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넉달 간 노숙투쟁, 박근혜가 탄핵됐다

10만인 리포트

10만인 밀양리포트

"대통령님, 밀양 송전탑 한말씀만 해주세요"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 ⑫] 전쟁터 '밀양 24시' - 할매·할배들의 새해 소망과 덕담

14.01.03 22:20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 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 움막에 적어 놓은 문구가 주민의 의지를 보는 것 같다. ⓒ 김종술

"할매, 할배를 때리고 밀치고 꼬집습니다."
"돈으로 술로 주민들을 꼬시고 이간질 시켜 싸움을 붙입니다."
"평범한 농민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늙고 병들어 힘도 없는데 날 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경이 팔을 잡아 비트는데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네요."

새해 첫날, 송전탑과 싸우고 계신 밀양 할매 할배들의 소망을 듣다 보니 눈물이 납니다. 매일 같이 한전·경찰과 몸싸움을 해야 하는 10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덕담을 부탁했더니, 하소연이 되돌아왔습니다. 몸서리를 치면서 절규했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마지막은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똑같은 각오였습니다.

현재 송전탑 반대를 하면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움막은 총 11곳에 이릅니다. 새해 벽두부터 편한 집을 놔두고 움막을 지키는 밀양 할매 할배들을 만났습니다. 한 할매는 "첫번째도, 두 번째도 나의 소원은 송전탑 반대, 지중화 공사"라고 말하더군요.

# "제발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

▲ 분향소의 밤은 밀양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춥고도 춥습니다. ⓒ 김종술

지난 1일 제일 먼저 간 곳은 지난해 12월 6일 농약을 마시고 숨진 고 유한숙씨의 분향소였습니다. 밀양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비닐 한장으로 막고 있는 분향소 움막에는 상동면 여수 마을에서 오신 20여 명의 주민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이곳으로 시집 온 여자들은 결혼 전 살았던 지명에 따라 순천댁, 이동댁 등으로 불린답니다. '댁'이라는 호칭도 20여 년이 흘러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순천댁(64) "편안한 생활, 우리 삶이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동댁(75) "우리 아들 손자가 안 아프고 우리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청도댁(65) "우리의 뜻대로 고압선 공사가 중단되어 평생의 직업인 농민으로 돌아가고 싶다."
봉춘댁(71) "우리 영감이 허리가 아파서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죽는 그 날까지 건강했으면 한다."
이동댁(75) "자다가도 일어나서 한전이 마음을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박동희(남, 62) "갑오년 새해에는 우리 소원인 송전탑이 지중화로 했으면 좋겠다."

두번째로 찾은 곳은 단장면 동화전입니다. 이곳은 지난해 권아무개씨가 전탑 공사를 반대하면서 산속 황토방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행히 목숨을 건진 움막입니다. 이곳에는 8명의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팽창섭(남 57) "국민화합이 돼야 하는데 다 분열되어 가면서 내가 귀농을 했는지 데모를 위해 이사를 온 것인지 모르겠다. 밝은 소리 고운 소리가 들리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똑바로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가인댁(81) "들깨 농사를 지어 1년에 500만 원 정도를 벌어서 생활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농성장을 찾느라) 100만 원도 벌어들이지 못해서 자식들에게 손을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제발 올해는 농사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
하승기(남 48) "시골이 좋아서 찾았는데 송전탑 때문에 동내가 (분열) 쪼가리 쪼가리로 갈라지고 있는데 제발 화합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 꼬집고 때리지 말랍니다, 이간질도 그만하랍니다

▲ 밀치고 꼬집지 말라는 어르신들의 소원을 적은 대자보를 산외면 골안 마을 경로당 걸었다. ⓒ 김종술

세번째로 산외면 골안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오전 7시와 오후 2시에 한전 작업자가 마을 길로 이동하면서 이들을 보호하는 경찰들과 주민들 간 몸싸움이 지속되는 곳입니다. 연일 경찰과의 몸싸움으로 아픈 환자들이 넘쳐납니다.

기자가 찾아간 2일도 마을에 어르신들이 단체로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인지 온기로 가득해야 할 경로당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병원에서 돌아온 한 어르신이 마을 소원을 적어 주셨습니다. 불안감에 떠는 주민들을 생각해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칼이 낫이 되고 경찰의 방패가 썰매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공주님, 청와대 앞마당에 송전탑 세워 드릴까요?"
"밀양은 안녕들 하십니까? 아니오, 안녕하지 못합니다. 765kV 철탑괴물이 목숨을 위협하고 한전과 경찰과 정부는 한편이 되어 우리네 할매 할배를 때리고 밀치고 꼬집습니다. 또 마을마다 찾아와 돈으로 술로 주민들을 꼬시고 이간질 시켜 싸움을 붙입니다. 억지합의도 부추기구요. 나는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살고 싶지 않습니까? 이 사태는 비단 밀양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일어나 우리의 정의와 평화와 자유를 지켜내야 합니다. 765kV 송전탑 결사반대."

# 할매들 욕쟁이로 만들지 말고 한전·경찰 물러가라

▲ 11번째 농성 움막으로 상동면 고답 마을 감나무 밭에 지어졌다. ⓒ 김종술

네 번째로 상동면 고답 마을을 찾았습니다. 기자를 한전 직원으로 착각한 주민에게 30여 분간 발목을 잡혔습니다. 어렵게 신분 확인이 끝난 뒤에 찾아간 움막. 대추밭을 지나 감나무밭 인근에 꾸려진 8평 크기의 움막은 가로 세로 7m 정도의 크기에, 넓이 2m 깊이의 구덩이를 파놓았더군요. 안쪽으로 들어가니 20여 명의 어르신이 움막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최초로 공개했답니다. 

