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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의 체험경제

첫 연재, 반성문으로 시작합니다
[김시연의 체험경제]

13.10.08 11:24 | 김시연 기자쪽지보내기

▲ 24일 을지로 동양증권 본점 영업부는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설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 김시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경제부 김시연 기자입니다.

저는 2001년 경제부로 시작해 편집부를 거쳐,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2009년 말 다시 경제부 취재기자로 돌아왔습니다. IT(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틈틈이 금융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체험경제'라는 새로운 방식의 경제기사로 10만인클럽 회원님들을 찾아뵈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시민(소비자)의 입장에서 까칠하고 후련한 기사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각오를 다지고자 '반성문'으로 첫 걸음을 뗍니다.^^ 

요즘 주변에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동양증권 종합자산관리통장(CMA), 그냥 나둬도 괜찮느냐고요. 동양그룹 위기와 개인투자자들 피해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죠. 실제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계열사 투기등급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에 투자한 피해자들 상당수가 동양종금 시절 CMA로 발을 담갔습니다.

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종합금융사 CMA가 '제2의 월급통장'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06년 당시, 개인 블로그를 통해 'CMA 투자'를 권했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 글: 내 자산관리통장 중간점검...3개월 이자는?

'종합자산관리통장'란 애매한 이름 탓에 당시 CMA를 '투자'로 받아들인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 당시 종금사와 언론에서도 '제2의 월급통장'이라며 시중은행 예금처럼 홍보했고요. 하지만 CMA도 엄연히 주식이나 채권, 펀드처럼 원금 손실이 가능한 '투자 상품'입니다.

고객이 맡긴 돈을 기업 어음이나 국공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연 3~4%대 높은 이자를 줄 수 있었던 것이죠. 특히 종금사 CMA는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데다 수시입출금도 가능해 인기가 높았습니다. 동양종금은 복잡한 채권 환매 과정을 간소화하고 소액 투자도 가능케 해 오늘날 CMA를 만든 장본입니다. 

▲ 2006년 6월 당시 동양증권 사이트에 있는 CMA 가상체험 프로그램. ⓒ 김시연

더 큰 문제는 CMA가 주식이나 채권 투자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저도 2006년  동양종금에서 CMA 통장을 개설한 뒤 '적립식 펀드'에 처음 투자하게 됐습니다. 당시 증시 활황기라 매달 10만 원씩 2년을 꼬박 부었더니 100만 원 가까운 수익이 나더군요. 그래서 매달 20만 원으로 올렸더니 이번엔 주가가 오락가락해 '본전' 수준에서 손을 끊었습니다.

투자는 도박과 비슷합니다. 처음엔 은행 적금이나 정기예금밖에 모르던 사람도 막상 투자 수익을 내면 조금씩 판돈을 올리다 결국 모두 잃거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죠. 물론 가끔 '대박'나는 사람도 있지만 손꼽을 정도고 말로까지 장담할 순 없습니다.

'CMA 탈출 러시'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오랜만에 동양증권 을지로 본점을 찾았습니다. 7년 전 CMA 통장을 만들었을 때 한적한 분위기와 딴판이더군요. 아침부터 투자자들이 객장에 진을 쳤고 번호표 대기자도 100명을 넘었습니다. 뉴스다 싶어 사진 취재를 시도했더니 홍보팀 직원까지 내려와 '방어막'을 쳤습니다. 처음엔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라더니, 나중엔 자칫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로 '오해'할 수 있다고 통사정을 하더군요.

그날 CMA에 있던 돈을 예금자보호가 되는 예탁금으로 돌려 놨습니다. 차마 그 분위기에 돈을 뺄 순 없더군요. 당장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어서 '모험'을 하긴 했지만, 그날 하루 동양증권에서 빠져나간 돈이 2조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수시로 입출금이 되는 CMA 투자자는 상황이 괜찮았습니다. 아직 만기가 남은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와중에도 객장 직원들은 곧 그룹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 계열사 채권도 문제없을 거라며 사태 진정에만 나섰지만, 결국 문제없다던 5개 계열사는 1주일 뒤 법정관리를 신청합니다.

'불완전 판매'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못 건질 줄 알았다면 누가 투자했겠느냐는 거죠. 그렇다고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고작해야 시중 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노렸다고 '투기'로 몰아붙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내놓는 장밋빛 전망 앞에 '투자 손실 경고'는 한 귀로 흘리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투자 상품은 손실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 투자를 합니다.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동양계열 채권이나 우리은행 파이시티 펀드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이라고 해서 특정 회사 채권이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 하나에 '몰빵'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이런 상품은 아무리 수익성이 높더라도 비전문가에게 안파는 게 정석인 것이죠.

언론 역시 '불완전 판매'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기관 직원의 백 마디 꼬드김보다 '유망 투자 기회',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언론 보도에 더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CMA 3개월 만에 이자 3만 원... 일반예금 10배' 같은 제 블로그 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시 제 글을 읽은 분 중에 동양 CMA에 가입했다가 현재 동양계열 채권에 돈이 묶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 명이라도 그런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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