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m 준설한 강에서, 꼬마물떼새알을 찾았다

10만인 리포트

개고생 자처한 이 사내들을 보라
[10만인리포트] 김병기의 두 바퀴 3

13.10.23 19:47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형님, 자전거 타지 말고 그냥 걸으면 안될까. 보다시피, 무게가 장난이 아니거덩. 나 90(kg)이야."
"어느 세월에 걸어? 그냥 자전거 타고 후딱 갔다오자. 자전거 노선과 인터뷰할 사람, 중간에 결합할 사람은 네가 정리해라."

환경연합 정책위원이자 에코 큐레이터인 이철재씨를 설득한 뒤에 일감을 왕창 안겼습니다.

"갈껴?"
"자전거 없는디유?"
"빌려주면 갈텨?"

지난 9월말 <오마이뉴스> 전국투어차 충남에 갔다가 또 두 명을 포섭했습니다. 4대강사업 금강 구간을 취재하면서 연속 특종을 날리고 있는 김종술 시민기자와 스포츠맨인 정대희 시민기자.

철인 3종 경기? 그 남산만한 배는?

"기자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 한 개 만들어줄게, 가자! 화끈하게 놀면서 월급 받는 방법이야."
"갈게요. 그런데 자전거가 없는데요?"
"빌려줄게. 침낭만 챙겨와라."

<오마이뉴스> 지역공동체부 막내인 소중한 기자도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자리가 그렇게 한가한가요? 왜 온다고 그려?"
"한가한 게 아니라 (4대강 문제가) 절박해서 그러죠."

자전거를 타겠다고 벼르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출발 하루 전에 '더 절박한' 밀양 송전탑 문제 때문에 부분적으로 결합했습니다. 하지만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과 문가영 활동가의 지원으로 그의 빈자리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복원이 중요하니, 그동안 연구해 온 것을 현장에서 확인합시다! 그런데 그 몸으로 라이딩할 수 있겠어요?"
"대학 대닐 때 철인 3종 경기 선수였어요."
"그 남산만한 배는? 왜이리 망가졌어!"

양영석 시민기자는 2008년 미국 운하 취재 때 통역을 맡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당시 콜로라도주립대학에서 환경학, 자연재해공학, 하천복원 등을 공부한 유학파였죠.

이렇게 의기투합한 '오마이리버'팀은 지난 6일 밤 부산 을숙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 지은 부산 하구둑과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모였습니다. 제가 작심하고 작업한 지 한 달만입니다. 사실 저는 매일 미니벨로를 타고 출퇴근하는 자출족입니다. 지난 8월에 10만인리포트로 '나의 한 맺힌 4대강 취재기 그리고 새로운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그 뒤로 본격적인 취재인력 규합에 나선 거지요.

숙소에 둘러앉은 낯선 사내들은 서로 통성명을 한 뒤에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1. 힘든 일정이므로 짜증이 날 수 있다. 죽어가는 낙동강, 그리 즐거운 취재는 아니지만 끝까지 웃자.
2. 도 닦는 심정으로 술은 자제하자. 체력이 바닥날 수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3. 자전거도 타지만 기사를 쓰는게 주목적이다. 가급적 오후 4시경에는 하루 일정을 마치고 기사 쓸 시간을 확보하자.   

이 산이 무척산이야, 무척 힘들어!

아침식사로 돼지국밥을 후루룩 말아먹었습니다. 200시간 개고생 라이딩의 대장정. 태풍 다나스가 북상하는 길목에서 겁없는 사내들의 '낙동강 떼잔차질(떼지어 자전거 타기)'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라이딩 평균 시속은 10km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시속 30-40km를 달리는 전문라이더들이 보면 웃겠지만 첫날부터 패잔병이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무게가 많이 나가는 이철재 위원이 대열에서 사라지는 회수가 늘어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건지, 짊어지고 오는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첫날부터 이러면 되나! 앞으로 어떻게 갈텨? 에코 큐레이터가 너무 반환경적으로 살아온 거 아녀?"
"형님! 그게 아니라요, 자전거랑 서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결국 이 위원은 그날 급커브 길에서 넘어졌습니다. 며칠동안 멍이 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라이딩을 했습니다. 자전거 한대도 망가졌습니다.  

"중한아, 어디 있냐?"
"예, 선배! 가고 있습니다. 빌린 자전거 타이어가 이상해요. 바람이 자꾸 빠져서..."     
"그런데 그 길이 아녀. 돌아와라."
"예?"

