재 떨어져 삘라 불안하제. 저게(헬기) 억수로 사람 미쳐뿔게(미처버리게) 하는 기다(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의협이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을 대상으로 헬기 소음으로 인한 불안감을 조사한 결과, 헬기 소음을 '심하게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약간 경험했다'고 답한 이들보다 3.7배나 더 불안 증상을 보였다.

산기슭에 위치한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송전탑 건설 공사현장과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헬기 소음 등으로 인한 정신·심리적 피해는 동일했다.

"손등 찢기고 머리 다치고"... 신체적 피해 잇따라

여수마을 이수희(65)씨의 말이다.

"헬기 소리를 하루 웬쟁일(온종일) 듣다보면 약 묵고(먹고) 체한 것처럼 그렇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신경질도 나고 기운이 읍다(없고). 철탑 들어서면 전자파로 건강이 나빠지고 땅값도 떨어진다 안 카나. 송전탑만 생각하면 골치가 썩는다 썩어. 와 아무 문제 읍스면(없으면) 고마 즈그들이 와서 살제 이게 우야노(뭐하는) 짓이고. 저것들(송전탑, 헬기)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치밀어."

▲ 6일 성동면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충돌해 주민 6명이 응급실로 후송됐다. ⓒ 정대희

신체적 피해도 발생했다. 같은 마을 박순녀(62)씨는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최근 퇴원을 했다. 박씨의 말이다.

"경찰하고 싸우다가 넘어졌다카이. 허리가 삐끗해서 마산(병원)서 치료를 받다가 부산(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했으예. 뱅원(병원)에서 한 달은 쉬라켔는데 헬기 맨날 날라다니제. 송전탑 공사한다꼬카제. 쉴 수가 읍(없)다카이. 솔직한 말로 내는 박근혜(대통령) 찍었는데 우리를 안 도와주고 한전을 도와주니께 밉습니더."

지난 6일 상동면 고답마을에서는 송전탑 반대 주민이 머리를 다치고 손등이 찢기는 등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6명이 응급실로 후송됐다.

▲ 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 당시 모습. 한 할머니가 경찰 앞을 지나고 있다. ⓒ 정대희

이런 신체적 피해는 지난해 7월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나타났다. 조사단은 송전탑 건설 저지를 위한 활동 중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자가 조사대상자 79명 중 36.7%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산외면 골안마을의 한 주민의 증언이다.

"갱찰(경찰)이 할매들을 밀치고 잡아 댕겨 크고 작은 부상들을 많이 입었다카이. 할배들은 목 잡고 팔, 다리 잡아 꼼작 못하게 하거나 깔고 앉아서 인나지(일어나지)도 몬(못)하고 겨우 소리만 지르는 일이 허다하제. 이기는(여기는) 무법천지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맨날 얻어터지는 무법천지 생지옥. 고마 다 쥑이삐야(죽어야) 속 시원한 갑다. 신문사들 잘 보레이. 아마 조만간 또 사고 난다. 단디(단단히) 봐라. 사람이 무기력하면 끝내 분신 같은 거 선택한다카이."

실제 6일 경찰과 주민이 충돌한 상동면 고답마을에서 한 주민이 휘발유통을 트럭에 싣고 와 "분신 하겠다"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 질문에 10.7% "기회 있으면..."

인의협의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317명 중 34명(10.7%)이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폭언, 학대, 구금, 체포, 헬기 소음 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몸에 스며든 것이다.

▲ 지난 3~5일 3일간 인의협이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했다. ⓒ 정대희

지난해 국제사회는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 현장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하며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인권위원회(Asian Human Rights Commission), 포럼아시아(FORUM-ASIA), 시비쿠스(CIVICUS), 국제인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 프론트 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 등 세계인권단체들이 지난해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밀양 송전탑 현장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했으나, 새해가 된 지금까지 아직 그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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