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넉달 간 노숙투쟁, 박근혜가 탄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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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홀랑 앗아간 한전...어르신들 달라졌다"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 ⑪] 전쟁터 '밀양 24시' - 김준한 신부 신년 인터뷰

14.01.02 20:20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준한(41) 신부 ⓒ 김종술

"루카 복음서 마리아의 노래 중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루카 1, 52)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로마 식민지였던 이스라엘의 심정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목소리를 빌려 표현한 성경 구절입니다. 밀양 어르신 중 어떤 분은 지금 상황이 일제 시대보다 더하다고 말합니다. 무기 만든다고 놋그릇과 수저를 거둬갔던 일제도 전 재산을 홀랑 빼앗아 가는 한전보다는 나았다는 겁니다. 불의한 권력 행사는 결국 그 끝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상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준한(41) 신부가 밀양 송전탑을 강행하는 박근혜 정부와 정책 담당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할매 할배들에게 '웃는 신부'로 각인되어 있다. 그의 미소는 삭막한 밀양 전쟁터에서 어르신들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 12월 31일 부산가톨릭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준한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어르신들 의지로 여기까지 왔다"


- 송전탑에 맞서 싸우는 할매 할배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주신다면?
"어르신들, 참 긴 시간 애 많이 쓰셨습니다. 이 싸움은 외부의 연대나 정치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의 도움과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좀 더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들이 또 닥칠지 모르지만, 처음을 기억하며 다시 노력하면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서로 격려하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할매 할배들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 할매 할배들은 거의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성서를 인용해서 말씀을 해주신다면.
"어르신들 가운데 천주교 신자는 거의 없습니다. 신부로서 이 자리에 기꺼이 함께 했지만, 어르신들이 보여주신 모습 자체가 예수님이 가르친 복음의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복음 9장 23절)라는 말씀을 몸소 실천한 어르신들이야말로 예수님의 제자가 아닌가 합니다.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이 길을 지치지 않고 따랐다는 의미에서 이 성경 말씀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람은 할매 할배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할매 할배들의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정말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했을 때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지금 어둠이 좀 깁니다. 이 정도의 싸움이 될 거라고 예측했지만 지금은 예상 외로 (밝은) 국면이 안 보입니다. 아마 그런 부분에서 어르신들이 힘들어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 고통을 겪으면서도 어르신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송전탑 반대 싸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요?
"어르신들이 빨리 싸움을 끝내고 자유롭게 농사 짓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돌아갈 과거가 없습니다. 이미 이 싸움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들의 생각들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이 만들어졌습니다. 송전탑 반대 싸움이 당신들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단순히 송전탑만 막는 게 아니라, 불의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십니다. '내가 이 싸움에서 지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 송전탑 반대 싸움은 무엇과 무엇의 대결인가요? 
"'정의로운 에너지' 앞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이 싸움의 국면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불의한 에너지'에 기초한 삶을 영유하는 걸 부끄러워할 용기가 있는가. 정의로운 에너지를 선택하기 위해 내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가. 누구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는데요. 모든 당사자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치자를 왕좌에서 끌어내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 지난 21일 경남 밀양시 영남루 계단에서 열린 고 유한숙 어르신 추모제 김준한 신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교구별 정의평화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사태를 겪으면서 부정 선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결국 정권 퇴진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박 정권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크게 키웠습니다. 사제단이나 정의평화위원회도 이 지경까지 오길 절대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사회의 아픔에 아주 핵심적인 문제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신부님들이 복음적인 차원에서, 그 누군가가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대신 냈다고 봅니다."   

- 종교가 정치에 대해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교회가 말하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직접적인 참여를 말하는 겁니다. 종교인이 직접 정치인으로 나서는 일 등 말입니다. 하지만 정치의 파급효과는 막대합니다. (정치인들이) 잘못된 정치를 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봅니다. 그걸 미리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종교인들이 나선 것입니다."

- '안녕 대자보'에도 밀양 할매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끝나지 않은 어르신들의 싸움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까요?
"세상과 관계없이 따로 홀로 존재하는 일은 없습니다. 어르신들의 송전탑 반대 싸움이 탈핵과 관련 있다는 건 지금 당연한 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 전력산업 충돌 양상에서 새로운 국면입니다. 송전탑 반대 싸움과 탈핵이 연결된 적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송전탑이 상징하는 것처럼, 전력 소비지와 생산지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송전탑이 연결하는 어느 지점이 지금 아파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서로 다 관계가 있는 일이죠.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르신들은 '나는 절대 공범이 아니다'라고 안심했던 여러 사람에게 큰 경종을 울렸습니다. 사람들은 '내 삶이 저 아픔과 무관하지 않다'고 깨달으며 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아픔이 단순히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어르신들이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밀양송전탑 주민지원법', 오히려 공동체 파괴할 수도"

▲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준한(41) 신부 ⓒ 김종술

- '밀양송전탑 주민지원법안'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습니다. 
"법률의 기본적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 너무 미약합니다. 주민지원법안에는 주민들의 재산권 문제만 다루었는데, 이에 비해 실제적인 주민 피해는 광범위합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건강권, 예를 들어 암 발병이나 소음 발생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도 많습니다. 또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이 참여할 공간도 없습니다. 

처음 법을 만들 때에는 이런 요소들을 적극 포함 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족쇄가 돼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한전이나 정부는 법안에서 미흡한 부분은 시행령을 통해 풀 수 있다고 하지만 근본 취지가 어그러진 상태에서 시행령으로 빈 틈을 메울 수는 없습니다. 법을 제대로 만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왜 서둘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밀양 문제를 호도하려고 그런 건 아닐까요?"

-  2014년에도 어르신들의 싸움은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더 힘들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정권은 민생 문제까지도 이념 분쟁으로 해석합니다. 그런 일들이 밀양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 일은 어르신들이 시작했고, 중요한 국면에서도 그분들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르신들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더는 어르신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금 밀리더라도 결국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어른신들이 스스로 얼마나 영웅적인지 깨달으면 큰 아픔도 이겨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고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혹한에서 고생을 해도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팩트만을 알린다는 핑계로, 교묘하게 탈핵 연관성 등을 일부러 끊는 언론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합니다. 이런 와중에 <오마이뉴스>가 우리의 속사정을 제대로 알려줘 고맙고 힘이 됩니다. 연세 육십 이상 드신 어르신들이 인터넷으로 어디 언론에 뭐가 나왔다는 것을 일일이 살펴보며 작은 희망을 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또는 내일을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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