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0살 노가다'가 150만 원 쾌척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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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오의 스타와 함께 뻐꾸기를

잡스럽고 황당한 연예기사 특종기

13.09.06 11:29 | 김대오 기자쪽지보내기

사실 연예기자는 '만능기자'다. 연예기자의 출입처는 방송국이나 영화사 그리고 매니지먼트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예인이 사건에 휘말리면 사회부 경찰 출입기자가 되어야 하고, 송사에 휘말리면 검찰이나 법원 출입기자가 되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국회의원이 되면 정치부 기자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또 최근 연예기획사가 대형화되면서 코스닥에 상장되는 경우도 많아 이를 취재하기 위해선 경제부 기자가 되어야 한다. 때문에 연예기자는 '잡(雜)'스럽고, '잡'스러워야 특종도 낚는다. 그렇다보니 웃지못할 '특종기'도 많다. 필자 역시 과거 황당한 취재 경험과 하늘이 툭 던져준 '특종'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에피소드1-경찰서 주취자 보호실에 갇히다

지금은 없어진 스포츠투데이라는 스포츠지 연예부 시절이다. 2001년 12일 18일의 일이다. 당시 용산경찰서는 '연예계의 강남서'로 불릴 정도로 '주병진 성폭행 사건' '싸이 대마초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던 시절이었고, 공교롭게도 이 모든 사건의 관할서가 용산경찰서였다. 당시 다른 스포츠지들도 용산경찰서에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때였다. 하루는 이런 저런 사건을 취재하며 인연을 맺은 형사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18일 오후였다. 내용은 '부산서 대마관리법 위반으로 탤런트 정찬 압송중'이었다. 주변 인물들에게 전화를 하자 "현재 부산에서 영화를 촬영중인데, 정찬씨 문제로 촬영이 중단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제보는 확실했다. 만사를 제쳐놓고 용산서로 달려갔다. 요즘처럼 리얼타임으로 보도되는 인터넷뉴스 시대였다면 곧바로 보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연예기사는 스포츠지가 최상위 매체로 군림할 때였고, 다음날 가판이 인쇄되는 새벽 2시까지 이 '특종'을 꼭꼭 숨겨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탤런트 정찬은 용산경찰서 별관에 있던 강력1반으로 압송됐다. 이것을 멀찌감치에서 지켜봤고, 제보를 해준 형사와 눈인사를 나눴다. 굳게 잠긴 강력 1반의 철문을 열고 나온 형사는 "어떻게 아셨어요? 다른 기자들이 보면 안 되니까 옆에 있는 주취자(酒醉者) 보호실에 들어가 있으세요"라며 나를 주취자 보호실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해서 졸지에 '주취자'로 위장한 특종 취재가 시작됐다. 다행스런 것은 그날 '진짜 주취자'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밖에서 열쇠로 잠그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나갈 수 있었지만 혹시라도 경찰 출입 기자들의 눈에 띌까 보호실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무려 그렇게 6시간. 주취자 보호실과 강력1반 사무실 사이 벽에 귀를 대자 안에서 새나오는 심문내용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 밖에서 보이지 않게 뒤돌아 웅크린 채 기사 초안까지 다 썼을 정도다. 이제 안에서 정찬씨가 심문 조서에 무인만 찍으면 '완벽한 특종'의 팩트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새벽 12시 즈음 술을 먹은 20대 초반 여성 2명이 강력1반의 철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나와 그들 사이는 철창 하나였고, 주취자로 나를 바라보는 그 경멸섞인 눈빛을 참아내야만 했다. 그들은 술에 취한 소리로 "이 오밤 중에 문 잠궈놓고 뭐하는 거에요? 뭐 조사하는 거 아냐! 문 열어봐요!"라고 소리쳤다. 술 한 잔 안 먹은 필자는 주취자 보호실에 갇혀있고, 술에 취한 그들은 철창밖에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술에 취한 그들도 취재를 하는 중이었다. 2명의 여성취객은 바로 동아일보와 SBS의 경찰출입 막내기자였던 것이다.

아무리 두들겨도 안에서 인기척이 없자 한 명이 "불켜놓고 갔나봐! 가자!"라고 했고,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던 여기자도 밖으로 나갔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그중 한 명이 철창에 손을 건 채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 누구에요? 왜 여기 있어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라며 술이 확 깬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아저씨! 도와주세요. 저 안에 누구있어요? 아저씨는 누구고요"라며 읍소했다. 동아일보 경찰출입기자였다. 창살에 건 손을 보자 손이 온통 부르터 있었고 피까지 흐르는 게 안쓰러웠다. 특종의 최대의 적은 측은지심이라 했던가. 결국 10년은 어려보이는 그 기자에게 내 신분과 상황 설명을 해줬다. 결국 정찬의 대마초 사건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스포츠투데이와 동아일보가 아침자 특종으로 보도했다.

