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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오리에게는 아플 권리도 없는가"
박형숙(phs) 2014.02.26 17:42 조회 : 3505

인권연대에 실린 칼럼인데요. 좋은 글인것 같아 회원님들과 공유합니다.
AI에 감염된 오리들이 아플 시간도 없이 살처분되어야 하고, 또 감염되지 않았는데 확산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생매장된 280만 마리의 오리들....에게 인간으로써 참, 미안하고 달리 할말이 없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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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인간은 먹어야 한다. 먹지 않고 살 길은 없다. 먹는 행위가, 먹히는 음식이 생명의 원리를 구성한다. 제대로 먹어야 한다. 제대로 먹기 위해서라도 음식의 원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 음식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음식은 생명 유지의 근간이지만, 먹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긴요하지만,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현대인들 상당수에게 음식은 그저 상품이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생산 과정을 모른 채 그저 소비하기만 한다. 자연 또는 생명 원리는 성찰하지 못한 채 음식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물질로 생각한다. 음식 소비자는 적은 돈으로 많은 음식을 사려하고, 음식 생산자는 적은 돈으로 많은 음식을 팔려 한다.

이런 두 가지 욕망이 만나서 음식의 대량생산 체제가 이루어진다. 음식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려면 음식을 표준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원료가 되는 농축산물도 균일해진다. 식물 종자의 다양성도 급격히 사라져간다. 생산성이 높은 감자, 큰 옥수수, 달콤한 토마토를 생산하는 종자만 살아남고,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해온 토종 종자들은 사라진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이 비슷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음식이 무기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음식을 돈으로 치환하기 위해 논밭에서, 목장에서, 공장에서 적은 돈으로 많이 생산하기 위한 각종 조작이 가해진다.

겉보기에는 파릇파릇한 채소도 실상은 유해하게 키워지는 경우가 많다. 속성 재배, 대량 생산을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비료와 농약이 사용된다. 식물의 종자 자체를 유전적으로 조작하기도 한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생명체)가 우리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되었다. 가령 한국에서는 2002년에 GM 옥수수(NK603)가 식용으로 승인되었고, 2011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소비되는 식용 GM 옥수수의 비율이 49%에 이른다. 게다가 사료용으로 도입된 GM 옥수수의 종자가 운송 과정에 유출되어 우리 땅 곳곳에서 자라면서 자연산 옥수수로 둔갑되는 경우도 이미 여러 군데라고 한다. 2009년도에는 GMO(주로 옥수수, 그리고 면화, 유채 등)가 전국 26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GM 식품이 생명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다각도로 연구되어 왔다. 물론 GM 옥수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대체로 권력과 이해관계에 얽힌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라는 사실이다. 정말로 당장은 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억 년 이상 진화해온 유전적 질서를 강력한 제초제를 견디면서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단박에 조작해낸 식물이 과연 얼마나 생명적일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대량 생산이 당장의 배고픔은 해결해주지 않으냐고만 말하기에는 대지에서 나는 식물과 음식조차 기업가의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 현실이 더 슬프고 두렵다.


농가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사진 출처 - 한겨레

어디 채소뿐이던가. 옥수수뿐이던가. 이익을 위해서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 사료를 먹이기까지 한다. 속성으로 체중을 키워 더 많이 팔기 위해서다. 소는 자연 상태에서 5년여 성장한 뒤 25년 정도를 살지만, 실제로는 각종 성장촉진제로 인해 1년 안에 ‘성장되고’ 3년 이내에 ‘도축 당한다’. 수유 기간이 긴 젖소는 거의 평생을 우리에 갇혀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당하면서 오로지 젖을 생산하다가 임신이 불가능한 시기가 오면 도축된다. (그런 사실을 생각하면 우유를 먹기도 정말 미안하고 민망하다.)

자연 수명이 14-15년 정도인 돼지는 5-6개월 정도면 삶을 마감하고, 자연 수명이 20년을 넘는 닭의 실제 수명은 3개월 미만이다. 오로지 인간이 만든 사료를 먹고 알을 생산하고 고기로 키워지기 위해 A4 종이 한 장만도 못한 공간 안에 갇혀 산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돼지와 닭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어디선가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했다 싶으면, 주변에 있는 멀쩡한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하다못해 아파볼 권리조차 가지지 못한 채 생매장 형식으로 살처분된다. 2003년 528만 5000마리, 2008년 1020만 4000마리, 2010년 647만 7000마리가 발병하지도 않았는데 살처분 당했다. 2014년 2월 6일 기준으로 실제로 AI에 감염된 가금류는 121마리뿐인데도, AI의 확산을 예방한다며 280여만 마리를 땅 속에 생매장했다. 짐승을 도축하는 도축 과정의 반생명적 폭력은 더 말해 무엇 하랴. 정말 인간에게 그럴 권리가 있기나 한 것일까.

이 모든 일들은 생산자나 소비자나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 논리에만 따르다보니 벌어지는 반생명적 폭력들이다. 음식을 이윤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생명 현상을 돈으로 치환하려는 폭력적 욕망에서 반생명적 조작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음식 속에 얼마나 많은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역으로 음식의 사회적 생명성을 회복해내야 하는 개인적 행동과 국가적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돌아보게 해준다.

닭과 오리에게는 아플 권리도 없다는 말인가. 생명체의 아플 권리조차 빼앗을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근본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이찬수 위원은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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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스패밀리 (pooh33po) | 2014.03.14 17:43:15
어느해 부터인가 생명들이 살처분되는 광경을 보아오면서
언제까지 이 미친짓을 계속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돌이표의 무한반복.
어느 순간에는 사람에게도 같은짓을 하면서도 무감각해지는 때가 오지않을까-벌써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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