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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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애미 없나? 이 문딩이 시키야"
'범죄 없는 마을' 할매들, 욕쟁이 됐다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⑨] 전쟁터 '밀양 24시'... 할매, 할배들은 매일 싸운다

13.12.27 16:31 | 소중한 쪽지보내기|김종술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1주일여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10만인클럽 밀양 리포트팀 : 김종술, 조정훈, 소중한, 김병기 기자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한 할매가 경찰의 통행을 막기 위해 바닥에 누워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 소중한

"참 점잖은 어르신들이었다 아입니꺼. 평생 욕이라곤 한 번도 안하던 양반들이 저러니 마음이 아프지에."

경남 밀양 삼문동의 밀양교(橋)에 마련된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분향소. 밀양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엔 우리나라 3대누각이라 불리는 영남루가 내다 보인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지난 21일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고답마을 박광희(51)씨는 자신이 사는 마을을 "공해와 소음이 전혀 없는 조용한 마을"로 묘사했다.

쉰 하고 한 살을 더 먹은 그는 고답마을의 '막내 청년'이다. 그는 경찰과 대치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어르신들을 보면 아직도 어색하다. 그는 "(우리 마을은) 공장도, 고속도로도 없고, 열차도 안 지나는, 참 조용한 마을이었십니더"라며 "평생 큰 목소리 한 번 안 내고 열심히 살던 어르신들이 저래될 줄 누가 알았겠십니꺼. 그만큼 절박하단 거 아니겠십니꺼"라고 말했다.

박씨는 어릴 적 "참 인자했다"는 마을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 경남 밀양 삼문동의 밀양교(橋)에 마련된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분향소는 비닐 한 장으로 겨울바람을 막는다. 더해 몇 개의 기둥과 곳곳에 덕지덕지 붙은 누런색 테이프가 분향소를 덮은 비닐을 지탱하고 있다. ⓒ 소중한

▲ 경남 밀양 삼문동의 밀양교(橋)에 마련된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분향소. 21일 할매들이 비닐로 덮인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 소중한

송전탑 반대 주민, 24시간 분향소 지킴이... "자고 나면 코가 새빨개집니다"

유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8일이 지난 지금까지 분향소는 할아버지가 살던 고정마을을 포함해 6개 마을 사람들이 순번을 정해 지키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매번 한 마을씩 나오는 게 아니라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순번이 돌아온다.

당초 유족을 비롯한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려고 했다. 하지만 밀양시청의 반대로 현재 위치인 밀양교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임시로 마련된 밀양교 분향소는 비닐 한 장으로 겨울바람을 막는다. 몇 개의 기둥과 곳곳에 덕지덕지 붙은 누런색 테이프가 분향소를 덮은 비닐을 지탱하고 있다. 주위엔 경찰 10여 명이 둘 혹은 셋씩 흩어져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허리를 한참 숙여 비닐을 들추고 들어가면 유 할아버지의 영정이 놓인 분향소와 함께 할매들이 이불 몇 채에 손발을 넣고 오순도순 모여 있다. 기자 같은 손님이 오면 연신 "이리와 앉아"라고 자리 한 켠을 내준다. 바닥엔 전기장판이 있어 그나마 나았지만 얼굴엔 한기가 느껴졌다.

분향소를 지키는 할매들은 이곳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춥지 않냐"고 기자가 물어도 할매들은 "괘안타 마, 요래 이불 덮으믄 된다"라고 답했다. 다시 박씨에게 살짝 찾아가 "잘 때 춥지 않냐"고 물었다.

"잘 때 억수로 춥습니더. 위에 다섯겹을 입고 잔다 아입니꺼. 바지도 두 벌, 세 벌 입고…. 그래도 얼굴은 못 가릴 거 아입니꺼. 코가 새빨개집니더."

박씨는 자신이 껴입은 상의를 직접 내보이며 설명에 나섰다. 분향소는 연일 추위와 전쟁 중이다.

▲ 경남 밀양 삼문동의 밀양교(橋)에 마련된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분향소는 마을 6곳이 순번을 정해 24시간 지키고 있다. 이날 분향소를 지키던 고답마을 박광희(51)씨는 자신이 입은 상의 네 겹을 내보이며 "이 위에 두터운 것 하나를 더 입고 잔다"고 말했다. ⓒ 소중한

"국무총리 왔다가믄 뭐하나... 보상이 아니라 대화를 원한다"

유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엔 매일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나와 한국전력,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역시 비닐 한 장과 전기장판이 할매들을 추위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이 움막의 24시간은 4개 마을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다. 109번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목인 이곳에서 주민들은 도로에 앉아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의 통행을 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자가 이곳에 막 도착한 21일 낮 12시께에도 경찰과 주민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주위로 사복을 입은 경찰이 카메라를 든 채 채증을 하고 있었다.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소중한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에게 경찰이 채증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 소중한

"사진 마이 찍어라. 오늘 아침에 남자 경찰놈이 양다리를 잡고 개끌 듯 끌어다 놓았다. '놔라, 놔라' 발버둥 치면서 신발이 벗겨지니 도로에 앉아 있다고 날 잡아 넣는다 카더라. 다른 경찰이 '그리는 하지 말라'고 말려 끝났제, 지금도 살이 덜덜 떨린다. 경찰이고, 한전 직원이고 다 (공사현장으로) 몬들어간다. 왜 우리 말은 안 듣고 공사를 하는 기가."

