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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기] 큰빗이끼벌레를 먹은 '괴물 기자'된 사연
누구나 행복해지는 그날까지(e-2580) 2014.07.13 10:13 조회 : 40008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충남 공주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김종술입니다.

2009년부터 6년째 4대강(금강)을 취재하고 있는 저는 지난 6월 16일 양일간 금강 변에서 발견한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를 잡아 먹었습니다. 그 내용을 기사로 묶어서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에 보냈습니다. 그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영산강, 그리고 한강 등 이명박 정권이 삽질을 한 4대강 전역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습니다.

‘벌레’ 잡아먹은 ‘괴물 기자’?

혹시, 당황하셨나요? 흉칙한 벌레를 입에 넣은 괴물 같은 기자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처음으로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저도 처음 접하는 생명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름도 몰랐고 식물인지 동물인지조차 몰랐기에 환경전문가와 시민단체에 사진을 찍어 의뢰했는데 다들 모른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제가 마루타가 되어야겠다고 작정을 했습니다. 악취가 나는 그 물체가 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뿐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떨리는 손으로 주물렀습니다. 아무 이상이 없어서 팔에 문질러 봤습니다. 별 증상이 없어서 결국 맛까지 봤습니다. 그 뒤 온몸에 피부병처럼 발진이 생겼고, 두통이 일었습니다. 그 증상은 체질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텐데요, 제가 생각해도 참, 대책없는 기자입니다. 그만큼 절실했습니다.

이 기사가 보도된 뒤에 주변에서 저를 아는 분뿐만 아니라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분은 꼭 맛까지 볼 필요가 있었냐면서 질책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저는 제대로 이 사실을 알려야 했습니다. 흉측한 모양만 보고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출몰했다’는 식의 막연한 기사를 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금강에서 처음 발견한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라는 이름을 알아내기까지 이틀이 꼬박 걸렸습니다. 그리고 금강의 26개 지점에서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고, 4개 지점은 가슴까지 잠기는 물속까지 맨발로 들어가서 발에 밟히는 촉감으로 확인했습니다. 세종·공주·백제보 등 보 하류 1km 지점을 벗어난 구간에서 큰빗이끼벌레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유해성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기사가 노출되고 실시간 검색어와 실시간 이슈 1위까지 오르면서 지상파 3사와 TV 시사프로까지 많은 언론사가 주목했습니다. 처음으로 기사를 썼던 저도 큰빗이끼벌레를 어떻게 해서 찾게 되었는지, 현장을 보고 싶은데 동행을 해줄 수 있는지 등등 많은 분들의 부탁을 받아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최근 한달동안 집에 들어간 날은 단 하루뿐이었지만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곧바로 4대강 검증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정부도 흐지부지 입을 닫아 버렸습니다. 정부를 비판해왔던 환경단체들도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 역행침식, 세굴 등 반복적인 내용만 가지고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습니다. 4대강은 여전히 시름시름 앓으면서 질식해가고 있는데, 국민들에게서 잊혀져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시기에 이름도 생소하고 유속이 없는 저수지나 댐에서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 출현은 4대강을 잊어가는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그 몰골이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흉측한 모습이었습니다. 더욱이 굽이굽이 흐르던 금강에서의 출현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은 강이 아닌 호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유해성 없다던 정부도 ‘백기’

금강에 이어 영산강, 낙동강, 남한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도는 급상승했습니다. SMS에서도 유해성 공방이 벌어졌고, 벌레 이름을 ‘MB 벌레’라고 불러야 한다는 등 지난 정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못생겼다고 흉측하냐? 독성이 없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유해성 공방을 떠나 확실한 것은 전에는 강에 살지 않았던 이상한 벌레가 창궐하고 있고 그 이유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물이 정체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유해성이 없다고 주장해던 정부도 특별전담반을 만들면서 큰빗이끼벌레 퇴치에 나섰습니다.

사실 4대강 사업에 과도한 준설과 태곳적부터 흐르던 강이 보로 인해 막히면서 생기는 생태계의 변화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교란종보다는 확인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확인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고 합니다. 지금 금강에 창궐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를 보면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라는 영화를 떠올린다면 억지일까요?

무분별한 남획과 3·8선이 가로막히면서 백두산 호랑이와 곰 등의 야생동물의 통로가 사라졌고 우리는 늑대 복원과 함께 지리산 반달곰을 방사하여 적응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헌을 통해서만 사라진 야생동식물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가수가 불렀던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랫말처럼 지금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후손들은 아름다운 강의 모습을 책과 TV를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상상을 해봅니다.

지난 3월에 4대강을 돌아본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이자 석학으로 유명한 독일 칼수루에 대학교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세상에 모든 강은 흐르게 둬야 한다. 강의 생태계는 유속에 기대어 생명이 살아가는 곳인데 유속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지고 결국에는 죽음의 강으로 변한다"고 경고하면서 눈물 흘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발... 강의 숨통부터 터주세요

매일같이 4대강 현장에서 살아가는 기자는 "4대강 사업은 MB정권의 토건회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일을 했을 뿐이다"라는 전문가의 지적에 100%로 공감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 성장’이라고 우기면서 4대강 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고 비판론자들을 향해 ‘그럼, 대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그 때의 대안은 하루빨리 강을 그대로 두는 것이고, 지금의 대안은 수문이라도 열어서 강의 숨통을 터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4대강 현장의 변화하는 모습을 전달하겠습니다. 4대강을 살리는 힘은 온 국민들이 4대강의 폐해를 잊지 않는 데에서 나옵니다.

ps. 10만인클럽 :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를 특종보도한 김종술 기자를 주변 사람은 '금강의 요정'이라고 부릅니다. 얼굴은 험악(?)한테 금강의 물고기 떼죽음 사건을 특종보도한 뒤 그 수많은 생명의 주검들을 취재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고 주변의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랍니다. 2012년 금강의 물고기 떼죽음을 보도했을 당시에 그는 길이 136.5m, 무게 40kg인 씨메기의 주검을 발견해 4대강 사업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그는 죽어가는 금강을 안타까워하면서 매일 금강의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종술 기자가 부여군 장하리에서 발견한 대형메기. 이를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10만인클럽 나도동참 http://omn.kr/5g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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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소야 (soya313) | 2014.07.14 19:14:21
요정님 ㅠㅠ....응원합니다!

댓댓글

  • 댓댓글
    누구나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e-2580) l 14.07.14 20:51:01
    못생기고 배나온 요정도 있을까요? ㅎㅎㅎ 요정이란 표현이 제게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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