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두 어른'이 담장을 넘는 순간, 아빠의 두려움도 사라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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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두요구서만 봐도 현기증"...석달간 70여 명 조사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⑩] 전쟁터 '밀양 24시' - 고소고발 악몽에 시달리는 할매들

13.12.29 14:33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1단계-채증] 할매-할배는 현장 채증의 먹잇감?

"할머니 저 아시죠, 저번에 왜 때리셨나요? 빼앗아 간 제 모자는요?"

▲ 이렇게 도로를 막고 누워 계시면 안 됩니다. 조서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 김종술

한 여경이 밀양 할매에게 다가가서 추궁했습니다. 바로 옆에서 경찰 채증 카메라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매는 돌발적인 여경의 질문에 망연자실하면서 제대로 대꾸도 못했습니다. 지난 21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 저수지 앞에서 기자가 직접 목격한 장면입니다. 이 할매는 조만간 경찰서에 불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 장면이 연출되기 직전에 또 다른 할매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야 X팔 할매야'라고 욕했던 (여경) 년 저기 있네!"

이 할매는 서너번 욕설을 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이날 현장에 7대의 경찰 채증 카메라가 있었지만, 이 할매를 주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도곡 저수지 앞은 주민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입니다. 산허리에서는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합니다. 경찰 200~300여 명이 상주하면서 산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움막을 짓고 차량 출입을 온몸으로 막고 있습니다. 이 도로는 공사 장비와 물품을 실은 한전 차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3~4차례 경찰과 몸싸움을 벌입니다.

이곳뿐이 아닙니다. 송전탑 전쟁은 밀양 곳곳에서 수시로 터집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하는 주민들은 한전 작업자가 교대하는 시간대인 오전 7시와 오후 2시에 경찰과 한전 작업자들과 매일같이 충돌합니다. 하지만 평균 60~70대 고령의 주민 숫자는 많아야 20~30명에 불과합니다. 이를 막는 경찰은 주민 수의 수십 배인 100~200여 명이 넘습니다. 그러니 주민이 경찰의 벽을 뚫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대신 지팡이를 들고 온몸으로 저항하는 할매들의 발버둥은 경찰 채증 카메라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2단계 : 고소고발] 3달여동안 70여명이 경찰서 들락날락

이 과정에서 경찰과 한전, 하청업체의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생 경찰서 문도 밟아보지 않았던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범죄자처럼 잔뜩 주눅이 들어 경찰과 검찰에 불려가서 조서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채증 사진과 동영상을 들이밉니다.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주민들과 부딪치는 현장에서 주간 11명, 야간 9명 등 총 20여 명의 인력이 채증을 한다고 합니다.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2조에 의거한 합법행위입니다. 

반대로 경찰과 한전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증거'가 별로 없습니다.   

▲ 지난 21일 도곡 저수지 앞에서 주민들을 지켜보던 100여 명의 경찰 사이로 6~7대의 카메라가 주민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김종술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주민이 경찰을 고발한 건수는 3건에 불과합니다. 반면 밀양 송전탑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0월 3일부터 12월 26일까지 검찰과 경찰서를 찾고, 다시 출두해야 하는 주민들까지 7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혐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공무집행방해 9건, 집시법위반 5건, 업무방해 13건, 폭행 4건, 도로교통법위반 9건, 헬기장 난입 7건, 한전차량을 막고 돌 던지고 욕설 8건, 경찰폭행 4건 등입니다. 그 외에도 주민들은 레미콘차량을 트랙터로 막은 행위, 한전 채증에 항의하며 멱살 잡은 행위, 돌 던지고 욕설 행위 등으로  경찰서에 불려가고 있습니다. 

