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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 맺힌 4대강 취재기 그리고 새로운 제안
[10만인리포트] 김병기의 두 바퀴 2

13.08.28 16:14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 지난 2008년 추석연휴(9. 22~26) 동안 대운하의 필요성 홍보를 위해 '한반도 큰물길 자전거 탐방'을 진행했던 당시 이재오 의원의 모습.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가 진짜 따라와요? 조중동이면 환영인데. 뭐 그쪽 사람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이런 거 못하겠지만. 추석인데 <오마이뉴스>도 그냥 집에서 쉬세요. 모처럼 우리 의원님이 추석도 반납하고 고생하시는데, 수포로 만들지 마시고요."

꼭 6년 전 이맘 때였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당시 사회부 박상규 기자와 함께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이재오 의원의 자전거를 추격했습니다. 물론 우리도 추석 연휴를 반납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4박 5일 동안 낙동강-한강 물길 560km를 달리면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으로 세몰이하는 이 의원 일행을 뒤쫓았습니다. 

4대강 추격전 

부산 을숙도 공원에서 시작한 추격전. 쫓기는 자들은 보호 헬멧과 몸에 딱 들어붙는 쫄 바지를 입었던 반면, 쫓는 자들은 동네를 한바퀴 돌 때나 입는 허름한 반바지 패션이었습니다. 쫓기는 자들은 몇 달 전부터 치밀하게 라이딩 노선을 그렸고, 쫓는 자들은 바로 10미터 앞의 노선조차 몰랐습니다. 반면 쫓는 자들은 카메라, 캠코더, 취재수첩 등의 무기를 장착하고 페달을 밟았습니다. 20-30km 속도로 달리면서 이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안장 위에서 폰카로 사진 찍고 몇 줄 써서 편집국 기자에게 날렸습니다. 이른바 핸드폰 문자 생중계였습니다. 

4박 5일간의 악몽의 동행 취재가 끝난 뒤 박상규 기자가 쓴 기사 후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새벽,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뜰 때마다 그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졸음을 쫓을 때면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한숨을 토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이미 다 까져 쓰라린 사타구니를 다시 자전거 안장에 얹을 때마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중략) 이 의원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4박 5일 동안 10시간도 자지 못했다." 

저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06년 여름,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운하의 나라인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 힐폴슈타인 갑문에 서서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듬해 3월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날아갔습니다. 몇 달 전에 이 후보가 다니면서 우리나라도 운하를 건설하면 국운 융성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대언론 홍보전을 벌였던 곳을 쫓았습니다. 그가 만나 브리핑을 받았던 독일과 네덜란드 관계자들을 다시 만나 확인 취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이명박 후보의 장밋빛 공약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한때 번영을 누렸던 운하의 도시들은 도로와 항공 교통이 발달하면서 쇄락해갔고, 운하에 갇혀 썩어가는 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여론의 역풍이 거세자 (이재오 의원과의 자전거 추격전이 벌인지 석 달 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1호 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를 공약집 구석에 처박은 채 선거를 치렀습니다. 수세에 몰린 이 후보는 국민의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한 뒤에 한반도대운하 공약 실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약속을 어기고 집권 초기 불도저처럼 대운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촛불에 데여 또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떨궜지요.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만 바뀐채 추진되었습니다. 

이명박 후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이었던 이재오 의원은 자전거 투어 둘째 날 대구 다람재 고개 위에서 잠시 쉬면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가리키며 "전국의 하천을 모두 손 봐야 한다"면서 "버려진 강이고, 쓸모없는 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를 개조해서 국운 융성의 전기로 삼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떤가요? 

▲ 낙동강 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가 촬영한 합천보 인근의 황강 합류지. ⓒ 낙동강 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

6년 뒤, 그 분의 뜻대로 4대강에 16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대못이 박혔습니다. 완공된 지 1년도 안돼서 물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4대강 댐이 터질까 걱정합니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지천 등에서 역행침식에 의해 다리가 폭삭 무너지고 있습니다. 주변 농지가 상습 침수되고 농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이 썩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대강 곳곳에서 걸쭉한 '녹조라떼'가 창궐했습니다. 시민들이 생명수인 상수원도 썩고 있습니다. 

멀쩡한 강을 '버려진 강'이라고 우겼던 자들은 식수로 사용하는 강을 버려놓았습니다. 최근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토건족들은 4대강에 곳곳에 빨대를 꽂은 채 단물을 쪽 빨아 먹고 튀었습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아니라 사실상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이명박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정황도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쫓는 자들은 그야말로 닭 쫒던 개 신세마냥 황망하게 지붕 위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제발, 수문이라도 빨리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착각입니다. 

