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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의 독수리타법

로드 스튜어트와 조용필, 세상은 왜 그들에게 열광하는가
[이주빈의 독수리타법]

13.09.30 14:47 | 이주빈 기자쪽지보내기

▲ 로드 스튜어트 런던 공연이 열린 O2 arena. ⓒ Londontown.com

영국 런던 현지 시각으로 9월 14일 저녁 7시 무렵. 템즈강 하류에 위치한 'O2 아레나(The O2 arena)'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O2 아레나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기계체조와 농구 경기장으로 사용된 곳입니다. 평시엔 서울의 올림픽 체조경기장처럼 유명 가수와 밴드들의 공연장으로 이용됩니다.

이날은 가수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의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루 전날에야 공연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겨우 표를 구했습니다. 좌석 위치가 썩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달랑 두 장 남은 표가 언제 동날지 모르니 바로 구매를 했지요.

로드 스튜어트의 런던 공연은 13일 금요일과 14일 토요일 이틀이었습니다. 표를 구해서 공연장에 자리를 잡아 앉으면서도 저는 '설마'했습니다. 아무리 로드 스튜어트가 유명 가수여도 '왕년의 스타'라는 이미지가 있고, 또 실력 있는 가수와 밴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배출되는 영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O2 아레나는 2만 석 규모의 공연장이어서 이곳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12만원이나 주고 산 표였지만 좌석은 4층 높이에 있었습니다. 무대는 물론이고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였지요. 그나마 무대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란 것이 위안이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오프닝 무대가 시작됐습니다. 오프닝 무대의 주인공은 곧 데뷔 앨범이 나온다는 신인가수 Moya, 그가 한창 열창을 끝내가는 저녁 8시 무렵에도 객석은 다 차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연을 준비한 것처럼 제가 다 초조해졌습니다. '군데군데 빈자리를 보며 공연을 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스탭들이 오프닝 무대를 정리하자 커튼이 내리쳐졌습니다. 공연장을 밝게 비추던 조명도 모두 꺼지고 커튼이 내린 곳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쏴집니다. 어두워서 그 수가 가늠이 안 되는 관객들은 로드 스튜어트의 등장을 예감하며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커튼 뒤로 실루엣이 어른거리는가싶더니 반주와 함께 조명이 확 밝아지면서 커튼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로드 스튜어트가 관객들의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노래를 시작합니다. 저는 그 순간 객석을 둘러보았습니다. 그새 2만 석 규모의 공연장은 거의 빈틈이 없이 꽉 차있었습니다. 로드 스튜어트는 로드 스튜어트였습니다.

그는 올해 새로 낸 앨범 <time>에 수록된 곡들과 함께 히트곡들을 불렀습니다. 세계적인 스타답게 그는 록과 팝, 블루스와 트위스트를 오가며 열정적인 공연을 했습니다. 올해 여덟 살인 아들은 무대에 나와 춤을 추었고, 스물 여섯 살인 딸 루비는 아버지 못지 않은 가창력을 뽐냈습니다.

특히 루비는 무대 인사를 하며 "이 공연장에 우리 가족만 스무 명 가량 왔다"고 농담을 했는데 다 이유가 있습니다. 로드 스튜어트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의 여성과 동거 혹은 결혼을 했습니다. 이 7명의 여성들과 사이에 얻은 자식이 모두 8명입니다. 루비는 이를 두고 농담을 한 것입니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된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은 그가 부르는 거의 모든 노랠 함께 불렀습니다. 심지어 올해 발표한 새 음반에 수록된 곡들, 예를 들면 아래 링크한 <She makes me happy>도 함께 따라 부르더군요.

http://omn.kr/4j3y

로드 스튜어트에게 열광하는 영국의 팬들을 보면서 가수 조용필과 한국의 팬들이 겹쳐보였습니다. 한국의 가왕 조용필 역시 지금 순회 공연을 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죠.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마력이 있기에 팬들은 열광하는 것일까요? 예술가의 나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나이 60이 넘은 가수들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로드 스튜어트나 조용필이나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로드 스튜어트나 조용필은 끊임없이 음악적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왕 조용필은 올해 10년 만에 19집 앨범 <hello>를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바운스>는 음악 순위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구요. 로드 스튜어트도 올해 22년 만에 새 앨범 <Time>을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으로 로드 스튜어트는 34년 만에 영국 'UK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두 가수 모두 자신의 히트곡만 불러도 공연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히트곡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가요무대'에 나가 추억에 젖어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미 음악적으로 한 경지에 오른 이들이지만 쉬지 않고 연습하고,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능동적으로 새로운 것에 쉼 없이 도전하는 모습. 세대를 넘어서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건 까닭일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앞서 잠깐 나이를 언급했지만 나이는 이제 숫자에 불과한 시대란 것입니다. 가왕 조용필의 생물학적 나이는 올해 64, 로드 스튜어트는 68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두 시간 가까운 공연을 순회하며 하고 있습니다.

로드 스튜어트가 공연 중에 빼놓지 않고 하는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축구공을 발로 차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영국 축구팀 셀틱의 '광팬'인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50개가 넘는 축구공을 뻥뻥 차서 관객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노령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표현은 아닌 듯합니다. 왜냐면 특성별 생애주기가 최소한 10년 이상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불과 20년 전 40대는 한 사회의 기성세대로서 '막내 꼰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40대는 예전 30대만큼 발랄하고 도전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환갑잔치'하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60세가 넘었다고 하는 이들에게서 '할아버지 쉰내'는 맡을 수조차 없습니다. 기력 창창한데 일거릴 못 찾는 40, 50대의 분기가 엿보일 정도입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사회적 배려용 구호가 있었습니다. 늙었다고 소외감 느끼지 말고 스스로 활력 있게 살아보자는 취지의 구호였죠. 이제 그 구호는 배려가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나이 60에 '애늙은이' 소릴 안 들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2만 석 규모의 공연장이 거의 빈틈없이 꽉찬 로드 스튜어트의 런던 공연.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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