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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일기]생애 첫 일인시위 만감
박형숙(phs) 2014.01.21 18:00 조회 : 7534

제목 그대로 태어나 처음으로 일인시위란 걸 해봤다.
(기자로서 나는 그동안 일인시위자들을 취재만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가카는 알고 계시겠죠?
만민공동회 속터지는 시민을 대표해서"
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12월 20일 정봉주 전 의원이 시작했으니 꼭 한달이 되는 날, 나의 순서가 되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삼성역(2호선 4번출구)으로 나와 좌측 골목 빌딩 2층.
학림프린트라는 사무실 문앞에 세워진 피켓을 들고 바로 맞은편 MB 사무실이 있는 '슈페리어 타워'(맨아래 사진) 앞에서 서 있으면 된다. 살짝 외진 감이 있어 큰 대로로 나와서 서 있기도 했다.

떨렸다. 일인시위의 쑥스러움을 물리칠만큼 추웠다.
그래도 거리를 오가는 강남시민들과 아이컨텍을 시도했다.
내가 들고 있는 피켓으로 눈길을 돌리는 분들이 참 고마웠다.
"추운데 고생한다"는 말을 건낼 때는 완전 감동이었다.
타인의 작은 행동이 이리 눈물겹다니.

제길, 그래도 춥다. 피켓을 더 위로 들고 얼굴을 가렸다. 바람막이.
그리고 눈을 감았다. 배워둔 단전호흡을 시도했다. 덜 추울라나 해서.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
가장 먼저 스친 건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
잠시 몇분이 이리 지루하고 추운데 그분들은 8년을 하고 계신다.
쌍차를 비롯해 또 거리에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순차적으로 지나갔다.
저만치서 가판에 가죽장갑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도 안쓰러웠다.

그 때였다.
"저...."
피켓을 내리고 눈을 떴다.
40대로 보이는 한 직장남이 말을 건다.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
"아 그러세요. 여기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인데 그 앞에서....."
사정 설명을 할라니 "알고 있어요" 한다.
출근길 오가다가 나같이 일인시위하고 있는 분들을 봤다고 한다.
그 때는 바빠서 사진을 못찍었다면서 지금 찍으려고 한단다.
피켓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낼거라면서.
와우~ 이정도면 오늘 작업은 성공!
나의 인증샷도 부탁드렸다.
(아래의 사진은 그 남자분이 찍어준거다.)
그런 뒤로 지나가는 중년남들의 "고생하신다"는 말을 꽤 들었다.
일인시위자가 '여성'이어서일까? ㅋㅋ

불현듯, 떠오른 말....
"나는 모든 이들과 먼 친척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라던 '브래들리 매닝'의 말.
거대한 국가의 폭력에 맞서 미국의 전쟁 범죄 진실을 알린 25살의 미군 병사.
이라크 전쟁 사망자의 90% 이상이 민간인이라는 사실 등 매닝은 미국의 기밀문서를 폭로했다가 간첩죄 등 유죄를 받아 35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2010년 체포되기 전, 매닝은 마지막 채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사실들은 67억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거야.
누구에게나 미국의 손길이 닿아있기 때문이지.
나는 모든 이들이 먼 친척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워.
이 폭로를 통해 토론과 논쟁, 개혁이 있기를 바래.
그렇지 않다면, 노예로 사는 것이 우리 운명이겠지.
진실 없이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잖아.
은폐된 것은 모두에게 밝혀져야만 해."

내가 이날 고작 한 시간 남짓의 일인시위에서 이런 류의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대한의 추위 속 도시 한복판에 서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누군가의 한마디를 받고
누군가에게 시선을 던지는
그 사사로운 교감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네'라는 작은 공부가 있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추신: 춘삼월 '3.15 부정선거' 기념일까지는 릴레이 일인시위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아직까지는 휴일 빼고는 평일 시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이후 1월말, 2월에는 빈 날이 많네요). 참여를 원하시는 10만인클럽 회원님은 요기를 클릭! http://cafe.daum.net/yogicflying/CiLE/650


첨 부 파 일

사진[1].jpg (205.13 KB), 일인시위.jpg (131.62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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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bulgom (bulgom) | 2014.01.22 15:45:23
겨울 1인 시위엔 장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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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seo012) | 2014.01.22 20:12:17
어이구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밑에분 말씀처럼 장갑이라도 끼시지.....

댓댓글

첩첩산중 (baeminwha) | 2014.01.22 21:02:23
올해 복 좀 받으시겠음다~댓글년처럼 칭칭감고 하삼~

댓댓글

거친남자 (friday76) | 2014.01.23 15:03:06
추우셨을텐데 고생많으셨습니다.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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