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안지랑 막창', 대구 사람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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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때문에 전력대란? 부아가 치민다"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⑥] 전쟁터 '밀양 24시' - 대자보 쓴 서종범씨 인터뷰

13.12.24 13:51 | 조정훈 기자쪽지보내기

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1주일여에 걸쳐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서종범씨 ⓒ 조정훈

"밀양에는 계엄령이나 다름없는 경찰 폭력으로 어르신들이 발에 치이고 고향땅 산에 올라가더라도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하는 등 공권력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밀양은 축복받은 도시로 산천이 아름답고 천혜의 행복한 도시였지만 이제는 한전의 765kV 송전탑 공사로 헌법에서 보장된 사유재산과 생명권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목숨을 끊었겠습니까? 우리는 정말 안녕하지 못하고 불행합니다."

송전탑 때문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농약을 마시고 숨진 고 유한숙씨의 분향소를 지키던 주민들이 20일 서울에 올라간 뒤에도 서종범(55)씨는 밀양에 남아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분향소를 지켰다. 서씨는 최근 대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쓴 대자보를 보고 "젊은이들이여 외면하지 마십시오, 외면한다고 안녕하지 않습니다"라며 젊은이들의 사회 참여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씨는 원래 밀양 주민은 아니었다. 부산이 고향으로 부산에서 나고 자라 직장생활을 20여 년 했다. 산이 좋아 젊을 때부터 우리나라의 많은 산을 다니다가 밀양에 반해서 지난 2001년 밀양시 부북면에 이사를 왔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촌에 들어가 사는 게 쉬운 일이냐며 미쳤다고 많이 말리기도 했단다. 아이들 학교 문제며,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 살다가 밀양에 가서 뭘 하면서 먹고 살 것이냐 등 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적하고 공기 좋고 교통도 좋아 마을을 찾은 친구들이 오히려 서 씨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지인이라며 마을 사람들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마을 청소도 하고 음식도 나누면서 친해졌다. 어느새 새마을지도자가 되었다. 18개월 된 핏덩어리 같은 막내딸이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서씨는 그러나 밀양이 마냥 좋은 곳이 아니었다. 서씨는 세 번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사 온 지 2년이 지난 후 대구에서 부산간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집 앞에 있는 흙을 깎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싸움이 시작되었다. 집 앞에 도랑이 있는데 흙을 깎는다면 길이 끊기고 산사태가 나서 집이 위험할 것 같았다. 서 씨는 시공사와 싸웠지만 결국 땅주인에게 3000만원이 건네졌다. 땅주인은 50만원씩 나눠주고 1000만원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넣었다. 이후 집 근처에 7000평을 또 깎으려 했으나 완강히 반대했고 마침 산지관리법이 바뀌면서 주택에서 200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아 결국 무산되었다.

3년 전에는 집 근처에 밀양시가 공장 허가를 내주었다. 선박 블록을 만드는 공장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부동산 업자가 땅을 투기용으로 매입해서 팔려는 것이었다. 서씨는 밀양시장을 찾아가 따지기도 하고 밀양시 게시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남도청에도 민원을 제기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삼았더니 문화재관리법을 적용해 결국 공장허가가 취소되었다. 두 번째 싸움이었다.

이번에는 세 번째 싸움이다. 송전탑이 집 근처를 지나가는 것을 알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 만 2년이 넘었다. 서 씨의 집에서 송전탑 하나는 500미터, 하나는 800미터 떨어져서 지나간다. 도시 시람들은 휴대폰 전자파 하나에도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곳에서 살다가 병에 걸려 죽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섰다. 2년 전 농지 700평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가격은 자꾸 내려가고 팔리지는 않았다.

대신 마을은 송전탑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로 나뉘었다. 마을에서 송전탑을 적극적으로 찬성한 사람들은 마치 한전 직원이라도 된 듯이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한전에서 공짜 돈 주는데 왜 받지 않느냐는 등 여론몰이를 하고 다녔다.

