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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의 전쟁과 노래

'문민' 국방장관이 절실한 이유
김도균의 곰, 전쟁을 말하다

13.09.24 13:45 | 김도균 기자쪽지보내기

"<오마이뉴스>도 국방부를 출입하나요?" 요즘도 취재 현장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지난 2009년부터 국방부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팀 김도균 기자입니다. 다른 언론사와 비교할 때 <오마이뉴스>의 출입처 개념은 좀 다른데요, 제가 맡고 있는 영역은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로 주로 안보 관련 현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오래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을 다시 꺼내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바로 사무엘 헌팅턴이 쓴 <군인과 국가>입니다. 이 책은 미국이 군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핵심원리 중 하나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civilian control)'란 민주국가에서의 군의 역할과 성격을 설명해 주는 개념입니다. 사실 이 말을 직역하면 '시민 통제'로 번역이 됩니다만, 문관과 무관을 구분해 온 우리 역사적 배경에서 문민통제라는 말이 정착 되었습니다.

문민통제는 각국의 역사 배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를 원칙으로 삼고 있죠. 미국은 건국초기부터 강력한 물리력을 가진 상비군의 존재가 국가 존립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독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독립 때부터 문민통제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조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골드워터-니콜스(Goldwater-Nichols Act)법안'은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차관과 국·실장급 간부 직위는 현역에서 전역한 후 7∼10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임용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군 내부의 불필요한 인맥형성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한 제도적 결과물이죠.

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을 통해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을 안팎으로부터 요구받은 일본과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까다로운 법률과 제도를 통해 군의 문민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겁니다.

일본을 예로 들면, 우리의 국방장관격인 방위청 장관은 군 출신 인사가 맡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군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통합막료장은 자위대에 대한 지휘권은 없고 방위청 장관에게 군사문제를 조언하는 역할을 가질 뿐입니다. 자위대의 운영과 시설을 통제하는 방위청 내무국도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군에 대한 의회의 통제장치가 여럿 마련돼 있습니다. 의회에 대해 책임지는 문민 국방장관이 군을 통제하고, 국회 국방위원회의 조사청문권 행사, 의회보조 기관으로 군 감독관(Wehrbeauftragte)을 두고 있는 것이죠.

비밀투표로 선출되는 5년 임기의 군 감독관은 군 조직원과 가족 등의 소원(訴願) 처리가 핵심 임무로, 지휘방식과 부당처우·복지·훈련·인사·징계 등에 관한 모든 불만을 비밀로 접수해서 직접 조사하거나 군에 조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감독관은 모든 군부대와 국방부를 언제라도 예고 없이 방문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죠. 군 감독관은 이런 역할을 통해 군인을 '군복 입은 시민'으로 천명한 헌법정신을 구현, 민주적 명령복종 체계를 확립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도 현역 군인을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표면적으론 문민통제의 정신을 승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선진국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자, 시간을 꼭 4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2009년 9월 23일 오전 8시, 국방부 연병장에서는 김태영 합참의장 이임식과 전역식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인 오전 9시 국방부 대강당에서는 김태영 국방장관 취임식이 거행됐죠. 그가 현역군인 신분에서 벗어나 국방장관이 되기까지는 불과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실정이니 우리나라에서 국방장관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위에 있는 사실상의 상관인 셈이죠. 구조적으로 문민통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흔히 국민들은 민간인 국방장관은 군사전략과 작전운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미흡하므로 군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국방부 당국자들도 남북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들어 군을 잘 아는 군인이 국방정책을 맡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보건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의사들만이 맡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반드시 군사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군사작전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들인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을 휘하에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군사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대통령과 문민 국방장관이 전쟁을 억제·준비·수행하는 과정에서, 군 출신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고차원적인 정치·경제·안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방부는 명령과 지휘복종이 강조되는 군부대가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부서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역사에서 문민 국방장관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유당 정권시절 2대 신성모, 3대 이기붕, 6대 김용우와 4·19 혁명 직후 임명된 9대 현석호 장관이 정치인이나 사업가 출신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5.16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50년이 넘도록 문민 국방장관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순수 민간인 출신이면 어떻습니까? 또 여성이 맡는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군 출신만이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국격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조르주 클레망소 전 프랑스 총리는 "전쟁은 군인들에게 맡겨놓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정치인이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을 지내고 국무장관을 역임한 콜린 파웰도 "군인이 아무리 애국심과 용기와 전문성을 지녔더라도 단지 삼각대의 다리 하나에 불과하다. 군대와 정부와 국민이라는 세 개의 다리가 더불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전쟁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문민 국방장관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우리가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말들입니다.

※ 편집자의 말: 아래는 2004년 민중대회 취재 당시 전경이 시위대를 향해 던진 돌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김도균 기자의 사진입니다.
'국가보안법 완전폐지, 쌀개방 반대, 비정규노동법 개악 저지, 파병부대 철수, 공무원 노동기본원 쟁취" 등의 깃발이 나부낀 이날 집회에서 전투경찰과 농민, 노동자 시위대는 방패와 물대포, 보도블럭과 화분을 서로 집어던지며 공격하고 방어했고 그 와중에 다수의 기자들도 피를 흘렸습니다.
이후 줄기차게, 일상의 전쟁터에서 뛰고 있는 '곰 기자'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 2004년 민중대회 취재 당시 전경이 시위대를 향해 던진 돌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김도균 기자. ⓒ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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