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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인사청문회제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회법을 개정하고,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여 2000년에 최초로 도입됐다.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고, 공직자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련법 개정이 있었고, 인사청문 대상도 초기 23명에서 현재 65명까지 확대됐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회 후 본회의 표결까지 통과해야 하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등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국무위원, 공정거래위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이 있다.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자를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견제할 장치로써 인사청문회제도는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는다. 민주주의사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민의를 반영한 선출된 권력이 검증하는 절차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따져 공직에 부적합한 인물을 낙마시킨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중요성이 꼭 현실에서 국가 전체의 효용성을 높이는 건 아니다. 제도가 운용되는 정치 문화와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상 어떤 제도라도 오용되고 변질될 수 있다. 제도는 제도일 뿐이다. 제도가 싹이 트고, 성장하여 의도한 열매를 맺기 위한 토양과 환경,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람, 사람을 움직이는 맥락과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인물이나 국민의 관심이 큰 공직 후보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큰 소동이 일어나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여당과 야당이 공격과 방어를 위해 진용을 꾸리고, 인사청문회는 인물 검증 절차가 아닌 마치 예정된 정쟁의 현장이 된다. 검증 대상인 도덕성, 정책역량, 리더십 중 뉴스거리가 되기 쉬운 도덕성만 거론된다. 인사청문 대상이 맡을 수도 있는 '공직'은 사라지고, '사람'만 도마에 올려져 있다. 인사청문회제도 무용론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이 극렬히 대립하고 난 후 인사청문회가 불필요하다는 감정적 표현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는 한번 도입된 이상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제도의 관성이다. 더구나 야당 입장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정부를 비판하고, 흠집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인사 검증, 견제와 균형이라는 수식어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법적 절차다. 여기에 인격, 인권, 프라이버시, 예의와 같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지켜야 할 '선'은 찾기 어렵다. 우리 정치가 인사청문회제도를 운용하는 수준이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보면 제도를 운용하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선을 넘은 가족에 대한 공격, 허위 의혹 제기, 과도한 신상 털기 등으로 가짜뉴스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넘쳐나고 있다. 가족, 친척들의 행적이 장관 후보자 조국을 잠식한 형국이다. 제도의 본래 기능과 취지는 찾기 힘들다. 공직후보자 검증의 영역을 벗어나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한 야당의 '정치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아마 '역대급'으로, 인사청문회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만하다. 제도의 맹점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을 보완해야 할지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의 이런 현실을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탓해야 할지, 아직 짧은 인사청문회의 역사를 탓해야 할지 결론 내리기 힘들지만, 1787년에 인사청문회를 처음 시작한 미국 등 앞선 나라를 보면 가능성을 버리긴 어렵다. 미국의 200년 넘는 인사청문회의 역사를 보더라도 좋은 제도로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기까지 시간은 더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전제는 성숙한 정치 문화의 정착이다. 의회의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공세의 장, 정쟁의 수단으로 인사청문회를 악용하는 구태정치가 사라질 때 좋은 제도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제도는 제도일 뿐이다.