4대강 막장 드라마의 주연은? 

여기서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진 4대강 막장 드라마 한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010년 12월8일 오후 4시15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찍은 영상물입니다. 

▲ 4대강 예산 5조2천억원이 포함된 2011년도 새해 예산안이 여당의 강행 처리 끝에 가결됐다.

ⓒ 오대양



그날, 4대강을 이 지경으로 만든 막장 드라마의 신호탄은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쏘아 올렸습니다. 

"다 나와!" "다 밀어!" 

외마디 외침에 이어 여당 국회의원들이 행동대원으로 나섰습니다. 3, 4명의 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했던 야당 의원들의 사지를 들고 한명씩 끌어내렸습니다. 그들은 의장석을 점령한 뒤에 불과 2분여만에 4대강 예산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행동 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총괄본부장이었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1등 공신인 이재오 의원은 한반도대운하 기획 단계에서 세몰이를 했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1등 공신인 김무성 의원은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얼마 전 감사원에서 이명박 청와대가 한반도대운하를 염두에 둔 4대강 사업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박근혜 청와대는 '국민을 속였다'고 발끈했습니다. 하지만 국민 앞에 고개부터 숙였어야 합니다. 4대강 예산안이 통과되던 날, 친박 의원들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날치기는 성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이 막장드라마의 순간에 자리를 피했다 해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4대강 도적이야!'라고 외칠 때 이를 저지할 막강한 힘을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했습니다. 침묵은 비겁한 동조입니다. 정부가 구성하려고 했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아직도 위원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지 아닐까요? 

4대강 살리기 '시민촛불지도' 프로젝트

저는 지난 6년간 한반도대운하에 미쳐있었습니다. 2008년 4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국격을 갖춘' 미국으로 날아가 운하로 인해 홍수가 빈발한 미시시피강을 목격했습니다. 한때 번성했던 운하의 도시 세인트루이스의 검은 거리와 카지노로 바꾼 대형 유람선이 텅 비어있는 것을 취재했습니다. 2011년 1월에는 일본으로 날아가 썩어가는 댐의 물을 살리기 위해 큐슈 구마모토 현 아라세댐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틈만 나면 자전거와 경운기를 타고 4대강을 다니면서 죽어가는 4대강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심지어 낙동강에 뗏목을 띄워놓고 생중계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6년 전, 그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4대강 강줄기를 따라 다시 페달을 밟고 싶습니다. 다시 흘러야 하는 강물처럼 자전거를 타고 바람결을 따라 흐르고 싶습니다. 녹조로 가득 찬 수심 6m가 아니라 아랫물과 윗물이 마구 부둥켜 안은채 흐르는 생명의 강을 따라 자전거와 함께 두 바퀴로 뒹굴고 싶습니다. 4대강 콘크리트 말뚝을 뽑아버리고 싶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추격전의 종지부를 찍고 싶습니다......

아, 이건 어떨까요? 그동안 제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아직 실행해 보지 못한 계획인데, 10만인클럽 회원들께 공개해 봅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시민 촛불 지도' 프로젝트! 

4대강 사업 구간을 모두 이으면 총 3000킬로미터인데요. 우선 오마이뉴스 본지에 4대강 지도를 만듭니다. 그리고 1킬로미터 간격으로 4대강 살리기의 염원을 가진 시민들에게 분양 신청을 받습니다.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구간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실명과 동시에 사연이나 염원이 담긴 메시지를 입력해도 됩니다) 분양된 구간에는 디지털 촛불이 켜집니다.

그렇게 총 3000명의 4대강 지킴이들이 모이면, 한편의 멋진 '4대강 살리기 지도'가 완성되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3000킬로미터의 강줄기가 끊기지 않고 활활 타오르면 4대강은 새로운 기운을 부여받아 소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 봅니다. 

네, 이것이 당장 현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국가의 폭력에 맞서 진실에 눈감은 채 살지 않고, 그것이 가장 나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한 행동이라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떠신가요?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후원해주고 계신 10만인클럽 회원님, 그리고 죽어가는 4대강을 보며 가슴을 치고 계신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 촛불의 눈물 30일 새벽 경찰병력이 강제철거했던 서울 덕수궁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 많은 시민들이 다시 몰려 들어 조문을 재개하고 있는 가운데, 밤늦은 시간 시민분향소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앞에서 한 시민이 맨손으로 촛불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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