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게시판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 땅에 모든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터프가이 쩡(kaos80) 2014.06.12 15:44 조회 : 3126

먹먹한 마음에 몇 글자 올립니다.

오늘 아침, 사촌형의 묘에 다녀왔습니다. 어젯밤 사촌형의 꿈을 꿨다는 고모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둘이 자주 가던 길이라 고모와 수다를 떨며, 차를 몰아 도착한 묘. 매번 마음은 무거웠지만 웃으려 노력했습니니다. 근데 오늘은 좀....슬픕니다.

형의 묘, 어루만지고 잡초를 뽑던 고모가 혼잣말을 했습니다.

“편안히 잘 쉬고 있어. 나중에 내가 죽으면, 천국이 너무 좋아 먼저 떠난 네 마음을 알겠지. 나중에 만나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고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꽉 다물며, 참았습니다. 누구보다 울고 싶은 것은 고모일테니까요...

애써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산을 내려와 가까운 식당에 갔습니다. 평소 고모가 잘 알던 지인의 가게였습니다.

식당 안, 한 귀퉁이에 자를 잡고 앉았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전 잠시,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피우며,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마음과 달리 너무 화창합니다.

담배를 끄고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고모와 식당 주인아줌마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곁에 다가가 앉으며, 한참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가슴이 저립니다.

주인아줌마도 7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답니다. 그리고 이어진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셨답니다. 하지만 한동안 차도를 보이던 증세가 최근 다시 재발한 듯해 의욕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말하길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하는데 갈수록 뚜렷해지기만 한다. 가끔 사람들이 기분 풀어준다고 노래방을 끌고 가는데, 난 이게 아주 질색읻. 자식 먼저 보내놓고 춤추고 노래할 기분이 들겠냐. 불표를 믿지만 큰일을 겪어보니 부처고 하느님이고 다 없는 것 같다. 그냥 나 편하자고 믿는 거지”

기억을 더듬어 간략이 줄인 주인아줌마의 말입니다. 한참 대화를 하시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자니 목이 메어 밥이 제대로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하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식당 주인아줌마는 아주 오랜만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을 만난 게 반가운지 식당 밖까지 쫓아와 작별인사를 건넸습니다.

다시, 평범한 일상을 향해 달려가는 차 안에서 고모가 또 한 번, 혼잣말을 했습니다.

“사람들 말처럼 그게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 그러고 보면 자식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참 많어...”
사촌형이 떠난 뒤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모부가 걱정입니다. 혹시, 고모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올까 걱정입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더니...이 땅에 모든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첨 부 파 일

서울나들이(오기만47기) (35).JPG (2.41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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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담쟁이 (minifat) | 2014.06.13 08:32:35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침에 출근해서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이 글을 열어봅니다. 아프네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노란리본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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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원 (ca7206) | 2014.06.13 11:14:25
세월호이후로 노란리본의의미가 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남은분이더힘들겠지만 어쩝니까~ 그게현실인게. 참~

댓댓글

터프가이 쩡 (kaos80) | 2014.06.13 12:30:18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월호 유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잊지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위로한답시고 어쭙잖은 일을 벌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잊으라'는 말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으나 가끔은 가만히 진짜 가만히 있어야 할 때가 있는 듯합니다. 아픔을 겪은 분들에게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다그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울어야 마음 편히 떠나 보낼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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