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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의 체험경제

베껴야 산다? 스마트폰 경쟁의 불편한 진실
[김시연의 체험경제] 삼성의 애플 따라하기, 팬택-LG의 삼성 따라하기

13.11.29 16:15 | 김시연 기자쪽지보내기

▲ 팬택 시크릿노트(왼쪽)의 '디자인 홈'과 삼성 갤럭시노트3의 맞춤형 화면 ⓒ 김시연

여러분은 스마트폰 고를 때 가장 먼저 뭘 보세요? 디자인? 브랜드? 기능? 그도 아니면 가격? 사람마다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디자인을 유심히 보는 분이라면 요즘 스마트폰들이 서로 조금씩 닮아간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지금부터 그 비밀을 조금씩 파헤쳐 볼까요.

지난 주말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점심 때 들른 한 식당에서 우연히 '스마트폰 뒷담화'를 듣게 됐습니다. 남의 말을 엿듣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옆 자리 일행들이 워낙 큰 소리로 얘기해서 피할 도리가 없었죠.

공교롭게 그 일행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회사 직원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 직원 말이 '아이언' 때문에 회사가 망할 뻔 했다가 '시크릿노트' 덕분에 살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느 회사인지 짐작하시겠죠?

바로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3대 스마트폰 브랜드로 꼽히는 팬택입니다. 한때 베가 시리즈를 앞세워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LG 뒷심을 당해낼 순 없었죠. 팬택은 올해 초 '베가 아이언'이란 신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국내 최초로 금속 프레임을 사용해 '튼튼한 디자인'을 강조했지만 통신사 보조금 단속에 된서리를 맞은 것이죠. 결국 지난달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직원 1/3에 해당하는 800여 명이 6개월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습니다.

베가 아이언이 실패하고 시크릿노트가 뜬 까닭

그런 팬택이 요즘 '시크릿노트' 덕에 신바람이 났습니다. 하루 평균 5000대씩 팔리며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만 대를 돌파한 것이죠.

그런데 그날 팬택 직원 맞은 편에 앉은 'LG폰 주인'의 평가가 예리했습니다. 아이언이 실패한 건 3위 업체가 겁도 없이 독창적 디자인을 선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거꾸로 시크릿노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삼성 갤럭시노트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금 국내 시장에선 갤럭시노트가 대세인데, 닮은 경쟁 제품이 있으면 일단 가격이나 기능을 비교해보고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잘 베껴야 산다'는 겁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팬택이 삼성과 LG 틈 바구니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경쟁사에 뒤지지않는 성능 탓도 있지만 '저가 전략'이 잘 통했기 때문었죠.

팬택도 지난달 시크릿노트를 선보이면서 '갤럭시노트보다 하나 더!'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시크릿노트는 펜까지 내장해 겉모습만 보면 갤럭시노트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지문 인식 기능을 활용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으로 뭔가 하나 더 있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한 것이죠.

LG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 LG는 옵티머스G나 옵티머스뷰에 각진 테두리를 채택해 나름 디자인을 차별화했지만 올해 들어 선보인 옵티머스G 프로나 G2, 뷰3는 모두 갤럭시S4나 갤럭시노트와 비슷한 둥근 테두리를 사용했습니다. 뷰3는 한술 더 떠 펜까지 내장했죠.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와 LG전자 옵티머스G프로(오른쪽) ⓒ 김시연

디자인 베끼기는 무죄? 미국에선 느낌 같아도 '위법'

과연 이런 '디자인 베끼기'는 무죄일까요? 지난 2011년 4월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삼성-애플 특허 소송을 계기로 '트레이드 드레스'란 말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꼭 특허로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제품과 외관이나 느낌이 비슷하면 권리 침해를 인정하는 미국 제도죠. 예를 들어 허리가 잘록한 코카콜라 병 모양이나 BMW, 벤츠 같은 유명 자동차 외관만 닮아도 배상금을 물어야 합니다.(관련기사: 애플-삼성 소송, '트레이드 드레스'가 뭐기에 )

그런데 국내엔 트레이드 드레스 같은 제도가 없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 갤럭시노트 아류가 넘쳐도 막을 근거가 없는 것이죠.

사실 아이폰3Gs를 빼닮아 소송 빌미를 제공한 갤럭시S가 발표될 당시에도 삼성이 애플을 베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발 제품 묻어가기' 전략 정도로 치부했지 지금처럼 배상금 1조 원이 넘나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리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삼성 역시 아이팟터치와 아이패드를 닮은 갤럭시 플레이어나 갤럭시탭을 연이어 내놓을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죠.(관련기사: 애플 아이폰 따라잡기, 삼성 자신에 달렸다 )

▲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 김시연

결과적으로 '세계 1위' 삼성도 지금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팬택이나 LG 같은 국내 경쟁사들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삼성식 따라 하기'를 본받아 세계 시장에서 무섭게 약진하고 있는 것이죠.

흔히 국내 시장을 외산 휴대폰의 무덤이라고 부릅니다. 한때 HTC, 소니에릭슨,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같은 다양한 외산 스마트폰들이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철수하고 애플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 LG, 팬택 같은 쟁쟁한 국내 업체가 버티고 있는 탓도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대세 쏠림 현상'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는 어떤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고르냐고요? 사실 뭐라 말할 자격이 없는 게 전 3년 넘게 같은 제품만 써왔습니다. 결국 고장이 나 지난해 같은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했지만 말이죠. 그동안 정보통신 분야를 취재하면서 신제품을 접해볼 기회가 많았고 더 훌륭한 제품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손에 익은 익은 게 가장 좋더군요. 스마트폰은 남들에게 자랑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나랑 가장 잘 소통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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