할매들도 근무 중인 경찰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할매들의 소통 창구는 이곳, 농성장뿐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왔다가믄 뭐 하겠노. 우리 말은 하나도 듣도 안 했다."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다. 한 할아버지가 경찰에 의해 부축을 받고 있는 모습을 다른 경찰이 채증하고 있다. ⓒ 소중한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한 할매가 경찰의 통행을 막기 위해 바닥에 누워 있다. ⓒ 소중한

지난 9월 11일 밀양을 방문한 정 총리는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등 지역기관장을 만나 송전탑 건설 갈등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그런데 이날 경남 밀양 단장면사무소에서의 '정 총리-반대 주민 간 면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반대 주민들은 보상안 발표를 유보하는 조건을 수용해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전력은 정 총리가 참석한 자리에서 '밀양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 전체회의'를 열어 전체 보상금 185억 원 가운데 74억 원을 개별 세대에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마을 숙원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보상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 8월 5일 출범한 특별지원협의회는 송전탑 찬성 주민대표 10명, 한국전력 5명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돼 보상안을 협의해 왔다. 보상을 거부하는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특별지원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반대 주민과 정 총리 간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대책위 측은 "정 총리가 약속을 어겼다"라고 말했고, 총리실 관계자는 "(보상안 발표 유보와 같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대책위에 보냈다.

할매들이 원하는 건 "보상이 아이라, 대화를 하는기다".

반대 농성장 13개... 하루에도 수차례 '상대 안 되는 충돌'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 "경찰들 내려온다 카네에"라는 말이 들리자 할매들은 이불 밑에 싸매고 있던 몸을 꺼내 겉옷을 챙기고,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 소중한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다. 상황이 종료된 후 할매들이 움막 앞에 앉아 복귀하고 있는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21일 도곡저수지 움막 안에서 한창 할매들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들 내려온다 카네에."

할매들은 이불 밑에 의탁하고 있던 몸을 일으켜 겉옷을 챙기고,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움막을 벗어나 따라 나가니 도로 윗편에서 경찰 100여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할매들을 포함한 마을 주민 20여 명은 도로에 듬성듬성 앉아 길을 막았다. 몇몇 할매는 드러누워 "절대 못 지나간다"고 외쳤다.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되는 왕복 2차선 도로에서의 농성. 여경 여럿이 누워있던 한 할매를 '사뿐' 들어 도로 한 쪽에 내려 놓았다. 경찰 50여 명이 할매가 누워있던 자리로 가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또 한 할매가 옮겨지고, 또 다른 할배가 옮겨졌다. 할매, 할배들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경찰에 밀려 움막 앞 3m 남짓의 공간 안에 옹기종기 갇혔다. 그 사이 뚫린 도로로 경찰의 '밥차'가 유유히 내려갔다.

밥차가 다 지나가고도 경찰은 할매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할매들은 '한때는 누군가에게 참 매웠을' 손으로 경찰을 때려보기도 하고, 두터운 운동화로 감싸진 경찰의 발을 '꽁꽁' 밟아보기도 하지만 별 요동이 없다. 발이 밟힌 한 경찰은 "할머니, 그렇게 해도 아프지 않으니 그만 하시고 움막에 들어가세요"라고 할매를 달랜다. 할매들의 유일한 무기는 '입'뿐이다.

"니도 애미애비가 있을 거 아이가. 와 잘 살고 있는 우리 마을에 탑을 세우냐 이기다. (경찰이 할매를 잡고 옮기려 하자) 와 미노, 문딩이 시키야. 우리는 전기에 지져 죽으나, 여기서 맞아 죽으나 똑같다. 와 밀고 XX이고."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소중한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다. 상황이 종료된 후 한 할매가 복귀하고 있는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경찰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날 할매들과 실랑이를 벌인 경찰 관계자는 "밥차가 1시간 이상 나가지 못했다"며 "경찰도 이동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3~4차례 매일 같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난감해했다.

경찰 말대로 이른 아침 한국전력 직원이 공사 현장에 올라갈 때, 그리고 점심과 저녁식사 때, 이렇게 최소한 하루에 세 번은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 벌이진다. 이곳 도곡저수지 움막을 포함해 송전탑 반대 주민의 임시 거처는 현재 밀양에 총 13개가 있다.

도곡저수지 움막 뒤로 '범죄 없는 마을'이라 적힌 비석이 놓여 있다. 오늘도 비석 너머로 할매와 경찰이 대치해 있다.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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