한전에서 내민 서약서에는 보상금을 지급한 이후에 어떠한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은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도장을 찍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서 씨는 돈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양심을 팔기는 싫었다. 서약서의 내용대로라면 암이 발생하거나 집값이 폭락해도, 산사태가 발생해도 일체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한전에서는 마을주민 70%가 찬성했다고 하는데 전혀 민주주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유를 해서 동의서를 받은 것이지요.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매수를 한 것이지요. 마을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밀양시장은 8년 전에는 송전탑 반대했다"

▲ 밀양에 사는 주민 서종범님이 쓴 “밀양 송전탑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대자보 ⓒ 김종술

서종범씨는 송전탑을 찬성하는 마을 주민들과 많이 싸웠다. 당신들은 고향이고 나는 외지에서 왔지만 나는 이곳을 지키려 하는데 왜 당신들의 고향을 팔아먹느냐고.마을에서 조카와 삼촌, 형제끼리 등 돌리고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서씨는 외지 사람들이 밀양을 송전탑 반대나 하고 데모만 많이 하는 도시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너희들은 전기 안 쓰느냐, 밀양 때문에 전력대란이 일어난다"는 말을 들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밀양 주민들도 전기가 아까운 줄 알고 있다.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고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의 집 앞에 송전탑을 세워봐라. 누가 반대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 집에 도둑이 아닌 강도가 들었다. 도둑은 물건만 훔쳐가지만 강도는 목숨마저 빼앗아갈 수 있다. 한전이 강도와 다름없다.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송전탑이 들어서면 전자파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재산가치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밀양 주민들이 저항하는 것이다. 벌써 이치우 어르신과 유한숙 어르신이 송전탑 때문에 돌아가셨다.

이치우 어른은 철탑 바로 옆에 논이다. 유한숙 어른은 축사에서 300미터도 떨어지지 않는다. 땅값도 제대로 못 받고 마을을 다 빼앗기는데 얼마나 가슴에 응어리가 졌겠는가? 소와 돼지가 다 죽어 폐허가 된다는데 보상을 받아도 어디가서 다시 축사를 할 수 있었겠나. 하지만 경찰은 유한숙 어른의 죽음을 복합적인 원인이라며 조작하고 은폐해 765kV 송전탑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밀양 주민들과 연대하고 도와주는 분들을 종북몰이하며 좌파, 빨갱이라고 매도하는데 대해서도 서 씨는 용납할 수 없다. 지난 11월 희망버스 왔을 때 서 씨의 집에서 20여 명이 자고 갔다. 당시 서울에서 3살과 5살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서 씨의 손을 꼭 잡고 "우리가 전기를 많이 써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서 씨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 돈 써가며 찾아와 힘을 실어주는데 고마웠다. 이들을 종북이니 뭐니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8년 전 자기 머리위에 짓고 가라면서 송전탑을 반대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곳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찬성하는 사람들과만 대화를 했다. 이것이 불통이다. 정부정책 비판하면 무조건 공권력 동원해 밀어붙이는게 어디 정상적인 나라냐."

▲ 서종범씨가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빈소 앞에 앉아 있다. ⓒ 조정훈

서씨는 한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공사를 중지하고 공론화기구를 만들어 각계 전문가와 주민들이 함께 모여 며칠동안 밤을 새우더라도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죽어도 모르쇠하는데 무조건 안 된다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정부는 하나도 바뀐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 서씨는 "발전기금 조금 더 준다는데 우리는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지 돈을 바라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소나 돼지도 못 키우고 사람도 못 사는 동네가 무슨 사람사는 곳이냐는 항변이다. 송전탑 반대하는 이유가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함인데 왜 대화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씨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갈등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갈등으로 인한 피해액이 수조에 이르는데 이는 그만큼 소통이 안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과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는데 지금까지 가장 큰 문제는 불통이라고 지적했다.

서씨는 "보상금 조금 주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을 통해 할머니들이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이 전력대란의 주범이 아니라 아껴 쓰고 피크시간을 충분히 잘 관리한다면 원전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송전탑 공사가 5500억 원이 든다고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조 들여 4대강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지금이라도 핵발전소 대신 재생발전소를 여러 곳에 만들면 송전탑이 필요없다.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힘이 없다. 하지만 물러설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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