#에피소드2-찜질방에서 결혼 특종을 낚다

2000년대 초 대형 찜질방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주말이면 찜질방에서 삶은 계란과 식혜 그리고 미역국을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주중에 함께 술을 먹던 사람들을 꼬셔 주말이면 찜질방에서 '몸을 만들던 시절'이었다. 하루는 홀로 하림각이라는 대형 찜질방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덮은 채 목침을 베고 잠을 자려고 할 때였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연인들의 소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시절 타령 온갖 소음에 찜질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이것을 '칵테일 효과'라고 하던가? 아무리 소음이 가득해도 자신의 이름이나 연관된 대화내용만 집중하게 된다는... 대여섯 명의 아줌마 무리들 속에서 "이번에 우리 딸이 아나운서랑 결혼하잖아"라는 소음이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누워있는 자세를 바꾸는 척하며 목침을 지렛대삼아 조금씩 다가갔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여고 동창생 모임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했다.

"우리 딸이 MBC 아나운서랑 결혼하잖아. 얼마나 듬직한지 몰라. 우리 딸이 연기자인데 연극 공연을 함께 보다가 사귄 모양이야. 조만간 양가가 만나 결혼하기로 했어. 그런데 이게 언론에 알려지면 때가 탈수도 있으니까 너희들만 알고 있어. 두 사람은 언론에 보도되도 서로 부인하기로 했나봐"

결혼 특종이었다. 이들은 실제로 결혼했으나 서로 성격차로 이혼을 했기에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한다. 곧바로 데스크에 보고를 했다. 물론 찜질방에서 들은 이야기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스크는 "그게 말이 되냐? 맨날 술집 작부 역할이나 맡는데 아나운서가 미쳤냐?"라며 믿지 않았다. 여러번의 설득 끝에 이 아무도 믿지 않은 두 사람의 결혼을 전제로 한 열애 특종을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스포츠지의 열애 기사의 신뢰도가 그다지 높지 않던 시절이라 타 매체 기자들은 "대오형! 형 회사에서 많이 쪼아요? 말도 안 되는 그런 기사를 쓰고..."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운이 없는 것도 능력이 없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 '찜질방 특종'은 '하늘이 내려준 특종'임에 틀림없다.

#에피소드3-기사를 쓸 수 없으면 중계를 해라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심은하를 취재할 때였다. 2000년대 초 결혼을 앞둔 남자와 파경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우면산 자락에 있는 그녀의 전원주택으로 연예기자와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취재진들이 집결했다. 서로 조를 이뤄 정문을 지키고, 뒷산에 올라 퇴로를 차단하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집 앞 정문을 두드리고 뒷산에 올라 ENG 카메라로 내부를 불법으로 촬영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심은하의 가족들을 압박했다.

결국 이를 참다못한 가족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보안회사에 연락해 취재진과 대치 국면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뒷산에 올라간 취재진들을 끌어내고, 보안회사 직원은 대문을 두드리지 못하도록 취재진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밤 8시가 넘은 시간, 더욱 다급해진 것은 스포츠지 기자들이었다. 마감시간에 쫒기고 있었다. 이것은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나다를까 데스크는 휴대전화로 필자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취재진과 경찰 그리고 보안업체가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상황에서 필자 홀로 벗어나 데스크에게 보고를 할 수도 없었고, 보고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현장 상황을 핸드폰으로 그대로 중계해 데스크가 판단하게끔 했다. 당시 스피커폰이라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마치 경찰과 싸우면서 언쟁하는 듯 현장 상황을 데스크에게 간접 보고했다. 그렇게 10여 분간 벌어진 한바탕 소동을 그대로 중계했다. 어느 정도 양측이 진정된 후 데스크로부터 "고생했다. 집에 들어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상황 파악을 할 수 없어 야근기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고생했네. 여기까지 현장 상황이 그대로 전해지더라. 여기에서 다 정리해서 기사 작성했으니까 걱정하지마. 거참, 나도 스피커폰 사야겠다"라며 나를 부러웠다. 다음날 다른 신문들의 제목과는 달리 현장 상황에 고스란히 담긴 '파경 심은하 자택...경찰 출동 소동'이 1면을 장식했다.

요즘 파파라치 취재방식을 앞세운 매체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나 공익성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연예언론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생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필자는 파파라치식 취재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연예언론과 연예인의 적대적 관계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연예보도에 대해 연예기획사의 보도자료나 받아쓰고, 연예인의 입장만 옹호한다는 비판어린 시선도 있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을 다뤄야 하는 숙명 속에 연예기자는 놓여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누워있던 80대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날만큼 경천동지할 특종을 만들어 가고 있고, 하늘에서 그런 특종이 툭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천상 필자는 연예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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