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게시판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취재 후기]희망의 밀양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누구나 행복해지는 그날까지(e-2580) 2014.02.04 18:09 조회 : 5773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충남 공주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김종술입니다.

4대강(금강)을 취재하던 저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상근·시민기자와 동행해서 45일 정도 송전탑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겪는 밀양 어르신들을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내용을 기사로 묶어서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로 쏘아올렸는데요, 혹시 보셨나요?

우선 떠나기 전 알았던 밀양과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본 밀양은 많이 달랐습니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평생 허리가 휘도록 호미로 가꾼 재산을 지키려는 어르신들의 몸부림은 처절했습니다.

우리나라 3대 누각의 하나로 꼽히는 밀양 영남루(보물 제147호)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려가는 랜드마크입니다. 강 건너편 송전탑 때문에 목숨을 잃고도 장례도 치르지 못한 분을 위한 시민분향소가 비닐로 이슬만 가려진 채 경찰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밀양의 어르신들은 매일같이 전쟁을 치렀습니다. 송전탑 공사를 하는 한전 작업자의 교대 시간인 오전 7시에 공사를 저지하려고 새벽 6시쯤 지팡이를 들고 나와서 경찰과 몸싸움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뒤에도 움막을 지키며 한전의 작업 차량을 막고 계십니다. 오후 2시경에 또다시 전쟁이 터집니다. 한전의 작업 교대자들이 오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두번의 전쟁과 움막 안에서의 경계를 마치고 어둑해지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의 뒷모습.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았습니다.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송전탑 예정 부지 곳곳에서도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움막 안에는 최후의 결전을 위해 쇠사슬을 걸어놓고, 움막 앞에는 무덤을 파놓았습니다. 경찰과 한전 직원들이 언제 들이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가슴을 졸이고 있습니다. 경찰과의 몸싸움에서 간혹 다치기도 하는데, 자식들이 걱정할 것 같아서 병원에 가는 것도 꺼리고 있습니다.

밀양에서 제가 누님이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냈던 분은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가 차량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늘 술을 마시고 담배를 손에 쥐고서 현장에 나오시던 어르신도 젊은 경찰과 몸싸움을 하면서 갈비뼈가 부러졌습니다. 제가 '아버님'이라고 불렀던 분입니다.

저도 기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지라,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사연을 듣고 보면서 분노도 많이 했습니다. 또 한 누리꾼이 제 기사의 댓글로 "자기들도 전기를 쓰면서 반대한다"며 "전기를 끊어 버려라"라고 비판한 것을 보았을 때 울화통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만한 게 있다면 주민들의 격려입니다. 한 주민이 모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에는 좀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밀양 시민은 "밀양의 소식을 전파한 언론사 중에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가장 많았고 정확했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사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50여일동안 밀양강 둔치에 위태롭게 서있던 분향소 문제는 원만하게 마무리됐습니다. 또 밀양시장이 분향소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락하면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밀양전쟁터에서 지금까지 얻어터지고 피 흘리면서 싸워왔던 주민들이 얻은 개가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준 취재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도심에 살면서 초고압 송전탑이 실어 나른 전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펑펑 써왔습니다. 그 전기에 제2, 제3의 밀양 할매들의 눈물이 섞여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또 국책사업이라는 미명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강을 망쳤는데, 송전탑은 시골 주민들을 삶터에서 내쫓고 그들의 삶까지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습니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국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극심했습니다.

사실 가장 큰 깨달음은 '연대'의 소중함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밀양을 방문했던 희망버스 승객들은 어르신들의 희망이었습니다. 밀양리포트 취재를 마치고 떠나오는 저의 발걸음이 그나마 가벼웠던 것은 시내를 가득 메운 그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희망버스에 탑승하지 않았지만 먼 곳에서 밀양 할매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10만인 클럽 회원 여러분,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여행지로 밀양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밀양은 시내만 벗어나면 생태 1~2등급 지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입니다. 감·대추·밤·사과도 참 맛있습니다. 물이 좋아서인지 막걸리도 맛있습니다.

송전탑 공사장으로 향하는 곳에 설치된 움막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곳엔 우리의 할매·할배가 여러분을 따뜻하게 반겨 줄 겁니다. 그리고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따뜻하고 향기가 진한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잘만 하신다면 덤으로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밀양에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의 관심만이 밀양의 겨울을 녹이고 꽃을 피울 것입니다. 굵직한 뉴스가 아니더라도 지치지 않고 사회의 약자를 위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관심 놓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전 할매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PS. 밀양에서 저는 '다람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지난 27일 1박2일 동안 경찰에 둘려 쌓여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무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저를 보고 한 학생이 사진을 찍었는데요, 이 사진을 동봉합니다.

첨 부 파 일

김종.jpg (56.29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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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단한나쵸 (fall1228d) | 2014.02.05 11:36:13
저도 작년에 밀양에 한번 다녀오고나서부터는 밀양 기사 볼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응원하는 마음만 있지 딱히 도움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네요ㅠ
밀양 어르신들, 그리고 김종술기자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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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minifat) | 2014.02.05 14:31:52
김종술 기자님, 넘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를 함께 진행했던 정대희 기자님도요. 감사드립니다. 전쟁터에 있는 밀양 할매들이 빨리 평화로운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오기를 함께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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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이 (gptmd37) | 2014.02.05 15:04:33
저도 지난 5월 밀양 희망 버스에 올랐다가, 어르신들이 차려주신 아침상을 먹어보았는데요. 정말 맛있어서, 이른 아침인데도 두 공기를 거뜬히 먹었습니다. 특히 야채가 참 아삭하니 맛있더라고요.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마을이 다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가,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도 좋아지더라고요. 원래 그런 곳이었을텐데... 어르신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8년 째 어그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아픕니다. 리포트 정말 감사하게 잘 봤습니다... 또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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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e-2580) l 14.02.05 20:36:42
    헐 섬섬이님 그렇게 맛난 식사만 하고 오셨어요 ㅎㅎ 섬섬이님의 응원에 용기를 얻겠습니다.
  • 댓댓글
    최충원 (ca7206) l 14.02.10 11:12:11
    마음은굴뚝같은데입이포도청이라...행동으로옮기신
    그맘이 부럽습니다...우리민주주의를위해힘쓰셨내요.
동글동글 (phs) | 2014.02.10 12:28:49
다람쥐 기자...밀양에 딱어울리는 닉네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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