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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권은희 수사과장이 뽑은 '올해의 인물'은?
병든타조(235jun) 2014.01.13 20:43 조회 : 11512

안녕하세요. 사회팀장을 맡고 있는 최경준 기자입니다.

언론보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오마이뉴스>가 201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권은희(41)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 9일 승진에서 탈락했습니다.

고시 출신들이 총경까지는 대부분 무난히 승진했다는 과거 전례를 감안하면 권 과장의 탈락은 이례적인데요. 반면 권 과장의 후배인 여 경정 3명은 총경이 됐습니다. '여경 관리자 확대'라는 경철청의 명분에서 권 과장은 제외된 것입니다. 권 과장은 후배인 이들 총경에게 지위상 존칭을 써야하는데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총경 승진에서 탈락한 권 과장이 계급정년을 맞게 됐다는 것이죠. 다음 승진에서도 탈락하게 되면 4년 뒤에는 퇴직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셈입니다.

"승진 탈락이요? 할 말 없습니다."

지난 2일 '올해의 인물' 상패를 전달하기 위해서 권은희 과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상패를 전달하고 식사를 하면서 승진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요. 평소 공직자로서의 언행에 극도로 조심성을 보이는 권 과장의 요청(오프더레코드)으로 당시 대화를 이 자리에 옮길 수는 없지만, 그 역시 은근히 승진을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경찰이 철저한 계급 조직이라는 점에서 승진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권 과장이 승진을 원했던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듯합니다. 만약 승진이 되지 않으면 또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겠지요. 그런 것이 공직에만 충실하고 싶은 권 과장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 당시 "경찰 윗선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를 축소·은폐했다"고 폭로했던 권은희 과장. 이후 청문회 등에서 소신 발언을 하면서 이른바 '스타 경찰'로 떠올랐는데요. 이젠 동네 약국 아저씨까지 자신을 알아보며 인사를 건네는 유명인사가 됐지만, 공직자의 사적인 내용까지 '민낯' 그대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사회팀장인) 저는 지난 10일 경찰 담당인 강민수 기자를 급히 송파경찰서로 보내야 했습니다. '승진 탈락'에 대한 권은희 과장의 소감을 묻기 위해서였는데요. '뉴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잔인(?)해져야 하는 저희들의 '업보'이지요.

예상대로 권 과장은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사무실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강민수 기자가 그에게서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말은 "할 말 없습니다"가 전부였는데요. 물론 권 과장은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당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지만, 그 역시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권 과장이 뽑은 올해의 인물은 '교황'

다시 권은희 과장에게 '올해의 인물' 상패를 전달했던 날로 돌아가겠습니다. 그 때도 권 과장에게서 이렇다 할 특별한 소감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권 과장은 이미 <리영희 재단>의 제1회 리영희 상, 참여연대의 '의인상',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수상했는데요. 제가 전달한 상패를 받아들더니 "우와, 진짜 멋있다. 리영희 상 트로피 다음으로 멋진 것 같아요"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소녀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상패를 가슴에 꼭 품은 채 돌아서는 모습에서 그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이후 함께 식사를 했던 계장님께 부탁을 드려 기념 촬영을 했는데요. 외부에 공개될 사진도 아닌데, "예쁘게 나와야 한다"면서 몇 번이고 배경과 자세를 바꿔 재촬영을 하더군요. 국정감사장이나 청문회장, 그리고 TV 모니터에서 봤던 권 과장의 다부진 이미지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뽑은 '올해의 인물'에게 '올해의 인물'은 누구일까요? 식사 도중에 "권은희가 뽑은 '올해의 인물'은 누구냐"고 물었더니, 프란체스코 교황을 꼽더군요. 본인이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교황의 삶 자체를 존경한다면서요. 특히 권 과장은 공동체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은 공동체의 붕괴에서 시작됐고, 따라서 공동체 사회를 복원시켜야 국민들이 편안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인데요. 그래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도 박경리의 <토지>라고 합니다.

"서로 만나고 연대하는 게 가장 인간적인 것"

권 과장은 "(식민지 시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토지를 읽고 바뀌었다. (식민 시대에) 다양한 삶들 속에서 각자 무엇을 느끼고 후회하는지, 무엇이 옳은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소설이지만 크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제가 부족한 게 공동체 삶이다. 식민지 시대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게 공동체의 힘이었다. 농촌공동체, 한 마을이지 않나. 공동체 삶과 끊어지지 않는 유대 관계가 저 가혹한 시대를 이겨내게 했다. 우리 사회도 공동체 관계를 회복해야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

권 과장을 직접 만나고 보니, 그가 독하고 완벽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토지>의 '최서희'를 닮은 것은 아닐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권 과장은 "토지를 읽을 때 최씨 가문의 흥망성쇠에만 집중하면 책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 한다"면서 "제대로 읽으려면, 식민 시대 우리들의 삶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권 과장은 '용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더군요.

"대하소설이 그렇지 않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토지를 읽으면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 '용이'라고 생각했다. '용이'가 식민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식민 시대에 (우리가) 잃은 게 뭐냐고 하는 데, 그건 인간들의 유대라고 생각한다. 개개인들이 단절 되고, 무관심해지고, 정치는 나도 모른다는 식으로 애써 표현하면서 단절이 되는 게 식민지 시대의 가장 큰 폐해라고..."

배운 것이 많지 않은 그저 잘 생기고 일 잘하는 농군 '용이'. 하지만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용이'. 평생 무당의 딸 월선이만을 사랑했던 '용이'를 권 과장은 식민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상으로 뽑은 것이죠. 그러면서 권 과장은 "서로 안 만나는 것보다는 계속 만나고 그 만남의 깊이를 더 해 가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과장이 올해 만들어갈 '만남과 연대'... 그 인간적인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권 과장과 헤어지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 더 많은 얘기를 하기로 약속하고...

[나도 동참] 잘한다 오마이뉴스, 더 잘해라!! <10만인클럽> http://omn.kr/6f9l

첨 부 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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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숙 (phs) | 2014.01.14 14:10:43
아 역시 보통분이 아니셨군요. 그 결기....토지 독법에서 그 일단이 드러나는군요. 지난 한해 당신으로 인해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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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100000_701) | 2014.01.15 10:08:51
올곧고 고운 마음... 감동입니다
늘 관심갖고 지켜드리겠습니다

댓댓글

최충원 (ca7206) | 2014.02.21 19:02:13
과묵할줄알았는데...소녀같으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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