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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어르신들 울린 여인 "이게 내 도리"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17] 전쟁터 '밀양 24시'-연극인 이현순씨 인터뷰

14.01.07 11:35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서 만난 이현순씨가 인터뷰 도중 크게 웃고 있다. ⓒ 김종술

"침묵하지 말자. 욕심이 양심을 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4일 밀양시 영남루 계단에서 열린 송전탑 건설 반대 촛불 문화제에서 할매·할배들의 눈가를 축축히 적신 연극인 이현순씨의 말입니다. 극단 '함께 사는 세상' 소속인 그는 이날 조인재씨와 함께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으려고 산으로 올라가는 어르신들, 그리고 한전과 경찰과 맞서서 싸우는 밀양 사람들의 모습을 한 편의 연극에서 실감나게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들이 몸에 불을 붙이고, 농약을 마시며 죽어간 밀양 어르신들의 몸부림을 재현하자 촛불을 들고 자리를 지키던 또다른 어르신들의 눈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고 이아무개씨, 고 유한숙씨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극은 밀양강의 칼바람을 두 개의 눈물로 녹였습니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에서 떨어지는 촛농과 눈가를 적시는 눈물. 그래서 이 진혼극의 이름은 밀양의 애달픈 현실을 그린 '애'입니다. 어르신들을 울린 이현순씨를 만나기 위해 5일 대구 시내에 있는 극단을 찾았습니다.

다음은 이현순씨와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대사나 큰 몸짓이 상처될까봐... 몸짓으로만"

▲ 촛불을 든 어르신들을 울렸던 고 이아무개 어르신과 고 유한숙 어르신을 형상화한 몸짓 ⓒ 정대희

- 밀양 촛불문화제에서 선보인 공연이 어떤 것인가?
"고 이아무개 어르신과 고 유한숙 어르신을 위한 밀양 진혼극입니다. 도입부에서 나무들이 춤추는 모습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밀양의 산하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어 큰 음향소리와 함께 송전탑 싸움에서 꺾어지고 투쟁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농약을 마시는 행위와 기름을 붓고 고요하게 흔들리는 형상은 이 땅에서 산화하는 고인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 뒤 큰 향로가 들어옵니다. 소원지를 태우고 관객들과 함께 탑돌이하듯이 돌아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형식으로 극을 구성했습니다."

- 밀양 몸짓을 하게 된 이유라도 있나요?
"연극하는 사람으로서 밀양의 모습을 예술로 승화 시키고 싶었습니다. 또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밀양의 현주소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2013년 봄에 밀양 삼평리 이야기로 구성한 감자꽃이라는 마당극을 여러 차례 공연했는데, 기동력이 떨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배우가 3~4명이어서 대사 연습도 같이 해야 하고, 마이크 시설도 구비해야 했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자재가 없이도 가능한 방식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본격 극이라기보다는 행사 안에 진혼극 형식으로 짧게 만들었습니다."

- 공연에 만족하셨는지요?
"어제는 밀양의 사안에 대해 충분하게 공감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밀양의 투쟁이나 싸움 장면을 더 부각시켜도 되지만 현장에서는 몸짓 하나로도 받아 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더 큰 몸짓이나 대사로 다가가면 어르신들의 가슴에 상처만 줄 수 있기에 몸짓으로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대사를 넣어야 할 듯합니다." 

- 밀양 송전탑 관련 공연은 몇 회나 했나요?
"밀양 어머니들에게 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을 한 번 보듬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 양일간 대구백화점 앞에서 공연했는데 많은 분이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오늘까지 3번 정도 공연을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어디서든 몸짓을 할 예정입니다."

"밀양 소식 전하는 것, 연극인으로서 최선의 도리"

▲ 촛불을 든 어르신들을 울렸던 고 이아무개 어르신과 고 유한숙 어르신을 형상화한 몸짓 ⓒ 정대희

- 밀양 공연과 거리공연을 무료로 하는데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유료 공연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속한 '함께사는세상' 극단이 상시로 돌아가고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극단이 없이 개인적으로 하려고 했다면 금전적인 비용 때문에 어려웠을 것입니다. 감자꽃 공연을 밀양 100회 촛불문화제에서 선보이면서 일부 비용을 지원받기도 했는데 마음이 편하지 못했습니다."

- 밀양의 송전탑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대구시민들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밀양 송전탑 문제를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생활에 밀려나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밀양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연극인으로서 최선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밀양 송전탑을 통해 어머니, 아버지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바랍니다."

- 그동안 어떤 연극을 주로 하셨나요?
"가장 많이 했던 연극은 마당극입니다. 연극의 주제는 언제나 그 시기에 일어나는 사회문제입니다. 누군가 발언을 해야 하는데도 침묵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행동으로 보여 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적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극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많은 뭇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주 1회 정도 대구 시내 동성로에서 예술 행동을 통해 작은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2013년 1월에는 청소년을 데리고 낙동강 현장을 찾아서 아이들이 만드는 4대강 이야기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름 없는 공연팀이 있는데 그분들과 한 달 동안 낙동강 8개 보를 순회하면서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금강, 영산강, 한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상설 공연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공연을 주로 하나요?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1990년 12월에 '함께 사는 세상'이 창단했는데 창단 구성원으로 들어가서 1년에 꼭 한 작품 이상을 만들어 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공모를 통해 작업할 수 있는 정도의 보조금을 받아 정기적인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연극 쪽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기도 합니다."

"대구 10월 항쟁을 무대로 끌어 올리고 싶다"

▲ 밀양 송전탑 때문에 목숨을 잃은 분의 넋을 위로하는 몸짓 ⓒ 정대희

- 앞으로 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대구 10월 항쟁은 역사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작품을 같이할 동료와 후배들이 뜻을 같이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극단 사정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금 당장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낼 겁니다. 그리고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오지를 다니면서 그곳에 주민들과 격이 없이 연극놀이를 통하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웃음)

-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은 어떤 단체인가요?
"1990년 창단된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대구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창작 마당극 전문극단입니다.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우리 사회 곳곳에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현실의 아픔에 울고 웃으며, 또한 여전히 아름다운 생명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 씨앗들을 모아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극이 전문 창작자들만의 소유물이 되지 않도록 교육연극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연극작업을 돕고 창단 이후 현재까지 30여 편의 마당극과 10여 편의 거리극을 창작, 공연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침묵하지 말자. 욕심이 양심을 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바쁘다고 힘들다고 하면서 어렵고 소외된 분들을 잊고 살아갑니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집회에 가도 매번 보는 사람들뿐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있지만, 침묵만 한다면 우리는 늘 그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내 주머니에 10만 원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든 5만 원을 빼앗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살아갑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치고 외면해 버립니다. 2014년 한 해는 슬퍼서 울고 있는 분들에게 뜨거운 가슴으로 따뜻하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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