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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표]우리 모두는 소중한 국민
자유시간(jinaiou) 2021.03.31 22:08 조회 : 1013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글을 썩 잘쓰는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피드백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그렇지만 가끔가다 댓글이 달리면 정말 신나게 답글을 달아드린다. 맥이 빠지는 건 아주 가끔 달리는 댓글조차도 광고성 댓글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런 댓글조차도 삭제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한다. 외로우면 곤충조차도 그립다는 데 정말 그 꼴이다. 언젠가는 내가 쓴 글에 댓글이 많이 달려서 나름 신나게 답글을 달아드리는 그날이 다시 도래하길 나는 바란다.



그런데 정말 언젠가 한번 제대로 댓글이 달렸다. 내 글에 반론을 펴면서 실날하게 내 글을 비판하는 댓글이었다. 기억으로는 그때 의협회장에 대한 비판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글의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자신을 의대생이라고 밝힌 그 사람은 내 글에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나는 그 댓글에 나름 성의껏 답글을 달았다. 내가 답글을 달면 또 그 의대생이 댓글을 달고, 이러기를 몇번 반복한 거 같다.



점점 서로의 자세에 대해 진중함을 느껴서인지 나도 그렇고 그 의대생도 그렇고 매우 진중해졌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 실수(?)로 그 댓글 놀이는 막을 내리게 됐다. 나는 평소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말을 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말만 하면 꼭 사람들이 화를 냈는데, 그때도 잘 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매번 하는 그 말실수를 해버렸다.



내가 가끔 하는 말이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아래 사람없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당신도 노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할 때가 있다. 이 말을 하는 저의는 노숙자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환경에 따라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정도면 표현력에 비해 해설이 월등한 셈일까.



어찌됐건 그 날도 의대생한테 당신도 노숙자가 될 수 있다고 댓글을 다니, 그 의대생이 미쳐 널부러졌던 거 같다. 이성을 잃은 듯, 막말을 써놓은 것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건 그렇고, 난 또 직장이 없을 때 공사현장에서 막일을 종종하곤 했다. 물론 현재는 직장이 없고 코로나 때문에 거의 반백수 상태로 지내고 있다. 언젠가 한번 점심시간에 같은 현장에 나간 분들과 식사를 하고 나름 토론을 했다.



그런데 그때 나름 진중한 얘기들이 오고갔다. 그런데 그만 그 판을 내가 또 깨 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팔다리 있는데 왜 노숙자가 되냐며 화를 내며 자리를 일어나시는 거다. 내 실수다. 몇번의 경험을 통해서 그 말이 판을 깨는데 최적의 말인걸 알면서 그렇게 말을 했으니, 나쁜 머리와 경솔함을 탓해야 할 거다.



그런데 사람은 착각의 동물이다. 내가 누군가보다 낫다고 우월의식이 생김과 동시에 그 누군가에 나는 열등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는 걸 간과하는 거 같다. 아니 똑같은 사람인데, 누구보다 내가 무엇인가를 못하는 건 있을 지 몰라도, 누구보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를 규정짓는 거, 누군가보다 내가 낫다라고 생각하는 거, 그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강남권, 비강남권, 부잣집 자제분, 가난한 아이들, 철거민, 이렇게 규정해버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고, 그 발상이 생기는 자체가 아직 덜 여물어서가 아닐까. 누군가를 규정짓는 건 매우 위험하다. 특히 내가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갖는 순간 나는 그 누군가에겐 열등한 존재라는 걸 인정해버리는 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잘 사는 사람들 인정해줘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도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모두 똑같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도 깊이 새겨야 한다. 우리모두는 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그 가치만은 지켜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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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신 (cacer56) | 2021.04.08 10:36:26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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