"선배, 이 고개 넘기 무척 힘드네요."(유성호 기자)
"그래서 무척산이여! 사진기 들고 다니니까 더 힘들지? 오늘 이런 고개 더 넘어야 혀. 무척 힘들거여."
"헉!"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50km를 달려서 오후 6시에 딴섬생태누리 야영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개장이 안된 상태라 전기도 없고 화장실 문도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널찍한 야영장에는 우리의 천막 네 동만 덩그러히 놓여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야영객들을 위한 식수대에선 물이 나왔지요. 칠흑같은 밤, 자동차 불빛만이 살아 있는 그 허허벌판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달리면서 뒤집어 쓴 녹조먼지를 그렇게 씻어 냈습니다.

"미안한데요, 오늘 메뉴 떡라면입니다."

지원팀 박창재 활동처장의 말을 듣고 옆 천막에 들어가니, 커다란 주전자 안에 우동처럼 불은 라면이 가득했습니다. 김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굶주린 사내들은 짐승처럼 먹었습니다. 그리고 또 달렸습니다.

"이룡마을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시유. 빨리 차 타유."

천막 숙소로 돌아와오니 자정. 저는 곧바로 잠을 청했지만 김종술 기자의 천막에선 불빛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새벽 3시까지.

"이건 사기지유~"

다음날 아침, 눈을 부비고 천막 밖으로 나온 정대희 시민기자가 저를 보고니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자전거 타고 논다면서요. 계속 이런 거여유?"
"우린 종군기자들보다 더 바쁠거여. 왜 따라왔어? 이럴 줄 몰랐나?"
"그럼, 이건 사기지유!"

6박7일간의 자전기 취재는 라이딩, 인터뷰, 기사작성, 야영 생활이 뒤섞인 전쟁터였습니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 달리고, 자전거 패달을 밟으면서 동영상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늦은밤 인터뷰의 조명기는 손전등이었고 바닥에 주저앉아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코를 골며 잠이 든 시민기자의 머리맡에 노트북이 켜진 채로 깜빡깜빡.... 안쓰러우면서도 묘한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이런 벅찬 일정을 소화한 이들은 직업기자가 아닌 시민기자였습니다. 이번 취재기간, 제가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시민기자의 힘'이었습니다.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밤에는 기사를 쓰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그들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깐 쉬는 사이에 도 핸드폰을 꺼내들고 엄지뉴스를 날리는 그들이었습니다.

일주일간 쏟아낸 기사는 무려 35편. 3분의 2는 시민기자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자전거 취재에 결합하지는 않았지만 최병성 시민기자 등은 심층기사로 지원사격을 해주었습니다. 전방과 후방, 현장과 심층의 두 날개로 낙동강 취재기는 완성되었습니다. 

우리가 목격한 낙동강의 모습, 참담했습니다. 10월에도 녹조가 창궐한 '녹색강', 텅빈 생태공원, 재퇴적된 모래사장, 시뻘겋게 녹슬어가는 골재채취선, 질퍽한 농토에서 울분을 토로하는 농민들... 누군가는 4대강사업의 맨얼굴을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저는 힘든줄을 몰랐습니다. 또 많은 분들의 격려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커피를 사들고 온 초등학교 동창도 있었고, 단감을 보내주신 분도 계십니다. 이 기획의 성공을 위해 먼길을 달려와 '먹방'을 찍어주신 4대강 전문 교수님들은 밥값까지 계산을 해주셨습니다. 이들 앞에서 눈쌀을 찌푸릴 수가 없었습니다.

절정은 취재의 종착점인 내성천. 우리팀은 감격했습니다. 내성천은 그동안 지나쳐 온 MB의 자전거 길 340km와 너무도 달랐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영주댐 건설로 인해 모래가 유실되고 있지만, 일부 구간은 낙동강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옷을 입은채 뛰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뼈속까지 시원해지는 그 물속에 잠시 누워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쳤습니다. 

희망의 증거들... 

"형, 나 지금 한 손으로 기사 쓰고 있어! 그런데 오타 작렬이야! 하하하. 그런데 언제 기사가 완성될지는 모르겠어요."

취재 중에 자전거를 무려 세 대나 망가뜨린 이철재 에코 큐레이터의 말입니다. 그는 12일 낙동강 제1경이자 상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천대의 가파른 자전거 길을 내려오다가 팔꿈치 뼈가 부러졌습니다. 위로차 전화를 했는데, 기사를 쓰고 있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며칠 뒤엔 오마이뉴스 김미선 팀장(시민기자전략부)이 제게 이런 전언을 하더군요.

"선배! 김종술 시민기자가 금강 지역의 환경단체들과 자전거 취재를 추진하고 있대."

이들은 '200시간 개고생 라이딩'이 끝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 때가 그립나 봅니다. 낙동강을 우리의 힘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들입니다.

돌아와보니, <오마이뉴스>에 "국민 4만명 '이명박 등 4대강 사업 책임자' 형사고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가 있네요. 고발 대상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등 4대강사업 관계자 총 58명. 이제 시작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 10만인클럽과 함께 4대강을 살리기 위한 두 바퀴 페달을 힘차게 밟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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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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