서보형(남, 82) "8대가 살아오면서 이렇듯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다. 내 재산을 나와 합의도 없이 빼앗아 가려는 게 민주주인인지 묻고 싶다. 114번, 115번 송전탑이 들어올 자리는 산도 아니고 밭이다. 주변에 선조가 잠들어 계신 묘지만 28기가 있을 정도다. 전선과 민가의 거리도 270m로 거리라 쇠사슬을 목에 걸고 다 같이 죽을 각오로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종회(남, 87) "우리 손자 손녀들이 이곳에 돌아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박상근(남, 82) "늙고 병들어 힘도 없는데 (경찰) 날 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석조(남, 79) "송전탑이 오면 벌이 교배를 못해서 감 농사가 안 된다고 한다. 1년에 1천만 원정도 수확해 근근이 살아가는 내 삶을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두댁(81) "여경이 팔을 잡아 비트는데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
덕산댁(76) "박근혜 대통령이 송전탑 문제에 대해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제발 우리 소원을 들어달라. 차 못 가게 한다고 우리를 가둬 버리는데, 자기들은 내 밭을 다 밟고 다닌다."
이서댁(71) "아들 장가보냈으면 한다. 송전탑도 땅에 묻었으면 원이 없겠다."
동우대(72) "자식들이 정년퇴임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자식들 머리에 송전탑을 씌워주기 싫다."

동화댁 "한전 놈들 몰래 와서 도둑놈처럼 쳐다보고 가는데 제발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못 먹고 못 입고 산속에서 배곯아 가면서 사 모은 땅이다. 그만 좀 넘봐라."
대신댁(74) "송전탑과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받은 뒤에 (인근 주민들이) 허락했다고 사기 좀 그만 쳤으면 좋겠다."
금호댁(73) "옛날에는 욕도 못하고 순둥이로 살았는데 한전, 경찰과 싸우면서 욕만 늘었다. 나 욕 좀 안 하고 살게 해줘라. 그리고 한전이고 시청이고 돈 찾아가라고 전화 좀 고만해라."

# "남을 위해 사는 세상, 순리로 사는 세상, 상생의 나라"

▲ 부북면 위양리 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는 덕촌할배가 움막을 짓고 지키고 있다. ⓒ 김종술

다섯번째로 찾은 곳은 부북면 평밭마을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주민 차량을 경찰이 막으면서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주민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고가 난 곳입니다. 그리고 헬기로 실어 나르던 송전탑 자재가 민가와 5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지면서 아찔했던 거리에 떨어지면서 아찔한 사고를 겪었던 곳으로 6개의 움막과 컨테이너가 몰려 있는 곳입니다.

이남우(남, 72) "박근혜 대통령께 빕니다. 남을 위해 사는 세상, 순리로 사는 세상, 상생의 나라 만드소서."
사모님(가명, 73) "머리가 지끈거려 못 살겠다. 헬기 좀 그만 다니고 하늘에서 나무 좀 그만 떨어뜨렸으면 좋겠다."
차귀손(여, 63) "건강이 안 좋아서 부산에 집 팔아 어렵게 들어왔는데 이곳에 와서 더 병이 생기고 있다. 이제는 요양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이다. 한전 놈들아, 그만 좀 괴롭혀라."
산신령(가명, 남, 70) "서울에서 휠체어 타고 97년도에 내려와서 좋은 공기와 물을 마시고 날아다녔는데 다시 휠체어 타고 돌아가게 생겼다. 고만 좀 해라."

이보학(남, 67) "한전이 날 벼랑으로 몰아붙이면서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제발 이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날 좀 봐줘라."
이성학(가명) "집사람과 매일 같이 (농성장) 나와서 집도 엉망이고 이산가족이 되었다. 나도 신혼으로 살고 싶다."
덕촌댁(78) "철탑이 물러가라고 해님 달님 보고 매일 같이 빌고 있다. 날 좀 그만 괴롭혀라."

# "국가와 정부의 가슴에 살아있는 양심이 있기를..."

▲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동면 여수 마을 김영자씨의 ⓒ 김종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주민들이 일명 12번째 움막으로 부르는 밀양765송전탑반대 대책위입니다. 정부에서 일명 외부세력이라고 불리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밀양 분들이 주축이고 4명의 외지인이 어르신들을 묵묵히 돕고 있었습니다.

김준한(남, 41) "밀양은 눈물과 피 흘리는 고난의 장소가 아니다. 우리도 따뜻한 가슴에 눈물 흘리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해달라."
이계삼(남, 42) "국가와 정부의 가슴에 살아 있는 양심이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김철원(남, 51) "내가 속한 너른마당이 좀 더 내실을 기하고 밀양을 찾는 분들에게 희망이 살아 있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곽빛나(여, 26) "주변에 모든 분이 좀 더 인간답게 살았으면 한다. 할매 할배들의 최소 인권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장수민(여, 39) "밀양이 평온을 되찾아 어르신들 손잡고 웃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어진(남, 19) "좋은 여친 만나 연애하고 싶다."
백태양(남, 35) "밀양에 평화가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곳에 평화를 다른 분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 단장면 동화전 마을 밭에 설치된 움막 ⓒ 김종술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