도곡마을, 보라마을, 고답마을, 여수마을, 용회마을, 평밭마을, 고정마을, 위양마을, 동화전마을까지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에 서너 분 정도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답니다. 검찰, 김해중부경찰서, 마산동부경찰서, 창원서부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밀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찰과 한전의 고발 건수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지만 밀양경찰서측은 "시시각각 변하고, 고소가 취소되기도 하고 무혐의 판정도 나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할 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경찰과 한전도 조사를 받고 있지만, 정확한 건수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찌됐든 오늘도 경찰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할매, 할배들을 소환조사하느라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3단계-조사] 난생 처음 경찰서에 불려가... "현기증 난다"

▲ 범죄 없는 마을에도 경찰서를 찾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 김종술

▲ 시민들에게 공포의 장소로 변해 버린 밀양경찰서 ⓒ 김종술

지난 26일 밀양경찰서에 출두한 장재분(57) 씨를 만났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조사를 받기 직전이었습니다. 장씨는 "지난 12월 1일 2차 희망버스가 보라마을에 왔을 때 집회 끝날 무렵 활빈당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나 스티로품으로 된 피켓을 들고 우리를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스티로품을 빼앗아 찢었는데 제가 그 사람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장씨는 "억울하고 분하다"면서 "수류탄이라도 가지고 들어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최근 단장면 사연리 강귀영(40) 씨도 김해 서부경찰서에 불려갔습니다. 강씨는 움막을 지키려고 대나무 문을 달다가 경찰이 달려들어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이 자신의 음부를 갑자기 걷어찬 뒤에 둘러싸고 폭행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측은 다릅니다. 강씨가 여경을 발로 찼다는 것입니다. 

"조사를 받으면서 '똑바로 하라'고 (경찰이) 얼마나 큰소리를 치는지, 주눅이 들어서 말도 못했습니다. 또 내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말해서 '내가 피해자인데 무슨 말이냐'고 따졌지만, 내 말 자체를 안 들어 줬습니다. 어제(19) 밀양경찰서에서 다시 조사를 받으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만 봐도 치가 떨리는데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경남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강씨가) 진술녹화실에서 조서를 받았으며 권혁근 변호사(민변 소속)가 동행했고, (경찰) 큰소리를 친 사실도 없으며, 면회까지 할 정도였다"면서 "강 씨가 주장하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조사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20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7번 움막에서 만난 덕촌댁(손희경, 78)도 난생 처음으로 권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답니다. 한전 업무방해 혐의였습니다. 덕촌댁은 조사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경찰이 '지금부터 움막에 가면 가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덕촌댁은 "지금 가두어라, 안 가두면 또 산에 갈기다고 했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하는데요, 경찰의 주장은 엇갈렷습니다. 경찰은 "덕촌댁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권 변호사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움막에 다시 가면 가둔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꽤 많은 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주변에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인터뷰해서 또다시 "경찰이 와라가라 한다면 어떡하느냐"라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기자가 만났던 많은 주민은 경찰의 조서를 받고 난 이후에 상당히 심적 위축된 상태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사받은 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것에 극구 민감하게 받아 드렸습니다.

또한, 할머니들의 소위 '데모'를 반대하는 남편이나 자식들이 출석요구서를 보거나 조사받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경찰서에 다녀오신다고 합니다.

[4단계-그 후] 앓아눕고..."자식 알까봐 두렵다"

▲ 100여 명의 경찰과 20여 명의 주민이 대치중입니다. ⓒ 김종술

출두 명령서를 받은 주민은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를 통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일정과 맞지 않을 경우는 주민들 혼자서 경찰서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평생을 살면서 경찰서와는 담을 쌓고 지낸 분들도 많습니다. 한 주민은 "경찰의 출두명령서 하나만으로도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고 잠도 못 잘 정도로 죄인이 된 것처럼 벌벌 떨면서 경찰서를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주민은 "경찰서를 나설 때면 다리가 풀리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과 멍한 상태로 현기증까지 일으켰다"고 합니다. 일부 주민은 조사를 받고 돌아와 앓아눕기까지 한다고 하니 그 심적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나 봅니다. 

26일 오후에 만난 권혁근 변호사는 "내가 동행하면 경찰이 주민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면서 "강 씨의 경우는 조사가 끝나고 석방지가 나올 때까지 유치장에서 기다리다가 정식 조사가 아닌 사실을 확인하면서 큰소리를 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민변 소속 김자연 변호사는 "주민들이 긴장하면서 오늘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복잡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는다"면서 "대부분이 바쁜 농사일도 미루고 오면서 집안일과 옆집 또는 지인들에게 알려질까 봐 두려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의 '막무가내 소환'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환되는 주민들의 대부분은 경찰의 공무집행방해나 한전과 하청업체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라면서 "그 말도 일면 맞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한 것뿐이고, 이 과정에서 소환이 남발되는 측면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 경찰서 앞마당에 세워진 차량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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