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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 경찰서 옆 후암로 60길을 오르다 보면 남산 위에 있는 힐튼 호텔이 눈에 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주변의 고층 건물들보다도 한 층 더 커 보인다. 호텔에 가려면 후암로 60길을 따라가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언덕을 더 올라가야 한다. 호텔로 향하는 듯한 중국인들의 대화가 들린다. 대사관, 대기업 사무실이 있는 서울스퀘어와 남대문 경찰서, LG와 GS 건물 그리고 힐튼 호텔이 16채의 오래된 건물에 230 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후암로 60길 주변 쪽방촌을 둘러 쌓고 있다. 회화동 쪽방촌에는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붉은 벽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건물들이 많다.
 
오른쪽 길로 빠지지 않고 후암로 60길을 곧장 따라 올라가다보면 길 왼쪽에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올린 '남대문쪽방쉼터'가 있다. 이곳 주민들은 쉼터를 '나사로'라고 부른다. 정소현 과장은 2층 컨테이너에서 생수 준비에 바쁘다. 이곳 주민들에게 폭염에 대비해 오후에 2번 500ml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정 과장은 집집마다 방문해 거주민의 건강을 점검하는 간호사가 이 쉼터에서 가장 바쁘다고 한다. 의료 상담을 원하는 거주자가 많지만 시 예산의 한계로 230여명의 거주자를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고 있는 처지다. 오히려 인건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2층 컨테이너 한 켠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기가 마련 돼 있다. 24시간 개방하면서 거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곳 일을 돕고 있는 거주민 할아버지는 장마철에 쉼터가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생수와 세탁기, 화장실, 샤워실은 모두 쪽방촌의 주거 환경 때문에 발생한 수요다.
 
"방에 있으면 너무 더워, 습해서 힘들어"
 
6년째 이곳 쪽방촌에서 생활 중인 107호 할아버지는 건물 현관 앞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할아버지는 기자를 1층의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키가 160cm 정도 되는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제대로 발을 펴고 누울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나마 방의 절반은 냉장고, TV, 밥솥, 휴대용 가스버너가 차지하고 있다. 반대편 구석에는 절반정도 남은 20kg 쌀포대가 놓여있다. 냉장고 위에는 양은 냄비 3개와 커피 믹스 상자가 놓여있다. 작은 방이라 수납공간이 여의치 않다. 비가 오는 날씨에 바깥보다 유독 습하다. 창문은 하나 있지만 열면 옆 건물 벽이 보인다. 그나마 포장용 에어캡을 잘라 창문에 붙여 놨다. 겨울에 찬바람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방은 좁고 통풍은 안 된다. 식사를 위해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야 하기 때문에 습기는 늘 높다. 그동안 입었던 옷들과 두꺼운 이불도 모두 냉장고 위 선반과 벽걸이에 보관해 집안의 습기를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습해질수록 냄새도 심해진다.
 
107호 할아버지가 사는 건물은 5층까지 있다. 샤워실은 5층에 하나 있고 층마다 화장실이 하나 씩 있다. 1층 화장실에는 통돌이 세탁기 한 대와 김장용 붉은 김치통 하나가 전체 공간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김치통에는 물이 담겨 있다. 평소에도 방범용 창살을 덧 덴 창문을 열어 놓아야 곰팡이가 안 핀다고 한다. 거주자 9명이 작은 통돌이 세탁기 하나를 써야 한다. 빨래를 말릴 곳도 마땅치 않다. 동네 곳곳에는 방범용 창살 밖으로 줄을 치고 양말과 수건을 널어 놓은 집들이 눈에 뛴다. 습한 방안에서는 빨래가 더 잘 안 마르기 때문이다. 세탁기를 사용할 때는 건물에 함께 살고 있는 주인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나사로가서 해. 거기가 제일 편하지 뭐" 107호 할아버지는 빨래를 할 때면 불편한 다리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길 건너 쪽방촌 더위 쉼터로 향한다.
 
"요즘은 얇은 이불이랑 선풍기도 안들어와, 물먹는 하마 좀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생전 안오네"
 
회현 11동 통장은 107호 할아버지가 사는 건물 옆에서 2평(6.61m2) 남짓한 슈퍼를 운영한다. 냉장고 하나와 선반이 슈퍼의 전부다. 냉장고에는 유독 막걸리를 비롯한 주류가 많이 들어있다. 비가 안 올 때면 후암로 60길에는 늘 술판이 벌어진다고 한다. 비가 약간씩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한 이날도 서울시티 건물 앞 벤치에서는 쪽방촌 거주민 6~7명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동사무소를 비롯해 후원 물품은 모두 통장을 거쳐 거주민들에게 전달된다. 대부분의 거주자가 고령인 이곳 주민들은 60대 여성인 통장을 '통장 나으리'라고 부른다.
 
통장은 그나마 바로 옆에 있는 남대문 쪽방 쉼터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하루 2번 물을 뿌려서 살만하다고 말한다. "방마다 선풍기라도 하나 놓아야 살아, 예전에는 선풍기랑 얇은 이불이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그런 후원도 없어" 그녀는 요즘 후원이 없다고 말한다. 건물들이 오래되다 보니 통풍이 안 되고 늘 습기가 차있는데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겨울에는 방에 불이라도 떼서 습기를 말릴 수 있지만 여름에는 얇은 이불 한 장을 바닥에 까는 게 전부다. 이불이 습기를 흡수해준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이불후원도 잘 안 들어온단다. "물먹는 하마가 있으면 좋은데 그건 생전 안 들어와." 제습용품을 후원회 주는 곳이 없어서 거주자들이 자비로 제습용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는 냄새를 공유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의 습기는 냄새를 만들어 냈다. 남대문 쪽방센터 정소현 과장에 따르면 이 곳 거주자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권자라고 한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 길에 물을 뿌리고, 식사를 위해 방안에서 물을 끓인다. 창문 앞에서 빨래를 말리거나 (창문이 외부로 향해 있지 않는 방들이 많다) 방안에서 말려야 한다. 거의 모든 쪽방이 여름에 방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지만 냄새는 빠질 겨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